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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기업 언론 진출 이후 일자리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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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기업 언론 진출 이후 일자리 줄어들었다

[기고] 일자리 2만6000개 는다는 MB 정부의 '장미빛 거짓말'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던 7개 미디어 관련법의 처리가 우여곡절 끝에 여야 합의로 연기됐다. 언론계와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 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막가파식으로 정부와 여당이 처리를 추진하던 미디어 관련법은 대기업의 방송사 진출을 허용하고, 신문사들이 방송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해 언론과 여론의 독과점을 초래할 수 있는 악법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여론 독과점의 비난이 거세지자,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대기업의 언론사 진출 허용과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추진하는 논리로 미디어 산업의 글로벌화와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정부와 여권의 단체들에서 쏟아내고 있는 일자리 창출 효과를 살펴보면,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 소유규제 완화를 통해 적게는 2만 6000개에서 많게는 21만1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美, 대기업 언론 진출 이후 일자리 오히려 감소했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대기업의 언론사 진출과 신문방송의 겸영 허용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주장은 장밋빛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언론의 소유제한 규제를 완화한 이후 거대 미디어 그룹이 미국 전체 언론 시장의 약 90%를 장악하게 되면서 언론계 종사자 수가 감소했다.

특히, 1996년 FCC가 언론사의 소유제한을 완화했던 '텔레커뮤니케이션법'이 통과된 이후 언론계 종사자들의 수가 전체적으로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음악 연합의 미래(Future of Music Coalition)'라는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TV와 라디오 종사자들의 경우, 아나운서는 1999년 4만5010명에서 2003년에는 3만8990명으로 줄었고, 기자는 1999년 1만7530명에서 2003년에는 1만6350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 .

특히 우수한 저널리즘 프로젝트의 조사에 따르면, 라디오의 경우 1994년부터 2001년 사이 절반이 넘는 57%의 인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라디오 종사자들의 감소폭이 큰 것은 적은 인력으로도 방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출처 : Future of Music Coalition, "Employment and Wage Effects of Radio Consolidation" 2006

1996년 방송국의 소유제한 완화 조치로 다수의 지역 방송국을 인수한 클리어채널(Clear Channel)은 미국 전역에 1200여 개의 방송국을 소유하게 되었다. 클리어채널은 각 지역 방송국에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방송 송출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만을 남겨 두고 기존의 프로그램 제작 인원을 해고했다. 이에 각 지역 방송국에서는 중앙 방송국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에 지역 방송국 콜 사인만 덧붙여 지역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지역 청취자들은 지역 사회의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이나 지역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청취할 기회를 박탈당했다.

대기업이 언론을 소유하게 되면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게 마련이다.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 이윤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방송 인력을 줄이고 최소 인력으로 방송사를 운영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이치다. 따라서, 대기업이 언론을 소유하면 새로운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는 기대는 매우 어리석은 생각이다. 대기업이 소유한 상업방송이 공영방송과 같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경제적 이윤이 없는 공영성이 높은 방송을 제작할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경영 효율화' 내세워 2008년에 750명 해고한 미디어 그룹도

우리나라 정부와 여당은 신문사가 방송국을 소유하면 신규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주장과는 상반되게 미국의 신문사와 방송국을 겸영하는 언론기업들이 인력을 감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남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24개 신문사와 21개 지역 신문사, 275개의 지역 주간 신문사, 그리고 플로리다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WFLA등 19개의 지역방송국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의 중형 미디어 그룹중 하나인 미디어 제너럴(Media General)은 2008년에 무려 750명을 해고했다.

이 회사가 전체 인원의 11%에 달하는 750명을 해고한 가장 큰 이유로 내세운 것은 경영의 효율화였다.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미디어 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를 추진했고, 이를 위해 자사가 소유하고 있는 신문사와 방송국을 한 건물에 입주시켜 서로 취재 내용과 프로그램을 공유하도록 했다. 그 결과, 한 명의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신문과 방송 뉴스를 통해 동시에 내보내고, 신문 취재 내용을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활용하는 등 방송국과 신문사가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미디어 제너럴은 불필요한 인력 750명을 해고하고 인건비를 줄여 경영의 효율성을 달성했다.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게 되면 신문방송 겸영 언론사들은 최소의 인원으로 언론사 운영을 하려고 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기대했던 신규 고용 창출 효과를 얻는 대신 기존 인력의 감원이라는 결과가 뒤따를 것이다.

'신방겸영'-'인력감축'-'콘텐츠 질 저하'의 악순환

대기업이 언론에 진출하고 신문 방송 겸영이 허용되면, 신규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는 주장은 미국의 경우를 봤을 때 터무니없는 얘기다. 대기업이 언론사를 소유하게 되면 최소한의 인원으로 최대의 이윤을 창출하려는 시장경제 논리로 언론을 운영하게 될 것이 뻔하다. 또 신문사가 방송국을 소유하게 되면 경영의 효율화를 내세워 인력과 정보의 공유를 통해 고용을 최소화할 것이다. 이는 결국 신규 고용 창출이 아니라 기존 인력의 감원을 몰고올 가능성이 크다.

▲최진봉 미국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
나아가, 기존 언론 인력의 감소는 언론 콘텐츠의 질을 떨어뜨려 콘텐츠 산업의 저하를 유발할 것이며, 재벌의 언론사 진출과 거대 신문사들의 방송사 진출은 언론시장의 소유 집중을 부추겨 소수의 언론 기업이 언론 시장을 장악하게 됨으로써 불공정 거래와 언론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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