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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건물 올리는 서울대병원, '저질 의료재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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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건물 올리는 서울대병원, '저질 의료재료' 논란

노조 "비상 경영 선포 이후"…서울대병원 "재료 품목 바뀐 적 없어"

1000억 원대 암센터 개원에 이어 첨단외래센터(1200억 원), 심장뇌혈관병원(1100억 원) 공사를 추진 중인 서울대병원이 '비상 경영'을 선포하며 환자들에게 '저질 의료 재료'를 쓰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대병원은 관련 의혹을 극구 부인했다.

서울대병원분회, 의료연대 서울지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노동·보건의료단체는 17일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병원이 수천억 원을 들여 건물을 신·증축하면서 생긴 일시적인 적자를 환자와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라텍스(120원)→비닐(85원), 장갑 자꾸 찢어져"

서울대병원분회는 "서울대병원이 비상 경영을 선언하면서 10% 비용 절감을 요구했고, 이는 저질 의료 재료의 도입으로 직결됐다"며 "병원 측에서 예전에 쓰던 좋은 재료를 가급적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 간호사들은 "주사기가 저질로 바뀌어 주사기 밀대가 쉽게 빠져 채혈이나 약물 주입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수액도관이 바뀌어 공기방울이 차기도 하고, 수액 양을 조절하는 레귤레이터가 바뀌어 레귤레이터로 항암제가 새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심지어 환자 기도에서 가래 등을 제거하는 흡인 카테터가 값싼 제품으로 바뀌면서(330원→295원) 카테터 끝에 잔여물이 붙어있는 채로 공급되기도 했다"며 "잔여물이 환자 기도에 들어간다면 의료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처치할 때 사용하는 장갑 또한 라텍스 재질(120원)에서 비닐 재질(85원)로 바뀌면서 찢어지기 쉬운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울대병원 간호사들은 "비상 경영 체제 돌입 이후 장갑이 라텍스 소재에서 비닐 소재로 바뀌어 자주 찢어진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 간호사가 찍어온 장갑. ⓒ서울대병원분회 제공
▲ 서울대병원 간호사들은 최근 주사기도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분회

교수 1명이 3명 동시 수술하는 '3방 동시 수술' 논란도

'비상 경영'을 이유로 의료 인력의 노동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정현 공공서비스노조 의료연대본부장은 "지금 서울대병원에서 교수 한 명이 환자 세 명을 동시에 수술하는 이른바 '3방 동시 수술'이 벌어지고 있다"며 "수술 하나에서 문제가 생기면 환자 세 명이 연쇄적으로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본부장은 또 "응급이 아닌 정규 수술을 야간에 하고, 새벽 3~4시에도 응급 검사가 아닌 정상 검사를 한다"며 "야간 병동에 간호사가 두 명밖에 없어서 새벽에 검사와 수술을 받고 온 16~17명에 달하는 환자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밖에도 서울대병원분회는 "병원 측이 지난 8월 '비상 경영 실무 대책'을 통해 일선 간호사와 의사 등 병원 직원에게 검사 실적을 5% 올리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각종 검사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실무 대책이 발표된 이후 매주 검사 건수를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 3년간 매출 증가…건물 신축비 빼면 흑자"

앞서 서울대병원은 지난 7월부터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손실이 480억 발생한 데 이어 올해 6월 말까지 341억 원의 손실이 발생해 연말까지 680억 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 측은 "적자는 2010년 암센터 개원, 2011년 비원호텔(행정부서 사무실용) 매입, 공사비 1100억 원대 심장뇌혈관센터와 공사비 1200억 원대의 첨단외래센터 등을 짓느라 생긴 적자"라고 반박했다.

노조가 서울대병원 결산서를 근거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고유 목적 사업 준비금(520억 원)'과 건물 신증축에 따른 감가상각비를 미계상했을 때 서울대병원은 2010년 485억 원, 2011년 391억 원, 2012년 108억 원의 흑자를 냈다. 서울대병원 경영진이 노조에 공개한 경영 상태를 보면, 서울대병원의 매출액은 2010년 1조1490억 원, 2011년 1조2659억 원, 2012년 1조3507억 원으로 각각 10.2%, 6.7% 증가했다.

문제는 서울대병원을 필두로 이른바 '빅5 병원'들이 하나둘씩 비상 경영 체제 돌입을 선언하고 비용 감축 등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대병원의 경영 정책이 다른 병원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 단체는 "국립대병원의 역할 중 하나는 한국 의료 사회의 표준 진료, 적정 진료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병원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매출을 늘린다는 것은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거나 적정 진료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병원 측 "재료 품목 바뀐 적 없어…감가상각비는 당연히 회계 포함"

'저질 의료 재료' 의혹과 관련해 임종필 서울대병원 홍보팀장은 "병원에는 여러 종류의 의료 재료가 납품되는데, 최근에 품목이 바뀐 게 없고 예전에 들어오던 물품이 그대로 들어온다"고 반박했다. 그는 "병원이 아무리 사정이 어렵다고 해도 재료를 싼 걸 써서 환자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예산 절감 지시에 대해서도 임 팀장은 "예산 절감 부분은 진료와 관련되지 않는 부서에서 사업을 줄이는 방식으로 5~10% 절감하라고 한 것이지, 진료 부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검사 실적 5% 상향에 대해서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고, 검사 실적은 원래 일정 기간마다 보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3방 수술'에 대해서는 "대기 시간이 길다 보니 수술을 빨리 하려고 야간이나 주말에 수술들이 늘었다"며 "3인 수술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고, 시차가 조금씩 차이가 난다. 수술을 처음부터 끝까지 교수가 다 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건물 신축 비용을 빼면 적자가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서 임 팀장은 "감가상각은 어느 기관이나 회계에서 잡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심장뇌혈관병원은 오래 전부터 기획해서 지난해 공사를 시작했다"며 "병원 경영상 여건이 달라졌다고 다시 공사를 중단할 수는 없다"며 "첨단외래센터는 사업비는 책정했지만 아직 착공은 안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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