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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무엇인가

[최무영의 과학이야기] <80> 생명현상의 이해 ②

생명이란 무엇인가 한번 정리해 볼까요? 첫째로 살아있는 것은 짜임새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조직되어 있지요. 일반적으로 모든 생물은 적절한 구조로 잘 짜여 있습니다. 예컨대 곤충이 알에서부터 애벌레가 되고 번데기를 거쳐서 어른벌레가 되는 일련의 발생(development) 과정을 보면 매우 잘 조직 되어 있고 시간에 따라 특징적인 변화를 보이지요.

둘째로 살아있는 것은 물질대사(metabolism)를 합니다. 물질대사란 외부로부터 물질과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이용한 여러 가지 생화학 반응을 통해서 에너지를 이용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그래서 살아있을 수 있고 자라기도 하지요. 중요한 점은 바깥세상으로부터 자유에너지가 들어오고, 이를 통해서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를 유지합니다. 바꿔 말하면 정보를 늘리는 것으로 이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열역학 둘째 법칙에 따라서 엔트로피가 최대가 된다면 생명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엔트로피가 최대로 되려면 모든 물질이 고르게 섞여서 모든 지점이 똑같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몸을 구성하는 탄소나 산소, 질소 등이 대기에 있는 탄소나 산소, 질소와 똑같이 고르게 섞여 있어야 하니까 우리도 존재할 수 없고 이런 물질도 따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균일하게 섞여 있어야 하고, 그런 상태라면 생명은커녕 아무것도 있을 수 없지요.

그런데 생명체의 분화는 분명히 더 정돈되어 가는 과정입니다. 그러니까 엔트로피가 늘어나지 않고 도리어 줄어들어서 점점 더 질서를 찾아갑니다. 따라서 생명현상은 열역학 둘째 법칙에 위배되므로 뭔가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해 생겨난다고 믿기 쉽지요.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열역학 둘째 법칙은 어디까지나 닫힌계, 외떨어진 계에만 해당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외떨어진 계에는 생명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생명체는 반드시 열려있는 계지요. 외부세계와 계속 물질이나 에너지 등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자신의 엔트로피가 늘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소적으로 생명체 자신은 엔트로피를 줄일 수 있으나 주위 환경까지 다 합쳐서 전체의 엔트로피는 일반적으로 늘어나지요.

앞에서 논의하였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결국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는 어떻게 되느냐의 문제로 귀착됩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외떨어진 계는 전체 우주밖에 없지요. 그런데 우주가 현재 열죽음, 다시 말해 열평형 상태에 있지 않은 이유는 우주가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라 지적했습니다. 그러니 생명현상은 불어나는 우주에서만 가능하다고 할 수 있지요.
▲ 그림 1: 유전의 증거

셋째로 생명의 중요한 특징은 번식(reproduction)입니다. 살아있는 것은 살아있는 것을 계속 만들어내지요. 그리고 이러한 번식은 유전(heredity)이라는 현상을 보입니다. 자신의 특성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것으로서, 말하자면 자신과 닮은 녀석을 만들어냅니다. 그림 1에 보인 아이는 나와 닮았어요? 내가 어렸을 때는 이 아이와 똑같이 생겼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유전의 증거지요.

그런데 이 개체는 나라는 개체와 유전정보가 얼마나 똑같을까요? 반은 엄마로부터 물려받으니까 50% 라고요? 글쎄요, 침팬지 같은 영장류와도 아마 95% 쯤 같고, 웬만한 동물과도 줄잡아 80% 이상은 같을 겁니다. 이 아이와 나는 99.9% 이상 같습니다. 물론 일란성쌍둥이가 아니면 100% 같진 않지요.

넷째로 생명체는 환경의 변화에 응답(response)합니다. 예를 들어 겨울에는 토끼 털빛깔이 희게 되지요. 흰 눈이 내리면 그 환경에 맞게 응답해서 갈색이 흰색으로 바뀝니다. 이른바 보호색이죠. 그런데 삵이 나타나면 토끼는 도망을 갑니다. 도망가지 않으면 잡혀서 죽게 되지요. 그러니까 환경의 변화에 알맞게 응답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살 수가 없지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환경에 대한 적절한 응답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컨대 비가 오면 우산을 받아야 됩니다. 환경에 응답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우산을 받지 않으면 체온이 내려가서 결국엔 죽을 수 있어요. 생명체에는 환경으로부터 여러 가지 자극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빛이나 전기, 소리 자극, 또는 옆에 앉은 학생이 손가락으로 찌를 수도 있지요. 그런 자극에 대해서 적절한 응답을 해야 합니다. 옆 사람이 자꾸 귀찮게 찌르면 한방 쥐어박던가 해야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끝이 없을 테고 이는 스트레스 등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응답이란 환경에 적응(adaptation)하기 위한 것인데 이는 이른바 되먹임(feedback)으로 조절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비를 맞아서 체온이 너무 떨어지면 안 되니까 이를 막아서 원래 상태를 유지하려 하는 것입니다. 옆 학생이 자꾸 찌르면 옆구리에 압력을 받으니까 이를 없애서 원래 상태를 유지하려 하지요. 되먹임 조절이란 결국은 생명체를 일정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함인데 이를 항상성(homeostasis)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려면, 다시 말해서 죽지 않고 계속 존재하려면 여러 가지 상황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하는데 이러한 생명의 특성을 항상성이라고 부르지요. 그래서 응급환자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자극을 줄 때 적절한 응답이 있는지 살펴보지요.

마지막으로 생명체는 변화합니다. 진화라고 부르지요. 세균을 비롯한 미생물, 공룡, 어룡, 그리고 여러 종류의 풀과 나무, 벌레와 조개도 생겨나고, 물고기, 개구리, 개와 원숭이, 고릴라도 생겨나고 결국 사람도 생겨납니다. 우주에 진화만큼 놀라운 현상도 없지요. 더욱 놀라운 점은 생명의 단일성으로부터 엄청난 다양성이 생겨났다는 사실입니다. 생명의 단일성이란 세균으로부터 인간이나 닭이나 느티나무 등 모든 생명체를 통틀어서 본질적으로 놀라운 공통성을 갖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서 느티나무하고 여러분은 유전자가 얼마쯤 같을까요? 정확한 값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반은 넘을 것입니다. 더욱이 모든 생명체의 유전정보는 똑같이 하나의 기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곧 DNA의 네 가지 염기 서열이 유전정보를 이루는데 이는 모든 생명체에 공통이지요. 그뿐만 아니라 흰자질이 생명체를 이루는 핵심 요소인데 이것도 모든 생명체가 똑같습니다. 다시 말해서 흰자질은 아미노산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미노산은 스무 가지로서 모든 생명체가 마찬가지지요. 이러한 면에서 놀라운 단일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단일성으로부터 엄청난 다양성이 얻어집니다. 우리는 지구라는 생물권만큼 생명의 다양성을 보이는 곳을 더는 알지 못합니다. 아마도 지구 외에는 우주 어느 곳에도 있을 가능성이 아주 적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니까 지구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놀라운 행성입니다.

* 이 연재기사는 지난 2008년 12월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라는 제목의 책으로(책갈피 출판사) 출판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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