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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YS식 대응은 안 된다"

[기획특집] '한반도브리핑' 필자 5인이 말하는 전망과 대책 <1>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지 사흘이 지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 제재결의안을 준비중이고, 미국은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고 있지만 군사적 제재의 여지도 내비치고 있다. 또 미국은 대북 제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한국과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라고 있다.

정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내용에 따라 대응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도 제재 참여 정도에 대한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당정간의 갈등도 고조되는 중이다.

보수여론은 북한의 핵실험이 김대중 정부 때부터 추진해 온 대북정책의 실패를 입증하는 것이라며 포용정책을 전면 폐기해야 한다고 공격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핵실험 첫날 "포용정책을 계속 주장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더니, 다음날부터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은 "포용정책이 무슨 죄냐"는 김 전 대통령의 항의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프레시안>은 이처럼 핵실험 발발 후 벌어지고 있는 총체적인 여론 분열과 정부의 혼란상을 극복하고 평화적인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한 전망과 대책을 '한반도브리핑' 필자 5명에게 의뢰했다.
▲ 한반도브리핑 필자들. 왼쪽부터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연철 고려대 연구교수, 박순성 동국대 교수, 서동만 상지대 교수, 임원혁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객원연구원 ⓒ프레시안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연철 고려대 연구교수, 박순성 동국대 교수, 서동만 상지대 교수, 임원혁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객원연구원 등 <프레시안> '한반도브리핑' 필자들은 △위기 지속 여부와 국면 전환 모멘텀 △한국의 제재 참여 정도 △위기 해소를 위한 외교적 노력 △핵실험과 포용정책의 인과관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문제 △핵실험이 미국 국내정치에 미치는 영향 등 6가지 주제에 대한 의견을 보내왔다. 두 차례에 걸쳐 나눠 그 내용을 소개한다.

"경색 불가피, '긴 호흡' 필요"…"北, 제 발로 6자회담 나올 수도"

이 위기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 필자들은 '단기적으로는 냉각과 긴장고조, 장기적으로는 대화 국면'이라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들은 대화 국면은 저절로 오지 않으며 국제사회, 특히 한국 정부의 주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의 일치를 봤다. 한국 정부의 노력이란 문제의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이 양자 접촉을 갖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현재 한국 정부가 갈피를 잡고 있지 못하다는 점. 서동만 교수는 "국면을 타개하는 데에서 소수 야당이나 국민들이 정부보다 성숙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가 이를 자산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하되, 정치권이나 시민사회도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가 대화 국면으로 바뀔 수 있는 모멘텀에 대해 필자들은 가깝게는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멀게는 한국과 미국의 대선을 꼽았다. 임원혁 박사는 "중간선거 후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북미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근식 교수는 미국을 압박할 더 이상의 카드가 마땅치 않은 북한이 '핵실험에 성공한 실질적 핵보유국'임을 자처하며 스스로 6자회담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미국의 반응과 상관없이 북한 스스로의 논리구조에 따라 자기 명분을 가지고 회담에 전격 복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순성 교수는 국면 악화의 변수로 강력한 유엔 대북제재의 결의, 미국 주도의 추가제재 실시, 추가 핵실험, 미국의 대북한 군사훈련 실시, 북한을 직접 겨냥한 PSI 훈련 등을 꼽았다.

반면 국면 완화의 변수로는 중국·러시아의 유엔 대북제재 완화 노력의 성과,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설득, 한국 정부의 남북경협 유지 및 대북포용정책 기조 불변 천명 등을 들었다.

'PSI 참여 반대'…제재는 가장 늦게, 가장 조심스럽게 참여해야

다음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움직임에 한국이 얼마나 참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

이에 대한 필자들의 의견 중 가장 분명한 것은 한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는 절대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모두는 이 점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높일 뿐이라는 것이다.

김연철 박사는 "한반도 해역에서 군사훈련이 실시되고 여기에 한국이 참여한다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극도로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원혁 박사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했을 때에도 해상봉쇄나 무차별적인 선박 검색 등 전쟁을 촉발할 만한 수준의 제재는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핵실험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유엔 결의안 이행에의 참여는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다만 제재의 수준은 적절해야 하고 평화적 해결의 가능성도 열어두는 식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제재의 목적도 북한을 붕괴시키는 게 아니라 북한의 핵포기와 협상을 통한 해결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순성 교수는 경제제재의 경우 한국 기업과 민간인에게도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만큼 "국제사회에서 가장 늦게, 가장 조심스럽게, 가장 최소한의 기준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적 지원에 대해 박 교수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부정적인 효과를 막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지금이라도 인도적 지원을 계속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철 교수도 "수해복구와 같은 인도적 지원 자체를 중단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근식 교수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등 포용정책의 기조와 관련된 것은 안보리 결의 내용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따진 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특히 개성공단은 우리가 독자적으로 먼저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YS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위기 해소를 위해 우리 정부가 추진해야 할 외교적인 노력에 대해 필자들은 핵문제가 본질적으로 북미 양자 간의 문제인 만큼 양자 대화를 중재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데에 모두 동의했다.

