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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영의 과학이야기] <15> 물리학과 물질세계 <하>

빛: 전자기파와 빛알

물질의 기본 구성에 대해서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 더욱 흥미로운 문제들이 생겨났습니다. 이른바 기본입자라는 문제인데, 먼저 빛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빛의 정체가 뭘까요? 빛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지요. 우리가 정보를 얻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게 빛입니다. 감각기관을 통해서 정보를 얻는데 청각이나 후각, 미각을 통해서도 얻지만 시각을 통해서 얻는 정보가 월등히 많습니다. 보지 못하는 게 가장 힘들잖아요. 음악을 틀어놓고 공부하는 사람은 있지만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공부한다는 건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지요. 공부하지 않겠단 얘기입니다. 우리 두뇌에서 정보를 처리할 때 청각으로 들어오는 정보는 공부하면서 얻는 정보와 같이 처리할 수 있지만 시각으로 들어오는 정보는 워낙 양이 막대하기 때문에 동시에 다른 걸 처리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여튼 빛이 매우 중요한데, 빛의 정체, 본질을 고등학교 물리에서 어느 정도 배웠겠지요. 아마 파동이라고 배웠을 것입니다. 실제로 빛이 파동이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아주 오래 전부터 이미 논의되었지요. 17세기에 호이겐스(Christiaan Huygens)가 빛이 에돌이(diffraction)―한자어로는 회절―한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도중에 장애물이 있으면 에돌아간다는 거지요. 에돌아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요? 송강 정철의 가사에 나오는데, 산이 있으면 물이 에돌아간다, 넘어가지 못하고 돌아간다는 것이지요. 에돌이는 일반적으로 파동의 특성입니다. 가장 낯익은 파동이라 할 소리는 에돌아감을 모두 압니다. 담벼락 뒤에 숨어서 얘기해도 들리지요. 물론 장애물을 진동시켜서, 곧 직접 통해서도 나갈 수 있지만 대부분 경우에 소리는 장애물을 에돌아갑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소리의 그림자는 없지요.

소리와 달리 빛이 에돌아간다는 사실을 느끼기는 쉽지 않습니다. 빛이 잘 에돌아가면 그림자가 없어야 할 텐데 실제로는 그림자가 있지요. 그림자가 있다는 건 빛이 직진, 곧 똑바로 감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사실은 빛도 에돌이를 하는데 소리와 달리 워낙 약하기 때문에 보기가 어려운 겁니다. 일반적으로 파길이(파장; wavelength)가 긴 파동이 잘 에돌아갑니다. 소리는 파 길이가 수십 센티미터에서 수십 미터에 이를 수 있으나 빛은 마이크로미터보다도 짧아서 에돌이가 매우 약합니다. 그러나 면도날 같이 날카로운 것의 그림자를 잘 보세요. 그림자가 아주 선명하진 않습니다. 그게 에돌이의 증거입니다.

에돌이에 더해서 19세기에 들어오면서 영(Thomas Young)이라는 사람이 빛이 간섭(interference)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간섭이란 말 그대로 서로 간섭한다는 건데, 두 줄기의 파동이 와서 만나면 강해질 것 같지만 때로는 약해지기도 합니다. 예컨대 물결파, 곧 파도가 한 줄기 오고 또 다른 줄기가 와서 만나는데 수면이 가장 높은 마루와 마루, 가장 낮은 골과 골이 만나면 파도가 커집니다. 그러나 서로 엇갈리게 마루와 골이 만나면 서로 상쇄시켜서 없어져 버리지요. 이같이 둘이 만날 때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강해지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하는 현상이 간섭입니다. 파동이 아니면 이렇게 될 수 없지요. 이러한 간섭 현상은 파동의 특징입니다.
▲ 빛의 간섭 실험

영은 소리와 마찬가지로 빛도 간섭을 한다는 것을 겹실틈 실험(double-slit experiment)을 통해 보였습니다. 그림 3에서 왼쪽에서 빛을 쬐어서 실틈 S0를 거쳐서 두 줄기 빛이 각각 실틈 S1과 S2를 지나가게 합니다. 빛은 각 실틈에서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가서 스크린에 도달합니다. [물결파처럼 생각하면 되겠으나 실제로 3차원 공간에서는 원이 아니라 공 모양으로 퍼져나가지요.] 그러면 스크린에서 위치에 따라 두 줄기 빛이 B에서처럼 마루와 마루끼리 (그리고 골과 골끼리) 만날 수 있고, 또는 D에서처럼 마루와 골이 만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B에서는 빛이 강해져서 밝아지고 D에서는 약해지므로 어두워집니다. 결과적으로 그림 왼쪽에 보인대로 빛이 밝았다 어두웠다 하는 이른바 간섭무늬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실험을 통해 빛이 파동임을 확증하였지요.

파동이란 무엇인가가 진동하는 겁니다. 파동에 해당하는 물질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물질의 진동이 퍼져나가는 걸 파동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소리는 무엇이 진동을 하는 거죠? 일반적으로 공기가 진동하는 거지요. 공기 자체가 퍼져나가는 것은 아니고 그 진동이 퍼져나가는 겁니다. 공기가 퍼져나가는 것은 소리가 아니라 바람입니다. 바람이 없어도 소리는 퍼져나가지요.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어떻게 되죠? 파문이 일지요. 그 물결파도 역시 물이 움직여오는 게 아닙니다. 물이 오는 거라면 호수 가운데는 물이 얕아지고 가장자리는 넘쳐나야 되겠네요. 실제로 물은 제자리에서 진동할 뿐이고 그 진동이 퍼져나가는 게 물결파입니다. 결국 공기가 진동하는 게 소리고 물이 진동하는 게 물결파지요. 그런데 빛이 파동이라면, 빛은 무엇이 진동하는 것일까요? 전자기마당입니다. 빛은 전기마당과 자기마당이 진동하면서 퍼져나가는 이른바 전자기파(electromagnetic wave)라는 겁니다. 이를 이론적으로 규명한 사람이 맥스웰이지요.

