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새노조는 21일 KT 전직 관리자가 제공한 '개인별 선호도 조사'라는 서류를 공개했다. 이 서류는 KT 노조 위원장 선거가 있던 해인 2011년 2월까지 보고하도록 돼 있었다.
서류를 제공한 KT 전직 관리자는 "(노조) 선거를 전후해 늘 노조 조합원 성향을 분석했고, 최종 자료는 본사로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노동자 성향 4가지로 분류…"불법적 노무 관리"
해당 '조사 양식'에서 노동자들의 성향은 '회사', '기존 노조 집행부', '중도(회사와 노조 집행부의 중간)', '새노조(민주동지회)' 등 네 가지로 분류됐다.
▲ KT 전직 관리자가 작성한 노동자 성향 분석 보고서 ⓒKT 새노조 |
조사 양식 '참고 사항'에는 "가족 사항, 개인의 고충 내용, 개인의 건강 상태 등 직원 개개인의 세세한 부분까지 작성"하고 "누가 누구와 친한지, 지사장이나 팀장의 컨트롤이 가능한지, 아니면 주위 동료 중에 누가 컨트롤이 가능한지 등"을 기록하도록 돼 있다.
구체적으로 이 보고서에서 회사 편으로 분류된 노동자에 대해서는 "조합에 관심이 없으며 회사 정책 적극 수용"이라고 적혀 있다. 기존 노조 편으로 분류된 노동자에 대해서는 "○○ 팀장과 친분" 등이 적혀 있다.
특히 KT의 '인력 퇴출 프로그램'에 대해 부정적인 조합원들의 모임인 '민주동지회' 소속 노동자들은 'M'으로 표기돼 있는데, "현 (노조) 집행부에 불만이 가득하며 위원장 선거 시 참관인 수행"이라고 보고됐다.
ⓒ프레시안(김윤나영) |
이 전직 관리자는 특히 노조 선거를 전후해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 노동자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했다"며 "고인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달릴 것에 대비해 투표 용지를 촬영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은 "노동자의 성향을 관리하고 사생활을 기록한 것 자체가 부당 노동 행위의 사례이며 KT에 만연한 불법적인 노무 관리의 적나라한 실상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노조 장악해 사실상 '정리 해고'"…새노조, 이석채 회장 고소
KT가 노조 투표에 개입하고 결과를 조작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KT 새노조와 시민단체 등은 21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선거에 출마한 민주적 후보자에게 조합원이 후보 추천 서명을 하거나 선거 참관인으로 나서면 인사 고과 최하위 등급과 비연고지 발령 등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고 비판했다. (☞ 관련 기사 : KT 노조 선거 개입…관리자 요구로 투표소 합쳐)
KT 새노조는 KT가 노동조합 활동에 지배 개입하려는 핵심적인 이유로 '퇴출 프로그램 가동'을 꼽았다. 매해 1조 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도 회사가 징계 해고를 빙자한 '정리 해고'를 단행해 왔다는 것이다.
KT가 2006년부터 불법적인 '인력 퇴출 프로그램(CP)'을 가동한 이후 KT에서 자살, 돌연사, 과로사 등으로 숨진 노동자는 275명이며, 이 중 자살자는 26명에 달한다. 올해 들어 숨진 노동자는 20여 명이며, 그 가운데 7명이 자살했다. 자살자 26명 가운데 23명은 이석채 회장이 취임한 2008년 12월 이후에 숨졌다.
KT 새노조와 시민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이석채 KT 회장을 강요죄, 부당 노동 행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형사 고소했다.
KT 관계자는 "그런 양식을 본 적이 없다", "시대가 어느 땐데 회사가 그런 것(성향 분석)을 시키겠느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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