임채진 검찰총장이 5일 퇴임식을 앞두고 출입기자들과 가진 마지막 간담회에서 그간 이명박 정부로부터 많은 수사 압박을 받았음을 시사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조·중·동 광고주 불매 운동 사건 때 수사 지휘 받았다"
임 총장은 이날 청와대와 법무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자주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임 총장은 '조·중·동 광고주 불매 운동'을 벌인 누리꾼을 기소했던 사건을 사례로 들어 "수사지휘권 발동이 (외부에 알려진) 강정구 사건 같은 한 건밖에 없다는 것은 천만의 말씀"이라며 "늘상은 아니지만 문건으로 발동되는 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와 '직거래'는 안 하지만 법부무와 검찰은 항상 긴장과 갈등의 관계"라며 "(수사지휘권 논란을 일으킨) 강정구 사건의 경우는 (검찰이) 못 받아들여서 문제가 됐지만 (광고주 불매 운동 사건은) 검찰도 협의를 했으니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임 총장은 법무부와 긴장 갈등 관계라고 말한 것에 대해 "(김경한) 장관과 안 맞아서 그런 것이 아니고 그것이 건강한 관계"라며 "내가 검찰국장을 할 때도 수사 지휘를 많이 했다. 시위 엄중 대처를 바란다 같은 것도 수사 지휘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임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과 관련해서도 청와대나 법무부로부터 수사 지휘나 압박을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노 코멘트"라며 답변을 피했다. 그는 '이번 정권에서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있다'는 물음에는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한 쪽만 항상 좋아할 순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중수부 가동되면 총장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라며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시작하며 괴로웠던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상대가 고위 공직자, 재벌이고 대형 사건이니 그렇다"면서 "나도 새벽 3~4시에 땀에 흠뻑 젖어 자리에서 일어날 때가 많았다. 건강도 많이 안 좋다"고 말했다.
"정권 교체기의 검찰 총장 자리는 치욕을 감내해야 하는 자리"
임 총장은 "참여정부 시절 검찰국장으로 재직하면서 검찰 개혁과 관련해 정권과 여러 차례 대립해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하지만 정권 교체 3개월을 남겨두고 총장 제의를 받고 이런 운명, 무척 골치 아픈 자리가 될 것을 예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 교체기의 총장 자리는 무겁고 위태롭고 치욕을 감내해야 하는 자리"라며 "그 치욕은 다름이 아니라 밖에서 흔들고, 마치 자리에 연연해 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치욕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 위치가 참 희한했다"며 "보혁의 중간 지점, 전 정권과 현 정권의 중간 지점, 전 대통령과 현 대통령의 중간 지점에 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중수부 폐지론'에는 "전혀 동의 못한다. 부패 수사 기능이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지 약화되는 쪽으로 가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수부 폐지해서 부패 수사 기능 약화시키면 우리나라는 부패공화국이 될 것"이라며 "(박연차) 수사가 제대로 되길 바라는 사람이 정치권에 있다고 보느냐, 폐지가 누구 좋으라고 하는 건지 생각해보라"고 정면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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