물리학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업적을 이룬 사람을 몇 꼽는다면 뉴턴, 맥스웰, 볼츠만, 아인슈타인일 터이고, 아마도 슈뢰딩거 정도 더 넣을 수 있을 듯합니다. 맥스웰은 전자기파 이론을 완성해서 이론적으로 빛의 실체를 밝혔습니다. 19세기 후반에 헤르츠(Heinrich R. Hertz)가 이를 실험적으로 검증했지요. 곧, 맥스웰 이론을 바탕으로 해서 전자기파를 실제로 만들어내었고, 그것이 다름 아닌 빛이라는 걸 밝혔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1초에 진동하는 회수, 곧 진동수(frequency)의 단위를 헤르츠(Hz)로 씁니다.

전자기파, 곧 빛은 파길이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빛(visible light) - 한자어로는 가시광선 - 에는 '빨주노초파남보'라고 외우는 무지개 빛깔이 있는데 빛깔마다 파길이가 다릅니다. 빨강하고 보라 중에 어느 쪽이 파가 더 긴 거죠? 빨강이 더 깁니다. 그래도 1 μm 보다도 짧지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빨강보다 더 긴 빛도 있는데 토박이말로 넘빨강살(infrared)이라 부르지요. 빨강 넘어서 있다는 뜻입니다. 한자어로는 적외선이라고 합니다. 비슷하게 보라 넘어서 파길이가 더 짧아 보이지 않는 빛이 넘보라살(자외선; ultraviolet)이고, 넘보라살보다 더 짧게 10-10 m 정도 되는 녀석이 엑스선(X-ray)이지요. 그보다도 짧은 게 바로 감마선입니다. 한편, 넘빨강살보다 파길이가 더 긴 전자기파에 마이크로파(microwave)가 있습니다. 집에서 전자레인지(microwave oven)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마이크로파를 이용하여 음식을 뜨겁게 하지요. 파 길이가 수 미터에서 수십 미터로 긴 녀석은 보통 전파(radio wave)라고 부릅니다. 파길이에 따라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방송에 씁니다.

일반적으로 파동은 한번 진동할 때 파길이 만큼 나아가므로 파동의 빠르기는 진동수와 파길이의 곱으로 주어집니다. 전자기파, 곧 빛의 경우 빠르기는 30만 km/s로 일정하므로 진동수와 파길이는 반비례하게 됩니다. 예컨대 파길이가 600 nm인 빛은 진동수가 500 THz나 되지요. 에프엠(FM) 방송에서 쓰는 범위인 진동수 100 MHz의 전자기파는 파길이가 훨씬 길어서 3 m입니다.
▲ 제임스 맥스웰(1831-1879 James Clerk Maxwell)

이같이 19세기 후반에 빛은 파동이라고 확증했는데, 20세기에 들어와서 새로운 문제가 생겼습니다. 빛전자효과(광전효과; photoelectric effect)라고, 쇠붙이에 빛을 쬐면 전자가 나오는 현상을 관측했는데, 쬐어 주는 빛을 바꾸면서 전자가 어떻게 튀어나오는지 조사해 보았지요. 예컨대 빛의 세기나 파길이를 바꿔 봤습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빛은 파동이 아니라 어떤 알갱이들처럼 거동하는 듯 보이는 현상들이 나타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컴프턴 효과(Compton Effect)라는 더 직접적인 현상이 관측되었습니다. 빛을 전자에다 쏘아 봤더니 놀랍게도 빛과 전자가 마치 당구공이 부딪힌 것처럼 움직이더란 겁니다. 당구가 사실 물리 공부에서 중요하지요. 당구공이 서로 충돌하면 고전역학에 입각해서 흩어집니다. 아무튼 이는 빛이 운동량을 가지고 에너지도 가지는 알갱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 준 겁니다. 그래서 빛이 알갱이들의 흐름이라고 생각하고, 빛알(photon)이라는 이름을 붙였지요. 한자어로는 광자(光子)라고 합니다.

앞에서 대칭성에 대해 이미 소개했지요. 비로소 대칭성을 제대로 논의할 때가 되었습니다.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요소로서 먼저 원자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원자가 기본이 아니고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된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런데 원자핵도 기본이 아니라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졌다는 걸 알게 되고, 따라서 기본입자가 양성자, 중성자, 전자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런 것은 물질을 구성하는 알갱이니까 물질입자라고 부릅니다. 이와 달리 빛은 전자기파로 알고 있었는데, 다시 알갱이로서 빛알이 있다고 볼 수 있게 된 거지요. 결국 기본입자에는 물질입자들과 빛알이 있는데 이런 것들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러한 관련은 대칭성을 이용해서 분석하면 편리합니다. 아무렇게 마구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조직적으로 이해해보자는 거지요.

학생이 많을 때 아무렇게나 놔두는 것보다 잘 분류해보면 편리하잖아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예컨대 안경을 꼈는지, 성이 뭔지, 키가 어느 정도인지, 여자인지 등 어떤 성질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게 편하겠지요. 아니면 어느 학과냐, 이런 식으로요. 마찬가지로 이른바 기본입자들이 많이 얻어졌는데, 어떠한 성질에 맞춰서 구분하는 게 편리하겠지요. 그것이 바로 대칭성입니다.

(매주 화, 목, 금 연재)

* 이 연재기사는 지난 2008년 12월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라는 제목의 책으로(책갈피 출판사) 출판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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