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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기본상호작용

[최무영의 과학이야기] <18> 기본입자와 쿼크이론 <하>

기본상호작용

자연에 존재하는 기본상호작용은 네 가지입니다. 다시 말해서 모든 힘은 결국 네 가지 상호작용 중의 하나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친숙한 게 중력이죠? 중력상호작용(gravitational interaction)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 다음에 약한 힘(약력; weak force), 곧 약상호작용(weak interaction)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자기력, 곧 전자기상호작용(electromagnetic interaction)이 있고, 마지막으로 핵력, 곧 강상호작용(strong interaction)이 있지요.

이렇게 네 가지를 약한 것부터 강해지는 쪽으로 가는 순서대로 썼습니다. 강상호작용이 제일 강하고 전자기가 그 다음, 중력이 가장 약합니다. 우리가 볼 때는 중력이 제일 강한 것 같죠? 모두 결정적으로 중력의 영향을 받고 살잖아요. 우리는 핵력, 강한 힘하고는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의 역할 때문에 사는 겁니다. 왜냐면 원자가 존재 할 수 있는 것이 강한 힘 때문입니다. 우리 몸을 포함한 물질의 존재 자체가 강한 힘에 의존하고 있는 거지요. 물론 현재 우리가 쓰는 전기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핵발전도 강한 힘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본입자들의 아주 작은 세계에서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비교해보지요. 기본입자의 종류나 에너지에 따라 다르지만 강한 힘의 크기를 1이라고 하면 전자기힘의 크기는 대략 10-2, 곧 100분의 1 밖에 안 됩니다. 약한 힘은 10-14 밖에 안 되니 말하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그러면 중력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요? 여기에 양성자가 두 개 있다고 합시다. 양성자는 서로 힘을 주고받는데, 쿨롱 힘, 곧 전기력으로 밀치는 반면에 중력에 의해서로 끕니다. 두 가지 힘의 비가 얼마나 될까요?

고등학교 수준의 물리를 공부했으면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양성자의 질량 m, 전기량 e, 두 양성자 사이의 거리 r이 주어지면 전기력은 쿨롱의 법칙(Coulomb's law) FE = ke2 / r2 으로 주어지고 중력은 뉴턴의 중력 법칙 FG = Gm2 / r2 으로 주어집니다. 따라서 두 힘의 비는 FG / GE = Gm2 / Ke2 으로 되고 쿨롱상수 k 와 중력상수 G의 값을 넣으면 바로 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중력을 전기력과 비교해보면 10-38 입니다. 강한 힘하고 비교하면 10-40 이지요. 강한 힘은 그만두더라도 전기력과 비교해도 중력은 있으나마나한 겁니다. 물리학에서 10-38 이라는 수는 사실상 0 이나 마찬가지지요.

그런데 일상에서 우리는 중력을 고려하지, 약한 힘이나 강한 힘은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이 두 가지 힘은 작용하는 범위가 매우 짧기 때문입니다. 강한 힘 같은 경우에는 10-15 m 이내에서만 작용합니다. 이는 원자핵의 크기이니 결국 두 알갱이가 핵 안에 있을 때란 얘기지요. 바깥에 나오면 작용하지 않습니다. 약한 힘은 더 짧아서 10-17 m 정도 될 겁니다. 이렇게 두 가지 힘은 엄청나게 짧은 거리에서만 작용하니까 우리 일상생활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반면에 전자기력과 중력은 멀리까지 힘이 미칩니다.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니까 거리가 두 배가 되면 힘은 4분의 1로 줄지만 그래도 멀리까지 미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의 중력이 지구까지도 미치는 거지요.

강한 힘은 쿼크에 작용합니다. 쿼크끼리 강상호작용하는 거지요. 다시 말하면 하드론, 곧 바리온과 중간자에 핵력이 작용하는 것은 결국 쿼크끼리 상호작용하는 것입니다. 약한 힘은 렙톤에 주로 작용하고 일부 쿼크에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전자기힘은 쿼크나 렙톤에 상관없이 전기량을 지니고 있으면 작용하지요. 쿼크는 전기를 띠고 있고, 렙톤은 전기량이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습니다. 전기를 띤 것들에만 작용합니다. 끝으로 중력은 질량을 갖고 있으면 다 작용합니다. 적용범위가 가장 넓어서 사실상 모든 알갱이들 사이에 작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자기힘과 크기를 비교하면 중력은 있으나마나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중력이 절대적으로 작용합니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이나 밀물과 썰물,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것 등이 모두 중력에 의한 현상입니다.

아무튼 자연에는 이러한 네 가지 상호작용이 있고, 이를 앞에서는 크기의 순서로 말하였습니다. 그러면 전자기힘, 약한 힘, 강한 힘, 중력은 무슨 순서일 것 같아요? 이건 이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순서입니다. 전자기힘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고, 반면에 중력을 가장 이해 못하고 있습니다. 좀 의아하지요?

전자기힘을 전해주는 게이지입자가 바로 빛알이라고 했지요. 질량은 없고 스핀이 1입니다. 약상호작용을 매개하는 게이지입자로 W+, W-, Z00 가 있는데 이들은 질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상호작용을 매개하는 붙임알도 스핀은 1이고 질량은 없지요. 쿼크처럼 빛깔을 지니므로 하드론에 가둬져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중력을 매개하는 것이 중력알로 관측하지 못했으나 스핀이 2이고 역시 질량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이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게이지입자들입니다. 빛알은 한 가지지만 약상호작용을 매개하는 게이지입자는 세 가지이고, 강상호작용의 붙임알은 여덟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해석은 현재 표준모형(standard model)이라고 부르는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이미 첫 강의에서 이를 표로 정리한 그림을 보여주었지요. 양자마당이론을 통해 얻어낸 결과로서 W 및 Z 게이지입자를 정확히 예측하였으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고, 특히 중력을 기술하지 못하므로 불완전한 이론입니다.

