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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검찰'을 혁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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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권력검찰'을 혁파해야 한다

[기고] 정치권력의 주구, 스스로 권력으로 타락한 검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통한 죽음은 지금 우리 사회가 서 있는 지점을 또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 퇴임한 이래 1년 3개월만에 현정권의 온갖 핍박으로 '자결(自決)'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나라, 그런 야만적인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제3세계인 아프리카에도 없을 법한, 반문명적인 정치보복에 의해 일국의 국가원수였던 분이 비참한 최후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일찌기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런 야만적인 정치보복을 가능하게 한 근원은 어디에 있는가? 필자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피의자의 인권보호에 앞장서야 할 검찰이 그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고 정치권력의 주구(走狗)이자 권력기관으로 스스로 타락하였다는 데 있다고 본다. 현행 검찰청법 제4조 제1항은 검사에게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수사ㆍ공소제기 등의 직무와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부여된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무조사에 의해 탈루소득에 대한 세금추징과 온갖 불법자금 제공으로 인하여 인신이 구속된 상태에 있어 궁지에 몰려 있는 피의자에게 일방적으로 의존한 진술에 의해 전직 대통령에 대해 소환조사를 하더니, 한 달 가까이 신병처리를 미적대며 온갖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려 전직 국가원수를 명예살인한 검찰에 과연 인권(人權)과 준법(遵法)에 대한 인식이 있는지조차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무죄추청의 원칙과 피의사실공표죄

우리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무죄추정의 원칙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무죄추정권은, 공판절차에 선행하는 수사절차의 단계에 위치한, 피의자에 대하여도 당연히 인정된다.무죄추정의 원칙은 증거법에 국한된 원칙이 아니라 수사절차에서 공판절차에 이르기까지 형사절차의 전과정을 지배하는 지도원리"라고 하여, 우리 형사법이 지향해야 할 이념의 하나라고 명확히 선언한 바 있다(헌재결 2003. 11. 27. 2002헌마193).

또한 이러한 무죄추정의 원칙에 근거하여 우리 형법 제126조는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하여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보호법익의 하나로 들고 있는 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또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사활동의 일환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이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다수 형법학자들의 견해이다.

위와 같이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위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행위의 하나로 피의사실공표죄를 규율하여 징역형을 가하도록 우리 헌법과 형법이 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밖에 없어 객관적인 진술이라고 보기 어려운 다른 피의자의 일방적인 진술에 의존해 전직 국가원수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이다. 특히 1억원짜리 시계를 회갑 선물로 받았다는 등, 그 시계를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는 등의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것에 일조함으로써 전직 국가원수의 명예를 난도질하는데 앞장선 것이다.

미네르바에 대한 무리한 구속기소와 용산참사 재판에서의 수사기록 제출 거부

검찰이 국민의 인권보호에 소홀하고 권력기관으로 타락하였다는 증거는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네르바 구속기소라고 본다. 이미 1심에서 무죄가 났듯이 기소 자체가 무리한 것이었다. 설령 이에 대하여 동의할 수 없다 하더라도, 적용법률인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이 위헌일 가능성이 높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헌법적 요청에서 볼 때, 최소한 불구속으로 공소를 제기하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미네르바에 대하여 무리하게 구속기소함으로써 검찰권 행사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또다른 증거는 용삼참사 재판에서의 대한 검찰의 납득할 수 없는 수사기록 제출 거부이다. 검찰은 용산참사에 대해 주된 책임이 있는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은 채 철거민 등에 대해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죄 등으로 6명 구속기소, 18명 불구속기소하는 등으로 공소를 제기하여, 편파수사, 축소수사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급기야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고합153,168(병합)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등의 형사재판에서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필요한 수사기록에 대하여 법원의 제출명령을 무시하면서까지 제출을 거부하여 재판을 파행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검찰이 제출하지 않은 증거는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검찰의 공소사실을 근본적으로 탄핵할 수 있고 피고인들의 양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핵심적인 수사기록이다. 이러한 수사기록에는 △김석기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경찰수뇌부의 조기 진압작전 계획의 수립 및 결정과정 △화재원인 및 발화지점과 관련된 검찰의 공소사실과 모순되는 사항 △무리한 진압작전에 관한 사항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참세상, 2009. 5. 20. 보도).

여기서 용산참사에 대한 진상조사단의 일원으로 참여한 필자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용산참사에 대한 피고인들의 주요 혐의는 특수공무방해치사상죄이다. 이 죄는 공무집행의 적법성이 인정되어야 범죄가 성립하는 범죄이다. 쉽게 말해서 공무집행이 적법하지 못하면 위 범죄로 다스릴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산 철거민의 농성 현장에 대한 경찰력 투입의 적법성을 판단함에 있어 아주 중요한 증거, 공소사실을 탄핵하고 피고인들의 양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증거를 검찰은 사생활 보호 등의 미명으로 제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야비한 모습인가. 이 얼마나 검사의 객관의무에 반하는 처사인가. 그러고도 검찰은 객관의무가 있는 공익의 대표자임을 자처할 수 있는가.

검찰권 남용에 대한 통제와 '권력검찰' 혁파의 길

그렇다면 위와 같은 검찰권 남용을 통제하고 기소편의주의와 기소독점주의를 취함으로써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권력검찰'을 혁파하는 길은 무엇인가? 필자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한 권한의 분산이라고 본다. 다시 말하여 액튼 경이 일찍이 갈파한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라는 명제에 입각하여 권력기관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로크와 몽테스키외가 권력분립론을 제창한 이래 권력분립이 현행 우리 헌법을 비롯한 문명국가의 헌법 원리로 수용된 이유는 명확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집중화된 권력을 분산하여 권력기관들 사이에 서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수호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는 범죄에 대한 수사 및 기소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에 대해서도 적용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중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하여 검찰의 권한을 견제하려고 하였다. 필자는 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비대하고 남용되는 검찰권력을 통제하고 그로 인하여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조금이나마 신장시킬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대하여 상론은 차후로 미루기로 하고, 여기서 핵심적인 내용만을 언급한다. 검찰이나 고위공직자의 비위나 권한 남용에 대하여 위 기관 소속 검사로 하여금 독립적으로 수사하게 하여 기소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물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검사는 검찰청 소속 검사와는 인적 교류를 하지 않는 독립적 지위를 갖는 검사라야 한다. 그래야만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검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보장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검찰청 소속 검사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검사의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됨으로써 현행 검찰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고 자신들의 허물에는 관대한 관행에 대해 쐐기를 박을 수 있다고 본다.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피의사실을 공표함으로써 버젓이 현행법을 위반하여도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은 검찰권 남용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또다른 방안은 현행 검찰제도를 근본적으로 혁파하는 것이다. 대검에 있는 중수부, 공안부 등을 폐지하여 대검찰청에 있는 부서를 그야말로 참모기능과 정책기능을 위주로 하는 부서로 환골탈태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은 앞서 언급한 고위공직자비리수차서 신설과 병행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방안은 대검찰청과 고등검찰청을 폐지하고 지방검찰청만을 설치하여, 그 지방검찰청의 검사장을 국민의 직선으로 뽑거나 직선의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의 지휘감독을 받은 기관으로 탈바꿈하여 국민의 검찰에 대한 문민통제를 근원적으로 시도하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하여 지금 우리는 슬퍼할 때만이 아니다. 이제부터 그 서거에 대해 근원적 원인을 제공한 제도 및 세력과의 한판 대결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인권 신장, 참여민주주의 확대, 소수자 보호 등의 시대정신을 추구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길이라고 본다. 삼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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