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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북한은 중국의 위성국가가 되고 말 것인가?

미래연의 '지구촌, 분석과 전망'〈41〉

북한은 중국의 식민지로 전락할 것인가? 최근 1-2년 사이 북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북한의 대중 경제의존도가 급속히 증가되면서 북한이 중국의 동북4성으로 편입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표명되고 있다. 김대중 전대통령도 '중국의 자본과 생산품이 북한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북한이 중국의 위성국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남쪽의 자본이 지속적으로 북쪽으로 들어가야만 이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점을 방북 이유의 하나로 설명하고 있다.

남북 경제협력이 핵문제로 주춤하는 사이에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증대하고 있고,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북한은 중국에 잠식당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의도적으로 북한을 중화경제권에 편입시켜 한반도 북쪽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지적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중국의 대북 경제진출을 북한을 신식민지화하려는 의도로 분석하는 견해도 있다. 즉 중국은 북한을 원자재 공급기지로 삼고 이를 가공한 물건을 북한에 팔아 큰 이득을 챙기는 식민지 경제의 전형적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개성공단 사업을 비롯한 남북경협을 최대한 심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경제에 북한이 예속될 위험성은 진보, 보수를 불문하고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조선, 동아 등 보수언론들도 요즘 중국의 대북경제진출에 대한 경고성 기사를 연일 게재하고 있다.

중국의 북한종속화 기도 주장은 우리사회의 진보·보수를 불문한 매우 설득력 있는 담론으로 형성되고 있으며, 북핵문제보다도 더 시급한 과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동북공정으로 한반도 북쪽의 역사를 빼앗으려 하더니 이제 경제까지도 빼앗으려 한다'는 점에서 우리 민족주의 감정을 크게 자극할 수 있는 소재임에 틀림없다.
이 담론은 과연 맞는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니다'라고 본다. 물론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 '100% 아니다'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아직은 아니다'이다.

경제 수치상으로 본다면, 일견 중국의 북한예속화 담론은 설득력을 갖는다. 북한경제의 대중의존도는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북한에서 소비되는 소비재의 약 80%가 중국산이고, 북한교역의 40%가 중국을 대상으로 한다. 원유의 87%를 의존하는 등 북한의 대중국 에너지 의존도는 70%에 달한다. 또한 해외 직접투자의 80%가 중국으로부터이다. 특히 동북3성을 중심으로 북한의 광산, 항만 등에 대한 투자가 크게 증대되고 있다. 북한의 대중 경제의존 경향은 최근 2-3년새 급속도로 심화되고 있다. 과연 북한은 중국의 위성국가로 전락할 것인가?

요즘 유행하는 '역발상'으로 문제를 풀어볼까 한다. 북한이 중국의 신식민지화하는 것이 과연 나쁠까? 한때 우리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종속이론을 기억한다. 종속론에 따르면 80년대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신식민지로 규정되었다. 종속을 통한 발전을 절대 불가능하다는 종속이론의 통념을 깬 건 신식민지 한국이었다. 한국의 기적 같은 경제발전은 사실 종속을 통한, 매판자본을 통한 발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중국의 신식민지화하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는 것이 아닐까.

우리들은 파산상태의 북한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을 흔히 개혁·개방이라고 말한다. 개혁·개방을 정확히 표현한다면, 폐쇄적이고 통제적인 사회주의 경제운영에서 탈피하여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과 함께 해외시장에의 적극적 연계를 꾀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을 시작으로 동구국가들에서 베트남에 이르기까지 차례차례로 소위 체제전환이 추진되어 왔다. 이들 체제전환국에서 예외없이 나타나는 특징은 경제 대외의존도가 급격히 심화된다는 점이다. 바로 기능부전에 빠진 자신의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해외시장으로의 적극적 연계를 꾀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베트남의 경우 GNP 대비 대외무역비중이 110%에 달한다. 중국의 경우도 70%에 달한다.