김연철 교수는 미국에 양자대화를 설득하는 논리로 "현재 북한의 초보적인 핵능력 상태에서 문제를 해결해야지 핵능력이 향상된 이후에는 훨씬 더 어려워진다는 점을 인식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를 위해서는 특사 파견, 남북정상회담 추진, DJ 방북 카드 활동 등 남북간의 화해·협력을 지지하는 세력들에게서 그간 제기됐던 방안들이 모두 나왔다.

또 13일 열릴 한중정상회담과 그 이후의 정책 추진에 대한 기대와 주문도 나왔다. 한중 양국이 공동으로 북한에 특사를 보내거나, 북핵문제의 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는 결국 북미 양국이 풀어야 할 문제임을 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동만 교수와 임원혁 박사는 우리 정부가 이같은 노력을 통해 위기를 타개해내지 못하면 김영삼 정부 시절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을 우려했다.

서 교수는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후 남북 특사교환을 제안했던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며, 그에 응하지 않았던 YS 시절의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 박사는 "1994년 북핵위기 때부터 1990년대 후반 북한 식량난에 이르는 과정에서 배웠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지나친 연계전략과 이른바 '통미봉남'에 대한 불만 토로로 스스로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북한정권에 대한 감정 때문에 북한식량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김영삼 정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 1. 위기는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국면 전환의 모멘텀은?
▲ 김근식 교수 ⓒ프레시안

● 김근식

미국이 꿈쩍도 하지 않고, 유엔을 내세워 국제단합을 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대미 압박을 위한 추가 도발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이 핵이전은 않겠다고 공언했고 북한 스스로의 논리상 맞지 않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고, 다만 추가 위협 행위로서 핵실험을 또 하거나 지속적인 핵물질 증대에 주력할 것이다.

미국이 더 이상 양보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더라도 미국을 압박할 더 이상의 카드가 마땅치 않은 북한으로서는 '핵실험에 성공한 실질적 핵보유국'임을 자처하고 스스로 6자회담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 즉 미국의 반응과 상관없이 북한 스스로의 논리구조에 따라 자기 명분을 가지고 회담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고 미국 역시 아직까지는 6자회담 복귀를 공식 요구하고 있으므로 극적으로 6자회담 재개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후 병행해야 할 것은 북미간 고위급 정치담판이다.

● 김연철

당분간 위기가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부시 행정부 일부에서 금지선을 핵실험에서 핵이전으로 전환할 생각이지만, 그러한 관리정책은 지속되기 어렵다. 북한이 위협강도를 지속적으로 높여갈 때 무시전략은 지속되기 어렵고, 한반도에서의 긴장고조 상황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관리정책을 지속시킬 수 없는 상태로 만들 것이다.

협상이냐 군사적 긴장이냐의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미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의 적극적인 미국 설득노력이 필요하다.

● 박순성

핵국가로 인정받는 과정을 이번 경우에 적용해 보면, 최소한 1~2년의 기간이 지나야만 상황이 안정되고 변화의 모멘텀이 발견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과 미국의 대선 등이 장기적으로 주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긴 호흡이 필요하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상황악화를 막고,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해야 한다.

국면 악화의 변수는 강력한 유엔 대북제재의 결의 및 미국 주도의 추가제재 실시, 북한의 추가 핵실험, 미국의 대북한 군사훈련 실시, 북한을 직접 겨냥한 PSI 훈련 등이다.

반면 국면 완화의 변수로는 중국·러시아의 유엔 대북제재 완화 노력의 성과, 그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설득, 한국 정부의 남북경협 유지 및 대북포용정책 기조 불변 천명 등이 될 것이다.

현재는 국면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며, 유엔의 대북제재 강도에 따라 북한의 유엔 탈퇴 선언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서동만

당분간은 제재와 압력의 국면이 오겠지만 일정한 냉각기를 거쳐 협상을 위한 노력이 가시화 될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의회 내 세력 판도와 여론의 향배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중국의 중재 노력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발회될지도 주목되는 점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비를 위해서는 한반도 정세, 대만 해협 정세가 안정되는 것이 불가결한 전제이며, 중국 입장에서 이 두 지역은 밀접히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적극적인 중재 노력에 나설 것이다.

다음으로 한국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현재와 같이 노무현 대통령이 일관성 없고 자신 없는 자세로 임한다면 사태 타개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북한과의 신뢰 구축에는 확고한 자세로 국면을 견뎌내고 타개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며, 이 점에서 정부보다는 오히려 소수 야당이나 국민들이 성숙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를 자산으로 삼아 화해·협력정책을 지켜나가야 하되, 현 정부에 대한 극도로 낮은 국민적 지지율을 감안할 때 앞으로는 정치권이나 시민사회가 보다 전면에 나서야 할 것이다. 잇따른 미국 비판 발언을 하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역할은 귀감으로 삼을 만 하다.

