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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방해죄 현행범이 피해자 체포? 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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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방해죄 현행범이 피해자 체포? 적반하장

[대한문과 집회·시위의 자유 ③·끝] 화단인가, 국민인가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는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멈추어 섭니다. 남대문경찰서가 차벽으로, 화단으로 막아서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쌍용차 분향소가 강제 철거되고 그 자리에 화단이 설치되었습니다. 와서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시청역 2번 출구에서 대한문 방향으로 곧게 난 담벼락 길 중간에 폭 6m, 길이 9m의 화단이 갑자기 생겨서 시민들의 통행에 큰 방해를 주고 있습니다. 화단은 미관상 아름다워야 할 것인데, 주위 경관과 어울리지도 않고 꽃들이 대부분 시들어 있어서 그 기이함에 오히려 눈길이 갈 뿐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경찰들이 화단 주위를 24시간 빙 둘러싼 채 호위하고 있기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처럼 화단이 설치되고 경찰이 투입된 이유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대한문 앞 집회를 차단하기 위함입니다.

분향소를 강제로 철거하고 그 자리에 화단을 설치해버리면 참 쉽습니다. 집회를 원천 봉쇄하기에 참 편리한 방법입니다. 듣기 싫고 보기 싫은 모습들을 가려버리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고, 보기 싫어도 보아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으로서, 국민으로서 가지는 수많은 기본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헌법에는 그중 몇 가지만을 명시해놓았습니다. 무척 중요한 기본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헌법은 제21조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명시해 놓았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왜 중요한지는 헌법 전문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헌법 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되어 있습니다. 20세기 초 일본 제국주의, 해방 이후 이승만 독재 정권 그리고 그 이후 박정희 군사 독재, 전두환·노태우 군부를 거치면서 우리 민주 시민들이 피와 땀으로 얻어낸 역사적 교훈이 바로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입니다. 다른 나라를 제 식민지로 만들려는 제국주의,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여 폭력적으로 국가를 통치하려는 군사 독재, 이러한 세력들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엇나가게 하거나 뒤로 가게 할 때 시민들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 최후의 보루 그것이 바로 헌법 제21조에 명시된 언론·출판, 집회·결사의 자유, 즉 표현의 자유입니다.

공권력도 없고, 사회·경제적으로 유력한 수단도 없는 힘없는 시민들이 못살겠다고 죽겠다고, 억압당하고 착취당하여서 도저히 이대로는 비참해서 못살겠다고 할 때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할까요. 거리로 나와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은 최고의 가치로서 표현의 자유를 최상위법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문 앞에서는 소중한 우리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습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대한문 앞으로 오게 된 이유, 민변이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하게 된 이유 및 그 경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쌍용자동차는 회사가 어렵다며 대규모 정리 해고를 감행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정리 해고의 전제 요건인 회사의 부도가 계획적이고 조작됐다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법원에서도 현재 이를 다투고 있고, 국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정리 해고 이후 그 부당함에 항의하고자 파업 투쟁을 하던 노동자들은 사측의 용역들에게 두들겨 맞아 실신하였고, 투입된 경찰은 날선 방패로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얼굴에 테이저건을 쏘았습니다. 거리에 나앉게 된 해고 노동자들과 가족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그 억울함에 스트레스성 질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수가 지금까지 23명에 이릅니다. 이들을 추모하고자 해고 노동자들이 서울 중구 대한문에 분향소를 마련한 것입니다. 적법하게 집회 신고를 하였고, 평화롭게 분향객들을 모셨을 뿐입니다. 그런데 중구청, 남대문경찰서, 박근혜 정부 공권력은 분향소를 강제 철거하고, 그 자리에 화단을 설치하여 해고 노동자들과 지지하는 시민들을 거리에서마저 내쫓았습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요.