결국 역설적이지만 얼마나 대외의존도가 높아졌느냐는 것이 체제전환의 척도이며, 북한의 경우에서 본다면 개혁·개방의 척도인 셈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아니 종속이 심화된다는 것은 체제전환이, 개혁·개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그런데, 2004년 현재 북한의 GNP 대비 무역의존도는 20%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북한이 90년대 초반 정도로 회복한 것에 불과하다. 즉 북한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전반적인 대외의존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대중국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중국이외에 일본 등 다른 국가들과의 거래가 줄고 있음을 말해준다. 대중국 의존도가 증가추세에 있더라도 전반적인 대외의존도가 20% 정도인 상황에서 신식민지 혹은 종속화 운운하는 것은 실제상황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느낌이다. 오히려 대중국 의존도가 GNP의 50-60%가 된다면,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 모델을 따르고 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열린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중국이 북한을 중화경제권으로 편입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면, 중국의 경제접근이 그러한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얼마 전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의 북한진출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혹자들은 중국이 북한을 동북3성의 자원공급기지로 삼고 이를 가공한 상품들의 시장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중국의 대북 투자는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절대액에 있어서는 그리 크지는 않다. KOTRA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5000만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물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지방정부나 기업의 투자가 있다고 보면 실제로는 이 수치보다 클 것이다. 중국의 투자는 경영권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으며 대개의 경우 구상무역이나 합작투자 위주이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중국의 광산투자이다. 철광, 동광, 금광, 무연탄 등 원자재에 대한 중국의 대규모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현재 무산, 혜산 등 북한 유수의 광산들은 설비 노후화와 에너지 부족으로 채굴량이 현저히 떨어진 반면, 중국은 고도 경제성장의 여파가 동북3성으로 확산되면서 동북3성 개발에 따른 원자재가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이 채굴설비, 운송장비, 유류 등을 제공하여 북한의 광산을 가동할 수 있게 해주고 그 대가로 북한은 광물을 제공하는 일종의 구상무역 형태를 보이고 있다. 또한 북한의 광물자원이 중국으로 운송되기 위한 도로, 항만 건설 등에 대한 투자도 수반되고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인 셈이다.

사실 북한은 중국에게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담보하는 매력적인 시장은 아니다. 이 점은 지금까지 북중간의 경제관계가 놀라울 정도로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뒷받침된다. 국가간의 긴밀한 경제관계를 나타내는 척도중 하나는 경제관계의 제도화·법제화 정도를 보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중요한 경제투자 대상으로 여긴다면 자신의 투자를 보호할 각종 조치들을 제도화했을 것이다. 놀랍게도 그런 노력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작년 2월에야 비로소 북한과 '투자촉진 및 보호에 관한 협정'이 체결된 바 있다. 이는 남북한 사이보다도 늦은 것으로, 경제관계의 법제도화 측면에 있어서는 남북한간보다 뒤떨어져있는 형편이다.

끝으로 북한이 중국의 위성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북한이기 때문이다. 북한이라는 존재는 '주체와 자주'를 빼면 시쳇말로 남는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으로의 종속은 북한정권에게는 악몽과 같은 일일 것이다. 오랜 동안 알고 지내는 중국의 지인이 한 말이 있다. 표면적으로 북한이 제일 싫어하는 나라는 일본이고 다음은 미국이지만 사실은 중국이 두번째일 것이라는 것이다. 북한 지도부는 냉전붕괴 이후 자신이 궁지에 몰리게 된 결정적 원인을 중국의 배신에서 찾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 수교한 다음에야 한국과 수교를 생각해볼 것이라는 중국의 공언과는 달리, 중국은 전격적으로 한국과 수교를 한 바 있다. 북한은 남한과의 유엔 동시가입이라는 치욕적인 선택에 몰리게 되었고 핵협상의 결정적 순간마다 미국편을 드는 중국을 믿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이 중국의 영향력하에 놓이게 되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본다.

전통적인 북한외교는 놀라울 정도의 균형감각을 보여 왔다. 과거 북한은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줄타기 외교를 전개한 바 있다. 핵문제로 미국의 압박이 강화되고 납치문제로 일본과도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으로서는 선택의 여지없이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도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중국의 영향력을 희석시키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평양의 중국대사관보다 러시아대사관을 휠씬 즐겨 찾는다. 그리고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좋은 소식은 중국이 아니라 푸틴 대통령을 통해 발표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굴욕적인 상황에서도 일본과의 수교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북한이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심화시키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에 대한 경제종속을 견제하기 위한 균형적 조치의 발동인지도 모른다. 남한과 중국 사이에서 또 다른 줄타기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개성은 남한의 자본을 끌어들이고 신의주는 중국 자본을 끌어들여 개발한다는 것은 북한의 기본적 경제발전 전략이다.

현재 시점에서 중국의 대북 무역 및 투자 확대는 북한을 자신의 경제권으로 종속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정책 결과라기보다는 고도 경제성장에 따른 동북3성 개발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초래되는 일이라고 본다. 물론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로서는 중국의 대북 경제진출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진출 확대를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보는 열린 관점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일본의 경제진출도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절실하다. 민족주의적 감정보다는 우리도, 중국도, 그리고 북한도 모두가 승자가 되는 win-win의 상황을 만드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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