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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아름답다

[최무영의 과학이야기] <2> 과학이란 무엇인가 <중>

과학의 아름다움

다시 문화유산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은 유명한 문화유산을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와 같은 책을 보고, 그 책에 나온 곳을 직접 가서 본다고 합시다. 유명한 문화유산에 어떤 것들이 있나요? 앞서 종묘나 수원 화성을 언급했고, 석굴암도 있죠. 내가 좋아하는 백제 금동향로, 마애삼존불도 있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어요? 예를 들어 상감청자 같은 것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학생: 어떻게 만들었는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무형문화재에 대해 생각해볼까요? 우리나라나 서양의 고전음악, 예컨대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음악이나 우리 전통음악을 들으면 어떤가요? 지루하다는 생각이 드나요? 또는 고흐(Vincent van Gogh)나 피카소(Pablo R. Picasso)의 그림을 보면 어때요? 아무 느낌 안 들어요? 대답이 없군요.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체로 음악·미술 같은 분야에 대한 소양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는 학생들 책임이라기보다 교육의 문제가 아닐까 해요. 특히 중·고등학교 교육이 오직 대학입시만을 위해서 파행적으로 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음악·미술처럼 대학입시와 관련이 없는 과목은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는 것 같아요.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적어도 지금 학생들보다는 더 나은 교육을 받은 것 같아요.

아무튼 문화유산에 대한 느낌에 어떤 답이 있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어떤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현악사중주나 가야금 연주를 듣는다든지, 석가탑을 바라본다든지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을 지켜보면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요. 이러한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에 관련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앞서 말했듯이 과학이 문화유산의 근간이고, 특히 과학도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사실입니다.

과학이라 하면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과학은 상당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학문입니다. 과학의 아름다움이란 여러 의미로 나타나지요.

아름다움의 표상 중 하나로 대칭성(symmetry)을 들 수 있습니다. 자연과학에서 현상의 실체로서 상정한 모든 물질은 그것을 이루는 구성원(constituent), 그리고 그들 사이에 상호작용(interaction)에 의해 정해지지요.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알갱이(입자: particle)를 기본입자(elementary particle)라고 부릅니다. 이에 따라 물질은 흔히 분자(molecule)로 이루어져 있고, 분자는 다시 원자, 그리고 원자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의 기본입자들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면 편리합니다. 이러한 기본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기본 상호작용'이라 부르는데, 이런 것들은 대칭성으로 특징지을 수 있습니다. 마치 주기율표처럼 말입니다. 여러분 주기율표 기억하죠? 그걸 외우느라 지긋지긋했는데, 수소, 헬륨, 리튬, 베릴륨, 붕소 등 순서를 수-헤-리-베-붕-탄-질-산-……,이런 식으로 외웠던 기억이 나네요. 주기율표는 원소를 성질의 대칭성에 따라 배열한 것입니다. 그렇게 성질에 맞도록 배열하다 보면 비어있는 자리가 있고, "아, 여기에 들어갈 어떤 원소가 있겠구나" 해서 찾아낸 원소들도 있습니다. 주기율표에서 기술하는 원소처럼 기본적인 알갱이, 즉 양성자와 중성자, 전자 같은 것들도 대칭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질을 이루는 기본입자들은 렙톤(lepton)과 하드론(hadron) 두 가지로 분류합니다. 원래 렙톤은 가벼운 알갱이이고 하드론은 무거운 알갱이라는 뜻이지만, 렙톤이라고 반드시 가벼운 건 아니지요. 렙톤은 6가지 종류가 있으며 대표적인 것으로 전자, 중성미자(neutrino)는 가벼운 입자들입니다. 하드론에 속하는 것으로는 양성자(proton), 중성자(neutron), 그리고 다양한 야릇한 입자(strange particle)들이 있습니다.

렙톤은 6가지밖에 없지만 하드론 중에 야릇한 입자들은 종류가 매우 많습니다. 몇 가지나 될까요? 그 수는 시간의 함수입니다. 자꾸자꾸 새로운 것이 발견된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기본입자는 현재 200 가지가 훨씬 넘습니다. 야릇한 녀석들이 워낙 많아서 그렇지요. 그런데 "기본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종류가 많아 보이네요. 그래서 "우리가 기본입자라고 여겼던 알갱이들이 사실은 기본적인 것이 아니라 더 기본적인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구체적으로 200 가지가 넘는 하드론들은 더 간단한 기본 알갱이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쿼크(quark)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쿼크는 6가지가 있는데, 그 이름들을 재미있게 붙였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죠.

다음으로, 주어진 알갱이에 대해 그 반대 알갱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질량 등의 성질은 음(-)전기를 띤 전자와 똑같은데 양(+)전기를 띠고 있는 알갱이가 있으며 이를 양전자(positron)라고 부릅니다. 마찬가지로 음전기를 지닌 반대양성자(anti-proton) 또는 음양성자는 양전기를 지닌 양성자와 다른 모든 성질이 똑같지요. 그런 것들을 반대입자(anti-particle)라고 부르는데, 입자와 반대입자 사이에는 놀라운 대칭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기본입자들은 서로 작용하는데, 그들 사이의 기본상호작용(fundamental interaction)은 모두 네 가지가 있습니다. 우주의 모든 상호작용 또는 힘은 결국 이 네 가지 중에 하나지요.

