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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역사적' 참패…여소야대라는 '낯선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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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아베의 '역사적' 참패…여소야대라는 '낯선 경험'

'백척간두' 위기의 아베…개헌 드라이브는 급제동

'참의원 최초의 여소야대'
'민주당, 최초로 참의원 내 1당 등극'
'양대 정당화 추세 고착'


29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가 자민당에게 '역사적인' 참패를 가져다주며 끝이 났다. 자민당의 원내 과반수가 무너지는 대신 민주당은 사상 최대의 압승을 거두며 원내 1당으로 발돋움했다.

아베 신조 내각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이 대패함에 따라 아베 총리에 대한 퇴진 압박이 표면화할 것으로 보여 향후 일본 정국은 미증유의 혼란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베 내각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2010년 개헌 목표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 외교'를 중시하는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 대표가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함으로써 한국, 중국, 북한 등과의 관계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자민당-민주당 양당 체제 뚜렷

6년 임기의 참의원 정수의 절반인 121명을 새로 뽑은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27석이 줄어든 37석을 얻는데 그쳤다. 자민당이 우노 소스케 전 총리를 퇴진시켰던 지난 1989년 참의원 선거(36석)에 이은 사상 두 번째 참패다.

연립정권 파트너인 공명당도 3석이 줄어든 9석만을 차지해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차지한 의석이 46석(자민37+공명9)이 됐다.

이로써 자민·공명 양당은 비개선(이번 선거 대상이 아닌 의석) 58석을 포함, 104석으로 원내 과반수(122석)에 크게 못 미쳤다. 여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들을 끌어들이더라도 과반수 달성이 불가능하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당초 목표(55석)를 초과하는 60석을 획득했다. 이로써 민주당은 비개선 49석을 포함해 총 109석으로 자민당을 제치고 원내 제1당에 올랐다. 이로써 참의원 의장과 운영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원장을 차지하기 때문에 참의원 운영의 주도권을 잡게 됐다.

자민당이 참의원 내 제1당 자리를 내주기는 이번이 처음이고, 야당이 의장을 차지하기도 처음이다.

'포스트 아베' 시나리오 봇물

의회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에서 총리를 결정하는 것은 하원격인 중의원의 의석 분포다. 따라서 참의원 1당을 야당에 내줬다고 해서 총리가 교체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89년 우노 총리가, 98년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가 참의원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투표일 다음날 사임했던 전례로 볼 때 아베 총리에 대한 사임 압력도 당 안팎에서 들끓을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하시모토 총리 퇴임 당시 44석에도 훨씬 못 미치는 의석을 확보했다. 선거 전 아베 총리가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이 40석으로 여겨졌던 것에 비춰 볼 때 여권 내부에서도 퇴임 압력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29일 저녁 기자단에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러나 앞으로 교육 개혁 등 개혁 과제를 진전시키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계속 정권을 맡을 것이다"며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아베가 낙마할 경우 차기 자민당 총재로 거론되는 아소 다로 외상, 다니카기 사다카즈 전 재무상,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 등에 대해 '총리감이 아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고, 자민당 내 파벌을 거중조정할 '킹메이커'가 없다는 점은 아베가 자민당 총재직 수성을 점치는 근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 간사장은 "아베 총리의 정치에 대해 국민들이 강한 불만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이번 완승을 발판으로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 실시를 위해 아베 정권을 몰아붙일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만약 아베 총리가 사임 압력을 못 견디고 물러날 경우 '8월 말 혹은 9월 초 자민당 총재 선거 후 1년 내에 중의원을 해산 및 총선'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의 후견인인 모리 요시로 전 총리도 "참의원에서 야당 의석이 과반수를 넘어서면 중의원에서 넘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 계속해서 몰린다면 중의원을 해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약점 공격한 오자와의 승리

자민당은 2명을 뽑는 중선거구에서는 민주당과 의석을 나눠 가졌으나 승부의 분수령이 된 전국 29개 소선거구(1인 선출)에서는 민주당에 완패를 면치 못했다.

최대 패인은 선거를 앞두고 불거져 나왔던 5000만 건 연금 기록 분실 사태였다. 또한 아베 내각 각료들의 잇단 실언, 그리고 정치자금 문제와 농림수산상의 자살 등이 겹쳐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아베 총리는 부패와 실언으로 얼룩진 각료들을 해임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오히려 발언을 옹호함으로써 '임명권자인 총리의 책임이 더 크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또 "참의원 선거는 기본적으로 정권을 선택하는 선거가 아니다"라며 책임 회피적인 자세를 보인 것도 표심을 잃은 요인이었다.

아베는 또 개헌,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등 이른바 '전후체제 탈피' 노선을 주장했지만 연금기록 분실 파문과 잇단 실언에 묻히면서 "국민 실생활을 최우선하겠다"는 민주당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편 오자와 민주당 대표가 '격차 문제'를 쟁점화했던 것도 성공적이었다. 격차 문제는 주로 지역간 소득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오자와는 지방을 돌며 "약자가 버려지고 지방이 버려지는 정치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농촌과 지방 소도시에 분포된 1인 선거구의 표심을 사로잡았고 자민당의 텃밭이었던 규슈, 시코쿠, 주고쿠 등 서부지역의 표심을 돌려세웠다.

참의원 선거 결과 지켜보겠다던 北도 태도 바꿀까

자민당의 패배가 가져온 가장 중요한 영향은 2010년 개헌 추진의 동력이 상실됐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참의원을 통과하면서 확정된 국민투표법은 3년간의 개헌논의 동결 기간을 거쳐 2010년에나 개헌안 발의가 가능하도록 했다.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회부하려면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이날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의 의석을 합쳐도 과반수에 미달하는 상황이 되어 개헌안 발의조차 불가능하게 됐다.

아베 총리나 자민당이 당초 구상대로 2010년 개헌을 추진하려면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3분의 2 의석을 유지하고, 2010년 참의원 선거에서 역시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10 선거에서 그같은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선거 대상인 121석의 거의 대부분을 휩쓸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또한 '개헌이나 교육기본법 같은 이념적인 문제보다 실생활을 먼저 챙겨라'는 게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인 만큼 국민들의 지지라는 동력도 잃어버렸다.

한편 민주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정도 행사하면서 '미국 중시, 동아시아 경시'의 외교정책도 다소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의 우선 해결을 주장하며 북핵 2.13합의에 따른 경제·에너지 지원에 시종 경직된 태도를 보이는 일본의 자세에도 변화가 점쳐진다.

6자회담 북한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지난달 북한을 방문했던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의 만남에서 일본의 참의원 선거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방안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아베 총리가 낙마한다면 북한의 태도 변화도 예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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