● 임원혁

북한의 핵실험 이후 부시 대통령이 핵물질의 외부 이전을 차단하는 수준에서 금지선(레드라
인)을 설정하고, 이에 대해서는 이미 북한도 10월 3일 성명을 통해 확인한 바 있기 때문에
1994년과 같은 군사적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단 우리 정부는 대북제재
의 수준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미국의 중간선거가 국면 전환의 계기가 될 텐데,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북미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핵개발과 이에 대한 대응이 가지는 '선례 효과'가 부각되면서 미국은 이란의 핵개발 문제와 결부해 북핵문제를 다루게 될 텐도 이것도 주요한 변수다.

# 2. 한국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어느 정도로 참여해야 하나?

● 김근식

일단 북한의 핵실험 강행이라는 잘못된 행동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점에서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되면 이행에 동참할 필요는 있다. 다만 개성공단, 금강산 등 포용정책의 기조와 관련된 것은 안보리 결의 내용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따진 후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안보리 결의안에 저촉되는 것이라면 개성공단도 일시 중단할 수 있을 것이나 그것이 아니라면 개성공단은 우리 독자적으로 먼저 중단해서는 안 된다.
▲ 김연철 연구교수 ⓒ프레시안

● 김연철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는 단호한 대응이 불가피하지만, 제재의 수준은 적절해야 하며 평화적 해결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세계 평화와 안정에 위협이 되는 대상에 대해 강제조치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유엔헌장 7장의 적용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무력사용을 규정하고 있는 42조가 배제되겠지만, 비군사적 강제조치를 규정하고 있는 41조의 적용에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비군사적 강제조치는 무력사용을 위한 근거로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나아가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물자, 기술, 부품, 금융거래에 대해서는 엄격한 적용이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이중용도 제품의 용도판정에는 자의성이 개입할 여지가 높다. 기존에 추진해 왔던 전략물자 반출통제체제를 보다 엄격히 하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용도 투명성을 증명할 수 있는 산업용 거래의 금지까지 결정할 필요는 없다.

또 한국의 PSI 참여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한반도 해역에서 확산방지를 위한 군사훈련이 실시되고, 여기에 한국이 참여한다면 그것은 극도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것이다.

한편 결의안에서도 식료품이나 의약품과 같은 인도적 지원은 경제제재의 예외조항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차원의 대규모 공적 지원은 당분간 어렵겠지만, 수해복구와 같은 인도적 지원 자체를 중단할 필요가 없다.

● 박순성

현재의 대북 제재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먼저 한국 정부가 가장 앞선 대북제재(식량·비료지원 중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대북식량지원을 포함한 구호활동에 한국 정부가 참여했으나, 다시 대북 구호품 선적을 중지한 상태이다.

그런데 이는 '정치적 제스처'라고 해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규모나 영향력은 현 상황에서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다시 지원을 했기 때문이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봄 이후가 되면 한국 정부의 대북 식량·비료지원 중단은 북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과연 한국이 '대북제재를 하고 있다'고 선언한 상태(대통령의 미국 방문시 기자회견)에서 다른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서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원칙을 밝힐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시민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남북관계 개선에서 대북식량지원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쳤는가 하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긍정적 효과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부정적인 효과를 막았다(남북주민 사이에 우리민족서로돕기가 없었다면, 두 개의 민족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도적 지원 이외에 한국 정부가 참여할 수 있는 대북제재 부분은 금융제재든 PSI든, 모두 북한의 대외경제활동과 관련이 되어 있다. PSI는 북한에게 이중적인 성격을 지닌다. 직접적으로는, 그리고 외부의 관점에서는 군사적 의미(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를 지니지만, 북한에게는 경제적 활동이다. (세계무기시장에 대한 기준을 북한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면) 따라서 한국 정부의 PSI 참여 역시 경제적 측면과 군사적 측면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이 때 PSI에는 군사적 의미가 더 부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 북한에게 한국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있는 논리를 제공할 수 있다.

경제제재는 당분간 유엔결의를 보면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정부가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에도 그랬지만, 핵실험 이후에도 너무 성급하게 정책기조나 정책수단에 대한 성급한 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잘못하면 국내적으로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신뢰를 주지 못하는 정부'로 오인될 수 있다.

당분간은 대북 경제제재에 동참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가장 늦게, 가장 조심스럽게, 가장 최소한의 기준으로 참여해야 한다. 한국 기업과 민간인이 직접적으로 경제적 피해를 입을 뿐만 아니라 안보위협이 고조된다고 하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 정부가 한국 정부의 목소리(만일 신중성을 의미한다면)가 국제사회에 전달되어야 한다고 밝혔는데 이 점은 중요하다.

