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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학살 구경에 스포츠 중계 비유 코미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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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학살 구경에 스포츠 중계 비유 코미디까지

팔레스타인 유린 어디까지…폭격 연기 솟을 때마다 '브라보'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가 850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스라엘 사람들이 공격 장면을 '구경'하고 '응원'하는 것에서 나아가 학살을 희화화하고 있어 국제적인 공분을 자초하고 있다.

"원정팀 500명, 홈팀 4명 사망…더 벌려야 합니다"

영국 <인디펜던트>의 보도에 따르면, '에레츠 네헤데레트(훌륭한 나라)'라는 이름으로 이스라엘에서 방영되는 코미디쇼는 지난주 방송에서 팔레스타인 사망자 수 증가를 스포츠 중계 형식으로 표현했다.

이 쇼에서 종군 기자로 분한 한 연기자는 "(사망자 수가) 현재 원정팀 500명, 홈팀 4명입니다. 아직 괜찮습니다만 여기서 만족할 순 없습니다. 격차를 더 벌려야 합니다"고 말했다. 또 "아, 말씀드리는 순간 의류상점 1곳을 제대로 강타했습니다. 원정팀 501명이 됐습니다"고도 말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사령관으로 분한 연기자가 등장했다. 그는 가자지구 내 유치원을 배경으로 "우리는 귀여운 어린이들을 인간 방패로 보유하고 있어요. 만약 민간시설을 폭격하려면 우리에게 먼저 연락 주세요. (다 찍어서 알리려면) 카메라를 준비해야 하거든요"라고 익살을 부렸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마리브> 신문의 문화부 차장 노아 예블린은 "그런 조롱은 이스라엘인들을 웃게 할 순 있지만, 생각하게 하진 않을 것 같다"며 "코미디 풍자라고 해도 다양한 시청자 층을 고려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쇼의 수석작가 뮬리 세게프는 "이런 쇼에서 즐거움을 얻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며 "우리의 일은 대중이 듣기 싫은 것이라고 해도 계속해서 알리고 균형을 잡는 것"이라고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명과 존엄을 유린하는 이같은 태도는 가자 접경지대에 몰려와 학살 장면을 구경하는 이스라엘인들이 붐빈다는 보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9일 이스라엘인들이 쌍안경을 가지고 가자 접경에 모인다면서, 폭격이 가해져 검은 연기가 치솟을 때마다 "브라보"를 외치는 주민도 있다고 전했다.

▲ 증오의 씨앗 뿌리는 이스라엘. 1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시위 장면 ⓒ로이터=뉴시스
가자는 지금…"지옥보다 더한 참상"

그러나 <AP> 통신의 가자시티발(發) 기사를 보면 그곳의 참상은 말 그대로 지옥이다. 쥐와 개들이 수습하지 못한 시체를 뜯어먹고, 부상자들은 며칠 동안 병원으로 후송되지도 못한 채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의료진도 안전하지 않다. <AP>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지난 2주간 계속되면서 자원봉사자를 포함해 가자지구 내 400여명의 의료진들은 매일 목숨을 내걸고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뒤 지금까지 팔레스타인 의료진 21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했다. 또 11대의 앰뷸런스가 파괴됐다.

또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이스라엘군이 구호 요원들이 부상자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지연시키고 있고, 앰뷸런스를 움직이는 의료진을 향해 발포하기도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전투 상황이 허락하는 한 앰뷸런스 이동을 장려하고 있다면서 고의로 구호 요원들에 대해 발포하지는 않는다고 부인했다.

그렇지만 구호 요원들이 느끼는 위협은 크게 줄지 않고 있다. 또 이스라엘군과 부상자 수송을 위한 협의가 지연되면서 수일이 지나도록 부상자를 수송조차 못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스라엘군과의 협의 결과를 기다린 지 나흘 만에 구호요원들이 제이툰 인근 마을에 들어간 결과 12구의 시체와 함께 4명의 아이들이 그들의 엄마 시체 옆에 있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BBC>는 가자시티에 머물고 있는 유엔의 한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가자지구가 "대재앙의 꼭대기"에 있다 보도했다. 에너지, 상수도, 의료 인프라는 거의 붕괴에 가까운 상황이고, 병원은 의료품과 중환자 수용시설 부족 등에 허덕이고 있다.

또한 주민의 3분의 2 이상은 전기 없이 생활하고 있고, 절반 정도의 가구에는 물도 공급되지 않고 있다. 2만1000여 명이 집을 떠나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 등 피난처에 머물고 있고, 휴대 전화의 80∼90%는 불통이라고 이 방송은 전했다. <인디펜던트>는 '지옥에 오신 걸 환영한다'는 제목의 기사로 가자의 참상을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하원 의회는 상원에 이어 팔레스타인 무장정치조직인 하마스에 로켓 공격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해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줬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도 공격을 받을 경우 자위권이 있음을 재확인한다"면서 "빈도와 타격 대상지역이 확대되고 있는 가자지구 하마스의 로켓, 박격포 공격은 이스라엘로서는 용인하기 어려운 안보위협이 되고 있는 만큼 이스라엘은 이에 대응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좌파, '전쟁 중단' 첫 시위

한편, 이스라엘 내 좌파진영이 10일 가자지구의 전쟁에 반대하는 첫 시위를 벌였다고 <예루살렘포스트>가 11일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인권단체인 피스 나우(Peace Now)는 이날 밤 텔아비브의 국방부 청사 앞에서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대계 좌파진영의 반전시위를 열었다.

피스 나우의 야리브 오펜하이머 사무총장은 시위에서 "휴전 요구는 반(反) 이스라엘군 운동이 아니다"며 "우리는 이번 작전에서 병사들이 더는 목숨을 잃지 않길 원한다"고 말했다.

집회에는 이스라엘의 좌파 정당인 메레츠와 하다쉬 등 아랍계 정당 소속 의원들도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메레츠의 당수인 하임 오론의 발언은 가자에 대한 군사 작전에 호응했다가 뒤늦게 반대하고 나선 그들의 군색한 논리를 보여줬다. 오론 당수는 "하마스가 휴전을 깬 이후 우리는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지지했었다"며 "하지만, 이제 (그만큼 했으면) 충분하다고 우리는 말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다쉬의 활동가들은 시위에 팔레스타인 깃발을 가지고 나오지 말라는 집회 주최측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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