첫째가 중력(gravitation)이고, 둘째로는 전기력과 자기력을 합하여 전자기힘(eletromagnetic force)입니다. 그 다음은 약한 힘 또는 약상호작용(weak interaction)인데, 이것은 우리 일상생활과는 관계가 없고 원자핵 속에서 존재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핵력(nuclear force)이라고도 부르는 강상호작용(strong interaction)이 있는데, 이것은 말 그대로 매우 강합니다. 핵폭탄이 왜 그렇게 파괴력이 엄청난가 하면 바로 이 '강상호작용'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지요.

알갱이들끼리 이러한 상호작용을 어떻게 할까요? 상호작용을 매개해 주는 알갱이들이 또 있는데, 그들을 게이지입자(gauge particle)라고 부릅니다. 전자기힘을 전달해 주는 알갱이가 바로 빛알(photon)이지요. 중력을 전달해 주는 알갱이는 중력알(graviton)이라고 부릅니다. 지구와 태양이 서로 중력알을 계속해서 주고받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 중력이 작용한다고 생각하자는 것이지요. 그리고 더블유(W)와 지(Z)라는 알갱이들이 약한 힘을 전달해주는 게이지입자이며, 강한 힘은 붙임알(gluon)이라고 하는 게이지입자들이 전달합니다.
▲ 기본입자와 상호작용의 표준모형

이 모든 것들이 지닌 대칭을 정리한 이른바 표준모형(Standard Model)을 그림 4에 나타내었습니다. 나중에 더 자세히 강의하겠지만 렙톤과 쿼크, 게이지입자들과 함께 중력, 전자기힘, 약한 힘, 강한 힘의 네 가지 상호작용을 보여줍니다. 하드론인 중성자와 양성자는 각각 세 개의 쿼크로 이루어져 있지요. 쿼크가 세 개씩 모여 양성자와 중성자가 되고, 그것들이 모여서 원자핵이 되고, 원자핵 주위에 렙톤인 전자가 분포해서 전체가 하나의 원자가 되는 겁니다. 원자들이 모여서 하나의 분자를 이루는 거죠. 그리고 수많은 원자, 분자가 모여서 비로소 우리가 경험하는 물질을 이룹니다. 이러한 물질의 구성이 멋진 대칭성을 보이고 있어서, 우리가 상감청자를 보고 아름답다고 하듯이, 물리학자들은 이런 것을 보고 "아! 아름답다"라고 하지요.

물리 법칙(law of physics)이란 보편지식을 하나로 묶어놓은 것인데, 물질의 구성뿐 아니라 물리 법칙에도 대칭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자리옮김(translation) 대칭', '방향(orientation) 대칭', '시간진행(time translation) 대칭' 같은 것들이 있지요. 뉴턴(Issac Newton)의 운동 법칙 잘 알지죠? 보통 F=ma라고 쓰지요. 질량 m 인 물체에 힘 F 가 주어지면 그 물체는 가속도 a 를 가지게 되는데, 이 때 가속도는 힘에 비례하고 질량에 반비례한다는 내용입니다. 힘이 두 배, 세 배가 되면 가속도도 두 배, 세 배가 되고 질량이 두 배가 되면 가속도는 반으로 준다는 거지요.

이러한 운동의 법칙이 여기에서 성립한다면 공간을 이동하여 다른 곳에 가도 성립하겠죠? 한국에서 성립하면 러시아에서도 성립하고, 북극성에 가도 성립할 것입니다. 물론 안드로메다은하(Andromeda galaxy)에서도 성립하지요. 이것이 바로 '자리옮김 대칭'으로, 장소를 옮겨도 물리 법칙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방향 대칭'은 힘을 어느 방향으로 주면 그 방향으로 가속도가 생기는데, 다른 방향으로 주면 마찬가지로 힘의 방향으로 가속도가 생긴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방향을 바꾸어도 변하지 않는다는 거지요. '시간진행 대칭'은 운동의 법칙이 오늘 성립하면 내일도 성립한다는 겁니다. 100년 후에도 성립할 테고, 10,000년 전에도 성립했다는 것이지요.

다음으로 전하켤레 변환(charge conjugation)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양전기와 음전기를 서로 바꾼다는 말인데, 입자와 반대입자 사이의 대칭을 뜻하는 겁니다. 홀짝성(parity)은 '오른손-왼손 대칭'을 말하는 거지요. 모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라는 이야기 읽어보았죠? 지은이는 캐롤(Lewis Carroll)인데, 본명은 돗슨(Charles L. Dodgson)이며 사실 수학을 공부했던 분입니다. 이 동화의 후편이 있는데 혹시 아는지요? ≪거울 속 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 Glass)≫라는 작품인데, 거울 속 나라에서 겪는 모험을 그렸지요. 거울 속 나라는 왼쪽과 오른쪽이 뒤바뀌어 있는데, 그 사이의 대칭을 기술하는 것이 홀짝성입니다. 나중에 논의하기로 하지요.