● 서동만

이미 북한의 핵실험 발표 때 이를 경고하는 결의안에 참가한 이상,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따른 제재 조치에 대한 한국의 참가는 불가피하다고 여겨진다. 다만 제재라고 하더라도 군사적 제재에는 결단코 반대해야 할 것이며, 경제제재라고 해도 핵과 관련된 거래 행위로 좁혀야 할 것아다. 그리고 그 목적도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포기 및 협상을 통한 해결임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결의안 참가는 한국, 일본과 같은 동북아시아 비핵국가의 경우 핵무장에 나서지 않는다는 데 대한 약속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 PSI 참여는 사실상의 군사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참가에는 반대해야 할 것이다.

● 임원혁

북한 유입 재화의 대량살상무기 관련 여부를 철저히 따져 대북제재의 범위를 조절해야 할 것이며 무차별적인 제재는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했을 경우에도 해상봉쇄나 무차별적인 선박 검색 등 전쟁을 촉발할 만한 수준의 제재는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를 참고해야 할 것이다.

# 3. 위기 해소를 위한 외교적 노력은?

● 김근식

실제 한국정부가 할 수 있는 대북 설득 노력은 한계에 봉착했다고 봐야 한다. 다만 북미간의 대타협과 주고받기식 협상만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임을 미국에게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 김연철

단호한 제재의 수준만큼, 그에 걸맞은 협상안을 북한에 제시해야 한다. 한중정상회담은 명백히 평화적 해결방침을 고수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해야 하며, 북한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미국에 직접협상을 요구해야 한다. 나아가 한중 양국이 현재 상황에서 정리할 수 있는 협상안을 마련해 북한에 특사를 보낼 필요가 있다.

미국에 대해서도 현재의 초보적인 핵능력 상태에서 문제를 해결해야지 북한의 핵능력이 향상된 이후에는 훨씬 더 어려워진다는 점을 인식시켜줄 필요가 있다. 한중 양국의 명확한 입장은 미국내에서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여론을 형성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 박순성

정부 차원에서는 '전쟁기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를 멈출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민적 여론 차원에서 그리고 대북정책의 차원에서 전쟁위기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옳지 않지만, 동시에 정부의 안이한 상황인식은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한국의 특수한 처지를 고려한 한국 정부의 독자적 정책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한국 정부의 자율성이 '제재에서 앞장서는 방식'이 아니라 '제재를 최소화하면서 대화국면을 만드는 방식'이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설득활동을 늘려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고위급의 대북 직접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양자를 동시에 추진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대유럽 외교가 실종된 상태라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 역시 고려의 대상이다. 과연 어떤 조건으로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자칫 한국 정부가 마지막 수단을 미리 써버리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 서동만

늦었다고는 해도 DJ방북이나 남북정상회담 등의 노력을 재가동해야 한다. 국제적인 고립 상태에 빠져 있는 북한 입장에서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크게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실험 등 군사주의적 대응 방식을 정당화시켜 주는 것이라는 인식을 주지 않으면서도, 남북대화를 통해 사태 해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국민들의 안보불안을 불식시키고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길이다.

이를 타개해 내지 못하면 결국은 김영삼 정부가 1차 북핵위기 당시 북미 대결구도에서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말았던 실패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1993년 북한이 NPT를 탈퇴한 후 남북 특사교환을 제안했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 임원혁

우선 한중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번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되며 북핵문제의 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는 결국 미국과 북한이 풀어야 할 문제임을 천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이 북미관계 정상화를 이끌어 낼 수 없는 것처럼, 한국도 북미간의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군사·안보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6자회담 분위기 조성자는 분위기 조성자일 뿐 본질적인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풀어야 하는 것이다.

미국에 대해서는 고위급 대북정책조정관을 임명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도록 권고할 필요가 있다. 체니 부통령 등 강경파의 기세에 눌리지 않을 정도로 관록과 경륜을 갖추고 부시 대통령도 신뢰할 수 있는 인물로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 정도가 적절할 것이다. 베이커 장관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 유럽에서의 냉전 종식 과정을 관리한 경험이 있고 2000년 미국 대선에서 플로리다주 개표 검증 문제가 불거지자 부시 캠프의 입장을 대변하는 등 관록이 있는 외교관이자 정치인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군사·안보 문제와 다른 부문의 문제를 너무 연계시키지 말고 남북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북미대화가 재개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인도적 지원은 계속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994년 북핵위기 때부터 1990년대 후반 북한 식량난에 이르는 과정에서 배웠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나친 연계전략과 이른바 '통미봉남'에 대한 불만 토로로 스스로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북한정권에 대한 감정 때문에 북한식량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김영삼 정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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