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돌아다니면 가장 경비가 삼엄한 곳 중 하나, 노란 야광 경찰복을 입은 경찰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장소가 대한문 화단 앞이다. 하루 24시간 교대로 경찰이 노란 폴리스라인까지 쳐놓고 굳건히 그야말로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인도 위에 조성된 약 150㎡(약 48평)에 달하는 화단이다.
'화단 경비대'의 탄생
이 흉물스러운 화단과 화단 경비대의 역사는 올해 4월 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쌍용자동차의 2009년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22명의 안타까운 목숨이 하늘로 간 후 분향소를 설치하고 회계 조작 의혹, 정리 해고 부당성, 살인적 진압, 이후 트라우마 등 문제를 알려내고 국정조사를 요구했던 장소가 바로 덕수궁 대한문 앞이었다.
서울중구청은 올해 4월 4일 오전 6시경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집회 신고한 장소에서 집회 신고 물품인 천막을 철거하고 개인 소지품까지 강제로 취거해 가더니, 집회 장소 내에 흙을 쏟아 붓고 그 위에 꽃을 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폴리스라인으로 화단을 빙 두르고 경찰들이 24시간 화단을 수호(守護)하기 시작했다. 이름 하여 '화단 경비대', '화단 수호대'의 탄생이었다.
▲ 4월 4일 오전 서울 대한문 앞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가 경찰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중구청은 분향소가 있던 자리에 흙을 부어 화단을 만들었다. ⓒ프레시안(최형락) |
여기서 의아한 생각이 든다. '화단'이 그리 중요하다면 전국의 '화단'을 전부 철통 수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 또 우리 집 화단은 왜 경력 지원을 안 해주는 것일까. 화단 경비 요청을 하면 와줄 것인가.
이 시점에서 우리는 '화단 수호대'의 본질이 '화단 수호(守護)대'가 아닌 '집회 방해(妨害)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화단 수호대'는 대한문 앞, 가까이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라는 대통령이 집무를 보고, 서울시민의 수장이 업무를 보고, 언론사들이 가장 많이 밀집해 있는 곳, 탄원과 호소와 항의의 공간, 6.10항쟁으로 국민의 뜻을 표출했던 그 공간에서 억울한 이들을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단식 장소, 시민이 보면 안 되나?
대한문 앞 '화단 수호대'와 세트로 '경찰 전경버스'도 '집회 방해대'로서 한몫을 하였다. 대한문 앞 도로변 인도에서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을 위해 12명이 소복을 입고 집단 단식을 하는데, 이를 시민들이 볼 수 없도록 전경버스를 이용해 대한문 앞 도로를 빙 둘러싼 것이다. 집회 신고했던 장소에서 억울한 이들을 몰아내더니, 시민들이 보지도 듣지도 못 하게 억울한 이들을 고립시켰다.
경찰의 집회 방해 방법은 또 있다. 올해 7월 24일 '화단 수호대'는 그 본연의 임무를 다하느라, '화단 수호대'가 서 있는 바로 그 장소에서 집회를 할 수 있도록 한 법원의 결정마저 무시하고, 자신들은 '질서 유지선'이라며 집회 장소에 버티고 서서 집회를 방해하였다. 언제부터 '질서 유지선'이 '집회 제한선', '집회 방해선'과 동의어였던가.
남대문경찰서는 '질서 유지선'을 전가의 보도로 사용해 왔다. 마음에 안 드는 집회가 보이면 일단 '금지 통고'나 '교통 조건 통고'를 한 뒤, 법원에서 다툴 기회를 주지 않고 집회 시작 때 '질서 유지선'을 내민다. 들여다보면 '집회 신고 장소'를 마음대로 줄여놓고 질서 유지선이라며 그 안에서만 집회를 하란다. 표현의 자유의 핵심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 기본권은 허가권자인양 착각하는 경찰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1인 시위자에게 파라솔 건네준 헌재, 파라솔 빼앗는 남대문경찰서
남대문경찰서는 집회 장소를 제한하는 걸로 모자라서 집회 방식에도 관여하기 시작했다. 집회를 둥글게 모여 앉아 하든, 의자를 몇 줄로 놓고 무대를 세워서 하든, 비가 올 때 하든 맑을 때 하든지 경찰이 관여해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때로는 천막으로 비를 막거나 파라솔로 햇볕을 막고 자유로이 집회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남대문경찰서는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비를 피할 천막을 세워 놓고 앉아서 도란도란 차별 경험을 주고받으려던 이어 말하기 집회를 '천막'을 빼앗는 방식으로 방해했다. 단식 농성 집회는 단식으로 기운이라곤 없는 노동자가 햇볕을 막으려고 펼친 '파라솔'을 빼앗는 방식으로 방해하였다. 천막을 치고 집회를 한다고, 파라솔을 펴고 단식 농성을 한다고 하늘이 노(怒)할 것도, 공익에 해(害)가 되지도 않는다.
'공권력'이 이와 같이 마음대로 국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라고 주어진 것이었나. 대한민국 국민인 나는, 내가 원하는 사람들과 같이, 언제든지, 법이 원칙적으로 금지한 장소(청와대, 국회 등)를 제외하고는 어디든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알리고 함께하자고 호소할 자유가 있다. 헌법재판소 앞 1인 시위자에게 더운 날 '파라솔'을 건네주었던 헌법재판소의 '온정'은 '시혜'가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이자 '권리'이다.
해외 토픽감인 '화단 수호대', '전경차량 벽', '집회 제한선', 이 코미디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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