시간되짚기(time reversal)라는 것은 시간을 되짚어 가는 것, 즉 거꾸로 돌리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과거와 미래를 바꾸는 거지요. 과거와 미래 사이에 대칭이 있다고 하면 안 믿어지죠? 우리 경험으로는 분명히 대칭이 없지요. 우리는 계속 늙기만 하지 다시 젊어지지는 못합니다. 또한 과거는 기억하지만 미래를 기억(예측)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물론 서울 미아리 고개 근처에 있는 무슨 동양철학관, 곧 점치는 집에 가면 미래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제대로 기억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고, 아무튼 보통 사람들은 미래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왜 미래와 과거가 다르냐 하는 겁니다. 우리가 공을 던지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지요. 그런데 이를 캠코더로 찍어서 거꾸로 돌려 재생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실제와 반대로 날아가는 것으로 보이겠지요.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보면서 이상하게 느끼지는 않을 겁니다. 당구 잘 치는 학생 있나요? 당구공이 굴러가는 것을 캠코더로 찍어서 거꾸로 재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물론 큐로 공을 치는 순간을 빼면 말이죠. 이러한 현상은 시간되짚기 대칭 때문입니다. 위치를 시간에 대해 한 번 미분한 것이 속도이고, 두 번 미분하면 가속도가 되지요. 시간되짚기를 하면 시간에 (-)부호가 생기므로 시간에 대해 한 번 미분하면 (―)부호가 붙어서 속도의 방향이 반대로 되지요. 그러나 한 번 더 미분하면 (―)부호가 없어집니다. 따라서 시간을 거꾸로 돌려도 가속도는 그대로이고, 결국 운동의 법칙은 시간되짚기에 대해 대칭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에서는 과거와 미래가 분명히 다르지요. 이러한 시간비대칭(time asymmetry)은 아주 흥미로운 문제입니다. 엔트로피(entropy)라든가 열역학 둘째 법칙(second law of thermodynamics) 같은 것과 관련이 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논의하기로 하겠습니다.

자연과학은 인간이 자연을 해석하는 것인데, 특히 물리학에서는 자연을 해석할 때 대칭성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해석의 체계에서 '아름다움'도 추구하는 것입니다. '에너지 보존'이라는 표현 많이 들어봤죠? 뒤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보존conservation'은 '대칭'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에너지가 보존된다는 것은 사실 '시간진행 대칭'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비슷하게 '운동량 보존'은 '자리옮김 대칭'을 가리키는 겁니다.

이제 문화유산과 자연과학을 비교해 봅시다. 아래 보인 바흐(Johann S. Bach)의 ≪푸가(Die Kunst der Fuge)≫ 악보에는 재미있는 대칭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리옮김 대칭' 또는 '시간진행 대칭'이 있지요. 시간되짚기 대칭을 지닌 음악도 있습니다. 장난스러운 시도인데 누가 작곡했을까요? 장난꾸러기 같은 느낌을 주는 음악가 하면 생각나는 사람인데 짐작하겠지만 바흐나 베토벤은 아닐 터이고, 바로 모차르트(Wolfgang A. Mozart)입니다. 그런데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모차르트는 상당히 혁명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 바흐, ≪푸가≫, BWV 1080

미술에서는 어떨까요? 다음에 보인 것은 프란체스카(Piero della Francesca)라는 미술가의 그림입니다. 어때요? 아름다움이 느껴져요? 이 그림에서 대칭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래 도표에 그림에 담겨진 대칭을 분석해 놓았지요. 많은 아름다운 그림에는 흔히 대칭이 숨어있습니다. 오른쪽 사진에는 도자기가 있네요. 아마 그리스 시대의 것 같습니다. 여기 두 사람의 마라톤 선수가 있고, 그들 사이에는 '자리옮김 대칭'이 있는데 흥미롭게도 그 대칭이 살짝 깨져 있습니다. 두 사람이 똑같이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발을 들고 있는 각이 조금 다릅니다. 여기서 대칭이 깨져 있는 것은 운동량 보존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운동량이 보존되지 않으면 속도가 일정하지 않다, 곧 가속도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역동적으로 보입니다. 설명을 듣고 보면 마라톤 선수가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요? 그러니까 도자기를 만든 예술가는 자연과학에 조예가 깊었나 봅니다.
▲ 프란체스카의 그림(위)과 대칭을 분석한 그림(아래). 그리스 시대 도자기에 그려진 두 마라톤 선수의 그림.

(매주 화, 목, 금 연재)

* 이 연재는 지난 2008년 12월, '책갈피' 출판사에 의해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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