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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생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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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생애 <하>

[최무영의 과학이야기] <65> 별과 별사이물질 ④

하양잔별의 질량 한계는 해 질량의 1.4 배라 했지요. 마찬가지로 졸들은 중성자로 지탱할 수 있는 중력도 한계가 있어서 중성자별의 질량도 어느 이상 클 수 없습니다. 대략 해 질량의 두세 배를 넘을 수 없다고 알려져 있지요. 그러면 별 찌꺼기의 속심이 이보다 더 무거우면 어떻게 될까요? 중성자조차 무너져 내려서 쿼크가 되고 이것으로 구성된 쿼크별(quark star)이 된다는 제안이 있으나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중성자별은 물론 쿼크별도 해 질량의 다섯 배가 넘을 수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면 무엇이 될까요? 이른바 검정구멍(black hole)이 된다고 추정합니다.
  
  검정구멍에서는 중력이 어마어마하게 강해서 아무것도 나오지 못합니다. 보통 물질알갱이는 물론이고 심지어 빛도 못 나와요.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빛도 중력의 영향을 받아서 가는 길이 굽어진다고 했죠. 따라서 중력이 워낙 강하면 잡혀서 도망가지 못하게 됩니다. 빛을 포함해서 아무것도 내보내지 않으니 우리에게 어떻게 보이겠어요? 아무것도 안 보이죠. 그러니까 그냥 까맣습니다. 그래서 검정구멍이라고 부르지요.
  
  이러한 검정구멍은 물질을 내보내지 않고 빨아들이기만 하므로 물질의 마지막 존재 양식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검정구멍은 질량, 각운동량, 전기량 외에 더 이상의 성질은 없다고 알려져 있고, 앞서 언급한 휠러는 이를 "검정구멍은 머리카락을 가지지 않는다"고 표현하여 민머리카락 정리(no-hair theorem)라고 제안하였지요.
  
  보통 검정구멍의 질량은 해의 두세 배에서 십여 배 정도라고 추정합니다. 아주 무거운 별, 예컨대 해 질량의 스무 배가 넘는 별이 찌부러지면 이러한 검정구멍이 되리라 생각하지요. 이에 더해서 해 질량의 수천 배인 검정구멍 및 무려 수백만 배나 수억 배에 이르는 초대형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앞의 것은 놀랍게 강한 전자기파를 방출하는 천체, 곧 별처럼 보이는데 은하 이상의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는 이른바 퀘이사(quasar)의 근원이라 추정하며, 뒤의 초대형 검정구멍은 우리 미리내은하를 포함해서 대부분 은하의 중심에 존재한다고 여겨집니다. 그런가 하면 양자역학적 효과를 고려하면 아주 조그만 검정구멍이 많이 있을 거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그런데 검정구멍은 어떻게 관측할 수 있을까요? 검정구멍으로부터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므로 직접 관측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간접적으로 검정구멍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지요. 검정구멍은 중력이 매우 강하니까 주위에 다른 천체가 있으면 그것을 빨아들일 것입니다. 그러니 미래에 우주여행을 하게 된다면 검정구멍은 조심해야 하겠네요. 가까이 가면 그대로 빨려 들어 가버리고 다시는 못 나올 것입니다. 검정구멍 근처의 이러한 경계를 사건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부르지요. 일반상대성이론의 관점에서 검정구멍 주위의 시공간은 매우 심하게 굽어져 있고, 검정구멍 자체는 밀도가 무한히 큰 특이점(singularity)에 해당합니다.
  
  주위의 천체로부터 검정구멍으로 아주 빠르게 물질이 빨려 들어가면서 강력한 엑스선을 내비칠 수 있습니다. 전기를 띤 알갱이들이 빨려 들어가면서 가속운동을 하게 되고, 맥스웰의 이론에 따라 전자기파가 생겨납니다. 이 경우에 전자기파는 에너지가 매우 높은 엑스선이지요. 이 엑스선을 관측하면 간접적으로 검정구멍이 있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예가 고니 엑스1(Cygnus X-1)이라는 것이지요. 고니별자리에서 엑스선을 내는 첫 번째 천체라는 뜻입니다. 강력한 엑스선을 내는 이 천체를 검정구멍이라고 추정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검정구멍과 그 옆의 별이 짝을 이룬 겹별인데 짝별에서 물질이 검정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엑스선을 내고 있다는 거지요.
  
