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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자의 무덤' 아프간, 오바마의 무덤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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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자의 무덤' 아프간, 오바마의 무덤 될까

탈레반 고위 관계자, '결사항전' 선언

이라크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는 대신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병력을 더 보내겠다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계획에 대해 탈레반이 '결사항전'을 선언했다.

탈레반의 고위급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13일 <BBC> 방송과의 이례적인 인터뷰에서 아프간에 병력을 더 배치할 것이라는 오바마 당선인의 계획은 아프간의 저항을 격퇴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화로 이뤄진 이날 인터뷰에서 무자히드 대변인은 오바마 당선인을 조롱하면서, 모든 외국군은 아프간을 떠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 탈레반 전사들 ⓒ로이터=뉴시스

오바마에 대한 직접 경고 시작

무자히드는 탈레반이 현재 아프간 영토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며, 자신들은 과거에 비해 덜 강압적으로 통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탈레반은 1997~2001 아프간 집권 시절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적용해 여성 억압 정책을 폈고 비인간적 처형을 남발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무자히드는 탈레반이 이제는 참수형을 중단했으며 소녀들도 교육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마약 거래로 자금을 마련한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그는 국제테러조직인 알카에다가 아프간으로 유입된 것은 탈레반이 불러들였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에 의해 쫓겨 온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행방은 모르지만, 탈레반 지도자인 물라 오마르는 '안전지대'에 머물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의 배후로 알카에다를 지목한 뒤, 탈레반 정권이 그들을 보호하고 있다며 아프간을 침공했다. 미국의 공격에 탈레반 정권은 무너졌지만 동남부 산악 지대로 숨어들어 저항 공격을 해 왔고, 2006년 이후 조직을 재정비면서 남부 지역 대부분을 장악했다. 올 4월에는 하미르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 테러를 가함으로써 부활을 과시했다.

앞서 탈레반은 12일에도 자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오바마의 대선 승리는 현재 미국이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자행하고 있는 비열하고 비인간적인 전쟁을 지속하지 말라는 미국 국민의 총체적 의지가 담긴 것"이라며 미국의 외교정책을 수정하고 아프간·이라크 미군을 철수하라고 촉구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탈레반, '민심 잡기' 경쟁에도 자신감 내비쳐

탈레반이 이같은 메시지를 띄우는 것은 오바마 당선인의 전쟁 구상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바마는 15만 1000명 가량의 이라크 주둔 미군을 3~5만으로 줄이는 대신, 아프간에는 최소 2개 여단 7000~1만5000명을 증파해 알카에다·탈레반 궤멸 작전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오바마는 '중동·서남아시아 공약집'에서 "정치적이며 비군사적인 해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혀, 교육·복지 사업 등 민사작전도 병행함으로써 탈레반에 쏠린 민심을 돌려놓겠다는 계획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빈 라덴 추적 강화 △이란·시리아와의 대화·협력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내 온건파 대화 중재 등이 아프간에 대한 오바마의 핵심 구상이라고 지난 11일 전했다.

오바마는 특히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 아프간에 수니파 극단주의자들의 정부가 재건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이란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이 탈레반의 변화된 통치 방법을 강조한 것은 미군의 공세에 군사적으로 대비하는 한편으로 주민들의 민심을 사기 위한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지지자들도 "알렉산더 대제도 아프간서 실패했다"

탈레반이 임전무퇴를 선언하면서 아프간 전쟁은 오바마 행정부 초기의 최대 외교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아프간은 영국과 구(舊) 소련이 국제무대에서 맹위를 떨쳤던 19세기와 20세기에도 군사적인 장악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뒤 몰락의 길을 걷게 한 무대였다. 유라시아 대륙 중앙부에 위치한 아프간이 '침략자의 무덤'이라는 별칭을 갖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은 1839년, 1879년, 1919년 3차례 아프간 장악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고, 그 후 힘이 빠지면서 패권 시대를 마감했다. 소련은 1979년 아프간을 침공한 뒤 5만 병력을 잃고 1989년 철수했으며, 그로부터 2년 뒤 소련은 해체됐다.

전문가들은 근대적 화력으로 무장한 소련마저 무릎을 꿇은 것은 △'복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아프간 파스튠 족의 행동 규범 △외국군에 대한 적대감 △외국군의 작전에 불리한 산악 지형 등이 배경이었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가 1만 명 정도의 병력을 더 보낸다고 해서 탈레반을 평정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매사추세츠 법과대학(Massachusetts School of Law)의 학장인 로렌스 벨벨은 지난 7일 웹사이트 <카운터펀치>에 올린 기고문에서 "알렉산더 대제도, 영국도, 러시아도 아프간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라며 "오바마가 아프간에서 전쟁을 (강화)한다면 그의 대통령직은 끝날 것이다. 오바마를 지지하고 그에게서 희망을 봤던 많은 이들이 그를 떠나고 비난하기 시작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벨벨 학장은 "영국과 러시아가 아프간에서 패배한 것은 침략자들의 승리를 용인하지 않는 아프간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라며 "우리는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제국주의적 군사 야망을 성취하기 어렵다는 걸 베트남과 이라크에서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설령 수백만의 병력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알카에다는 파키스탄으로 도망가 버리면 그만인데 그러면 (동맹인) 파키스탄을 침공할 것인가"라고 물으며 "오바마가 아프간 전쟁을 계속 한다면 윌슨, 트루먼, 존슨, 닉슨, 부시 대통령에 이어 전쟁 때문에 실패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돕기 위해 아프간에 군대를 보낸 나라에서 일고 있는 반전 움직임도 오바마에겐 부담이다. 비교적 안정된 북동부 지역에 군대를 보낸 독일은 위험지대인 남부로 이동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또한 <BBC>가 영국인 1013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68%가 영국군이 12개월 내에 철수해야 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내년 1월 이라크 지방선거에서 서부 및 남부에서 반미 세력이 선전해 지방 권력을 장악한다면 이라크 정세가 또 한 번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어 2010년 여름까지 병력을 철수한다는 구상도 암초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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