그런데 전기(electric)면 전기고 자기(magnetic)면 자기지, 왜 전자기(electromagnetic)라고 부를까요? 자기에 관해서 영구자석을 연상하기 쉽지만 전자석도 있지요. 전기를 흘리면 자석이 되는 겁니다. 이를 통해 짐작할 수 있지만 전기와 자기는 본질적으로 한 가지입니다. 관측자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지요. 한 가지이니 합해서 전자기라고 이름을 붙인 겁니다. 이를 확증한 것이 바로 맥스웰의 전자기이론이지요.

이에 따라 다른 힘들도 합쳐 볼 생각을 했습니다. 원래 다른 것으로 알았던 전기와 자기가 하나이듯이, 자연에 있는 네 가지의 상호작용도 사실은 한 가지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입니다. 처음에 전자기상호작용과 약상호작용을 하나로 묶어서 전기약상호작용(electro-weak interaction)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한 가지로 이해할 수 있게 된 거지요. 이걸 제안한 사람 이름을 따서 와인버그-살람(Weinberg-Salam) 모형이라 부르는데 살람(Abdus Salam)은 파키스탄 출신으로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물리학에서 파키스탄이 우리나라보다 앞선 듯 보이네요.
▲ 압두스 살람(Abdus Salam: 1926-1996). 파키스탄의 이론물리학자로 1979년 약전자기이론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다음으로 강상호작용까지 합치려고 노력하게 됐고, 이걸 대통일이론(Grand Unified Theory)이라 부릅니다. 약자로 보통 GUT라고 하는데 1014 GeV 이상의 매우 높은 에너지에서는 세 가지 상호작용이 하나로 융합되리라 기대합니다. 대체로 표준모형에 기초해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으나 아직 완성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실험적 검증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하물며 중력은 더욱 어렵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중력을 제일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반대입니다. 나중에 강의하겠지만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general theory of relativity)이 바로 중력을 다룹니다. 그러나 이는 고전역학의 영역이고 양자역학이라는 현대물리학의 관점에서 이른바 양자중력(quantum gravity)은 아직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본질적으로 짧은 길이에서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정합적으로 융합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물리학자들은 중력까지 합쳐서 네 가지 기본상호작용을 하나의 틀로 해석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면 대칭성이 더 커지고, 더 아름답게 되지요. 다시 말해서 자연을 해석하는 보다 보편적인 이론, 궁극적으로 하나의 보편이론을 만들고 싶은 것입니다. 이런 것이 더 좋은 이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들게 된다면 매우 행복해하겠지요.

모든 것의 이론

중력까지 포함해서 기본상호작용을 통합하는 이론을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이라고 부릅니다. 약자로 TOE 라고 쓰는데 이를 만들려고 노력하는사람이 세계적으로 아주 많이 있습니다. 여기에 유력하다고 믿고 있는 이론이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입니다. 기본입자들이 점이 아니라 사실은 끈이라는 거예요. 많은 경우에 끈은 열려 있는 게 아니라 닫혀져서 고리를 이루며, 크기가 앞에서 소개한 플랑크 길이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들뜸(excitation)을 통해 기본입자들과 기본상호작용을 잘 기술할 뿐 아니라 크기가 유한하므로 당연히 특이점(singularity)을 피할 수 있고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을 화해시킬 수 있지요.

우리가 관측하는 우주의 공간은 3차원이고 시간이 더해져서 4차원의 시공간(space-time)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초끈이론이 일관성을 가지려면 우주의 시공간은 10차원 (혹은 26차원)이어야 합니다. 그럼 우주는 지금 4차원인데 나머지 여섯 차원은 어떻게 됐을까요? 이른바 꽉채우기(compactification)라고 해서 아주 작은 세계로 말려들어갔다고 설명하지요. 이러한 초끈이론은 몇 가지 형태가 제안되었는데, 위튼(Edward Witten)에 의해 엠-이론(M-theory)이라 부르는 11차원 이론으로 통합할 수 있음이 알려지면서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끈에서 막(membrane)으로 올라갔다고 할까요. 더 나아가서 디-브레인(D-brane)으로 일반화되기도 했고 양자중력에 관해서 홀로그래피 원리(holographic principle)라는 가설이 제안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끈이론이 바로 TOE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TOE가 아니라 TON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TON은 "Theory of Nothing"이란 뜻이지요. 글쎄요,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끈이론은 사실상 실험적으로 검증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반증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포퍼의 견해를 따른다면 제대로 된 이론이라 보기 어렵겠네요. 그런데 끈이론이 설사 기본상호작용을 통합하는 이론으로서 타당하더라도 실제 대부분 자연현상의 해석에는 직접 관련이 없고,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사실 자연의 본질에 대한 인식에서 환원주의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 어차피 TOE란 전혀 합당하지 않아 보입니다.

(매주 화, 목, 금 연재)

* 이 연재기사는 지난 2008년 12월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라는 제목의 책으로(책갈피 출판사) 출판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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