  이것이 정말 검정구멍인지 아닌지 널리 알려진 천체물리학자인 호킹(Stephen W. Hawking)과 쏜(Kip S. Thorn)이 내기를 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호킹은 아니라는 쪽에 걸었고 지면 쏜에게 ≪펜트하우스(Penthouse)≫라는 성인잡지의 1년분 정기구독권을 주기로 했다는 거죠. 고니 엑스1이 검정구멍인지 아직 확증되었다고 할 수는 없으나 현재 대부분은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사실상 쏜이 이긴 셈이지요. 이 외에도 검정구멍 근처에 있는 천체는 강한 중력마당에 의해 그 주위를 돌게 되므로 이를 분석하거나 또는 앞서 언급한 중력렌즈 같은 현상을 관측해서 검정구멍이 있는지 추정합니다. 아무튼 검정구멍은 직접 관측할 순 없지만 간접적인 증거를 통해 검정구멍으로 추정되는 천체들은 여럿 있습니다.
  
  한편 물질을 빨아들이기만 한다는 검정구멍이 사실은 물질을 내보낼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검정구멍은 그다지 검지 않다는 거지요. 앞에서 양자역학에 대해 조금 배웠는데 양자역학에서 꿰뚫기(tunneling)라는 현상이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 벽을 지나가지 못하지요, 귀신은 벽이 있어도 공기 중에 지나가듯이 뚫고 나타납니다. 이것이 가능하면 재미있는 일도 많을 터인데 우리를 포함해서 보통 물체는 벽을 지나가지 못합니다. 왜 그렇겠어요? 이는 매우 높은 퍼텐셜 가로막이(장벽; potential barrier)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 물체의 운동에너지가 잠재에너지 가로막이 보다 작으므로 넘어가지 못하지요. 이러한 경우에 잠재에너지는 원자핵 사이의 전기력에 의한 것입니다.
  
  중력에 의한 잠재에너지 가로막이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지상에서 공을 아무리 빨리 던져 올려도 지구 중력마당을 탈출해서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지요. 공의 고도가 높아지면 지구와 공 사이의 중력에 의한 잠재에너지가 점점 커집니다. 그런데 공을 아무리 빨리 던져도 공이 지니게 되는 운동에너지는 얼마 되지 않으므로 결국 잠재에너지 가로막이를 넘지 못하고 다시 떨어지는 것입니다. 물론 처음에 충분히 높은 운동에너지를 주면, 곧 매우 빠르게 던지면 가로막이를 넘어서 결국 도망갈 수 있습니다. 이른바 탈출속도(escape velocity)보다 빠르게 던지면 지구의 중력을 이기고 도망갈 수 있지요. 지표면에서 그 값은 대략 11.2 km/s입니다.
  
  검정구멍의 경우에는 중력에 의한 잠재에너지 가로막이가 엄청나게 높습니다. 따라서 아무것도 넘어 나가지 못하는 거지요. 그런데 여기서 포기하지 않으면 좋은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담이 엄청 높으니 넘어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넘어가는 대신에 어떤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개구멍을 통해 나가면 되나요? 영화에서 감옥을 탈출할 때 담을 넘어가는 거 봤어요? 대부분 담 아래에 땅을 파서 구멍을 뚫고 나갑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잠재에너지 가로막이란 실제 물질로 이루어진 담이 아니니까 구멍을 뚫을 수는 없네요. 유일한 방법은, 그렇죠, 귀신처럼 담을 그냥 지나가는 것입니다. 안된다고요? 물론 고전역학에서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양자역학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요. 운동에너지가 잠재에너지 가로막이보다 작아도 가로막이를 꿰뚫고 지나갈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는 이러한 꿰뚫기 확률이 극히 작아서 꿰뚫기 현상은 사실상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원자 같이 작은 세계에서는 중요할 수 있어요.
  
  검정구멍을 고전역학의 관점에서 보면 아무것도 나오지 못하지만 양자역학으로 해석하면 꿰뚫기에 의해서 검정구멍으로부터도 물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호킹내비침(Hawking radiation)이라 하는데 확증된 것은 아닙니다. 조금 전에 지적했듯이 검정구멍은 물질의 마지막 존재 양식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호킹내비침에 의해 검정구멍도 물질을 지속적으로 잃어버리면 결국 증발해버릴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일반 대중에게 호킹은 널리 알려져 있지요. 그는 천체물리 및 우주론에 중요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여러 동료들과 공동연구를 통해서 검정구멍에서 특이점 정리, 민머리카락 정리, 호킹내비침 등에 기여했고, 시공간에 둘레가 없는 민둘레 우주 모형을 제안했습니다. 호킹이 중요한 업적을 내었고 뛰어난 물리학자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물리학자로서 뉴턴, 아인슈타인 다음이 호킹이라고 말하는 건 그리 타당하지 않은 듯합니다. 호킹보다 중요한 업적을 남긴 물리학자는 꽤 많지요. 사실 보기에 따라서는 현존하는 물리학자 중에도 그보다 뛰어난 사람이 제법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일반 대중에게는 호킹이 가장 널리, 그리고 가장 뛰어난 물리학자로 알려져 있지요. 이는 주로 언론에 의한 왜곡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아무튼 언론의 위력과 책임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과학자 중에도 언론을 통해서 대중성을 얻기 원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 듯합니다. 이는 결국 자신의 이익과도 연결되기 때문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줄기세포 사태가 대표적인 경우겠지요.
  