이에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대한문 앞에서 표현의 자유가 중대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판단하여 민변 명의로 적법하게 집회 신고를 내고, "집회 통제를 위한 화단 설치의 위법성 규탄과 집회의 자유 회복을 위한 시민 캠페인"이라는 제목의 집회를 6월부터 9월말까지 진행하였습니다. 이렇게까지 오래 이 집회가 계속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하였습니다. 행정법원에서도 경찰이 화단 앞에 도열하여 집회를 방해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경찰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 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라는 취지의 권고를 내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경찰은 여전히 화단을 지키고 서 있습니다. 도저히 법을 집행하는 공권력이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공권력이 무엇입니까.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국가에 위임된 폭력입니다. 그 본질이 폭력입니다. 사적 폭력이 난무하는 약육강식의 자연 상태에서는 그 누구도 안전하고 행복할 수 없기 때문에, 전근대-근대-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인류는 사적인 폭력을 국가에 위임하였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폭력이 이렇게 탄생하였습니다. 이제 이 괴물을 통제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무엇으로 통제할 것입니까. 그것이 바로 헌법과 법률입니다. "법에 따라 국가를 통치하라", 이것이 바로 "법치주의"입니다. 대한문 앞 경찰력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공권력을 부정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법에 따라 공권력을 행사하라는 것입니다.

▲ 대한문 앞, 보도블록 위에 흙을 부어 화단을 만든 탓에 꽃들이 잘 시든다. ⓒ프레시안(최형락)

중구청은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청장의 허가도 없이 대한문 담벼락 바로 앞에 인도를 대거 차지하면서 화단을 무단으로 설치하였습니다. 화단 아래에는 배수가 되지 않는 보도블록이 그대로 있기 때문에 꽃들은 심는 족족 시들고 있습니다. 화단이 아니라 거대한 흙더미 불법 설치물에 불과합니다. 남대문경찰서는 그 화단을 24시간 지키며 서 있습니다. 확인 결과 중구청은 남대문경찰서에 시설 보호 요청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경찰이 도열한 구역은 민변이 적법하게 집회 신고를 낸 곳이었습니다. 집회 신고 공간을 절반 이상 차지하여 위협적으로 서 있는 행위는 집시법상 집회 방해죄에 해당합니다. 경찰은 대한문 앞에서 1인 시위도 못하게 막았습니다. 1인 시위는 집시법상 신고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경찰은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방해하지 말라는 시민들을 불법적으로 체포·연행하여 불법 감금하였습니다. 집회 방해죄 현행범이 되려 피해자를 체포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민변 집회 중에는 변호사들을 연행하여 유치장에 가두기까지 하였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경찰의 집회 방해와 공권력 남용을 강하게 규탄하는 항의 성명을 내었습니다. 법원, 국가인권위원회, 법률가 단체가 입을 모아 경찰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하는데 경찰은 요지부동입니다.

최근에는 대한문 앞에서 단식하고 있는 해고 노동자와 시민들이 비를 피하려고 파라솔을 설치하자 경찰이 몰려들어 이를 빼앗았습니다. 불법 적치물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파라솔은 집회 신고된 물품이기 때문에 불법 적치물이 아니고, 백번 양보하여 불법 적치물이라 하더라도 수거 권한은 경찰이 아닌 구청에 있습니다.

법에는 "경찰은 국민의 봉사자"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날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적법하게 집회 신고하여 곡기마저 끊고 거리에 평화롭게 앉아 있는 이들에게서, 비 내리는 날 비도 못 피하게 괴롭히는 경찰은 불량배에 가까운가, 경찰에 가까운가.' 치안 질서를 유지해주는 경찰들에게 고마운 마음 역시 분명히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권력을 남용해서 시민들을 괴롭혀서는 안 됩니다. 경찰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당신들도, 당신들의 가족들도 우리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당신들도 하루아침에 부당하게 해고되고, 그 억울함에 많은 동료들이 세상을 떠나는 일을 겪으면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요. 당신과 가까운 누군가가 비를 맞으며 거리에서 단식을 하고 있으면 그 마음이 어떨까요.' 보편적인 인간의 마음으로 이해가 안 된다면 헌법과 경찰관 직무 집행법이라도 지키기를, 악당이 되지는 말기를. 이런 바람을 가져봅니다.

집회·결사의 자유, 일반적 행동의 자유는 모든 국민에게,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보장됩니다. 대한문 화단 앞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남대문경찰서는 자의적인 판단으로 공권력을 남용해서는 안 됩니다. 국민이 당신의 목적입니다. 화단과 대기업이 당신의 목적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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