  별사이물질은 대부분 수소와 헬륨이라고 지적했지요. 이로부터 별이 탄생해서 살다가 결국 죽습니다. 대부분 다시 별사이물질로 돌아가는데 일부 찌꺼기는 단단히 뭉쳐진 잔해로 남게 됩니다. 예를 들어 속심이 하양잔별이나 중성자별, 또는 검정구멍으로 남고 나머지는 다시 흩어지지요. 그러니까 별은 결국 먼지에서 태어나서 먼지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사는 동안은 휘황찬란하게 별빛을 내면서 그야말로 찬란하게 살지요. 그러다가 죽는데 고요히 죽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에는 격렬하게 터져서 죽습니다. 요약하면 먼지에서 태어나서 찬란하게 살다가 격렬하게 죽어서 다시 먼지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단단히 뭉쳐진 잔해를 남기지요. 이는 마치 불교 고승의 삶 같네요. 여러 원자들, 곧 먼지에서 태어나 찬란하게 살다가 찬란하게 죽어서 먼지로 되돌아가는데 무엇을 남기지요? 사리를 남깁니다.
  
  아무튼 별이란 참으로 격렬하게 삽니다. 그런데 왜 그럴까요? 고통스럽게 태어나서 찬란하게 살다가 왜 이렇게 격렬하게 죽음을 맞이해야 합니까? 별사이물질로 그냥 남아있지, 새삼스럽게 왜 뭉쳐서 별이 되나요? 어차피 먼지로 돌아갈 건데 그대로 있지, 왜 태어나서 존재의 번거로움을 겪는가하는 의문이 듭니다. 사실 인간도 마찬가지지요. 그냥 먼지로 남아 있지, 왜 굳이 태어나서 존재의 고통을 느끼며 살아야 하나요?
  
  별의 삶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느끼게 합니다. 사실 별이 이렇게 격렬하게 사는 것은 우리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의 존재에 필요한 무거운 원소들은 바로 별에 의해 공급이 됩니다. 그러니 우리는 결국 별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거지요.
  
  우주의 물질은 대부분 수소 및 헬륨으로서 이 두 가지가 99%가 넘습니다. 그 외에 탄소나 산소 등이 조금씩 있지요. 그런데 지구는 어떤 원소들로 구성되어 있나요? 속을 포함하면 가장 많은 원소가 아마 철일 겁니다. 그 다음에 산소, 실리콘, 마그네슘, 알루미늄 등이 있지요. 그래서 구성 물질로 보면 매우 특수한 집단입니다. 태양계의 떠돌이별 중에 지구나 화성, 금성 같은 '지구형 행성'에서 가장 많은 원소는 대체로 철이고 목성이나 토성 등 거대한 '목성형 행성'은 기체 덩어리로서 수소, 탄소, 질소 등이 주된 구성 원소들입니다. 주성분이 철이 아니라 금인 지구형 행성이 외계에 있을지도 모르지요. 우주를 여행하다가 이런 떠돌이별을 발견하면 좋겠네요. 한편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 중에 가장 많은 게 산소, 그 다음에 탄소, 수소, 질소, 칼슘 같은 것들입니다. 참 특수하죠.
  
  이런 무거운 원소들은 원래 우주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생겨났는가? 순전히 별이 만들어준 겁니다. 그러니 별이 이렇게 존재의 고통과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격렬하게 살다 간 게 우리를 위해서였습니다. 별 때문에 우리가 태어나서 살 수 있는 거지요. 반대로 보면 유감스럽네요. 별이 없었으면 우리도 존재의 번거로움과 괴로움이 없었을 텐데. 그러니 여러분의 모든 걱정, 근심과 괴로움이 있으면 저 별들에게 책임을 물어봐요.
  
  자, 이제 별들에 대해선 잘 알았죠? 다음 시간에는 시야를 더 넓혀서 전체 우주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현재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우주의 구조와 역사를 논의하기로 하지요. 우주는 어떻게 태어나서 어떻게 펼쳐져왔는가, 지금 어떤 모습인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되겠는가 하는 문제를 고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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