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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 이득 수천억 원, 벌금은 고작 7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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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당 이득 수천억 원, 벌금은 고작 700만 원

[현장편지] 'GM대우 파견법 위반' 대법원 판결의 의미

2월 28일 대법원이 근로자파견법 위반으로 GM대우차(현 한국GM) 닉 라일리 전 사장에게 700만 원의 벌금형을 확정하자, 언론은 "자동차업계 파견 근로에 대법, 첫 형사처벌"이라며 주요 기사로 내보냈습니다.

주요 언론들은 대기업들의 불법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고, 일부 보수 언론과 경제 신문들은 산업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습니다. 경총은 "경기에 민감하고 고정 투자비가 높은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다양한 근로 형태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고, 현대차는 'GM대우와 현대차는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 대해 "근로자들의 업무 내용이나 범위, 노무 제공 방식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사건 근로 관계의 실질은 도급이 아닌 근로자 파견이어서 유죄가 인정된다는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이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근로자 파견 관계로부터 해당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 판결의 의미

이번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컨베이어벨트라는 자동 흐름 방식의 자동차 조립 생산 공정에 합법 도급은 불가능하다'는 것에 쐐기를 박았다는 것입니다. 현대차 사내 하청은 불법 파견이라는 대법원 판결에 이어 GM대우차에 대해서도 같은 판결을 내려 자동차 회사의 사내 하청 노동자는 '합법 도급'이 아니라 '불법 파견'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 것입니다.

현대차 울산공장 최병승 조합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정규직과 혼재 근무를 했던 조립 라인(의장 라인)의 사내 하청 노동자에 대한 판단이었다면, 이번 GM대우 사건에서 대법원은 조립, 차체, 도장, 자재 보급, KD까지 자동차 생산 라인 전체를 불법 파견으로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르면 현대, 기아,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대우버스, 타타대우상용차, 동희오토 등 완성차 공장의 사내 하청 노동자들은 명백한 불법 파견 노동자입니다. 자동차와 거의 흡사한 굴착기(포클레인), 장갑차, 트랙터와 농기계 등을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생산하는 두산인프라코어, 볼보건설기계코리아, 현대로템 등의 사내 하청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만도, 한라공조 등 완성차 회사에 납품하는 부품사들 역시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불법 파견일 수밖에 없습니다.

2010년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300인 이상 사업장 사내 하도급 현황' 중 1차적으로 자동차, 기계, 금속의 98개 사업장 3만1709명의 사내 하청 노동자들은 모두 불법 파견일 확률이 대단히 높습니다.

▲ <표> 고용노동부, <300인 이상 사업장 사내 하도급 현황(2010년 8월말)> 발췌

대법원 판결이 사내 하청 노동자 보호에 기여할까?

그렇다면 GM대우 창원공장에 대한 판결이 대법원의 얘기처럼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근로자 파견 관계로부터 해당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요?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GM대우차 닉 라일리 전 사장이 근로자파견법을 위반해서 얼마의 부당·불법 이득을 취한 것인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검찰은 2003년 12월 22일경부터 2005년 1월 26일까지 GM대우차 창원공장에서 국제기획, 세종, 대정 등 6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을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 업무인 차체 조립 등 자동차 생산 업무에 종사하도록 함으로써 위법한 근로자 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았다"며 근로자파견법 위반 혐의로 닉 라일리 전 사장에게 벌금 700만 원을 구형했습니다.

2007년 전국금속노동조합과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펴낸 <금속산업 노동시장과 금속노조 비정규 실태 연구 보고서> 등에 따르면 2005년 기준 GM대우차 정규직 노동자 평균 임금은 3510만 원이었고, 사내 하청 노동자의 임금은 정규직의 60%였습니다. 따라서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의 1인당 연봉 차액은 1404만 원입니다.

대법원에서 불법 파견이 인정된 843명의 연봉 차액을 계산하면, 검찰이 파견법 위반 혐의를 명시한 기간만 계산하더라도 닉 라일리 전 사장은 2004년 한 해에만 118억 원 이상의 부당 이익을 챙긴 것입니다.

▲ GM대우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2명이 2010년 12월 1일 인천 부평공장 정문 앞 8m 높이의 아치형 조형물 위에서 불법 파견 철회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고공 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닉 라일리 전 사장의 불법 파견 부당 이득 추정액 최하 828억 원

판결문에는 "협력업체 대표들은 대우국민차 시절인 1998년경부터 사내 하청 형태로 GM대우와 계약을 체결하고 근로를 제공하거나 제공받았다"고 나와 있습니다. 따라서 1998년부터 검찰이 기소한 2005년 1월까지 근로자파견법을 위반해 사내 하청 노동자들을 사용한 기간 7년을 계산하면 닉 라일리 전 사장이 불법으로 얻은 인건비가 무려 828억5004만 원에 이릅니다.

대법원 판결의 대상은 GM대우차 창원공장이지만 2005년 노동부는 군산공장에 대해서도 10개 하청업체 1100명에 대해 불법 파견 판정을 내렸습니다. 부평공장 사내 하청 노동자들까지 포함하면 GM대우차에서는 당시 3500명의 사내 하청 노동자가 일하고 있었습니다.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이라는 자동 흐름 방식의 자동차 조립 생산 공정에 합법 도급은 불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대로라면 GM대우차 닉 라일리 전 사장이 1998년부터 2005년 1월까지 3500명의 불법 파견 노동자를 착취해 부당하게 얻은 이득이 3439억 8000만 원입니다. 불법 파견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면 GM대우의 부당 이득은 7371억 원이 넘습니다.

GM대우 창원·군산·부평공장 합치면 부당 이득 추정액 3400억 원 이상

창원공장에서만 최소한 800억 이상의 부당 이득을 얻었고, 전 공장으로 계산하면 최소 3400억 원 이상을 불법 파견으로 가져간 GM대우차와 닉 라일리 전 사장에게 대한민국 법원이 내린 벌금이 700만 원입니다.

이는 1000만 원을 훔친 도둑에게 그 죗값으로 1000원을 내라고 한 셈입니다.

▲ <표> 한국GM이 불법 파견으로 취한 부당 이득 추정치

사내 하청 노동자 3500명을 불법 파견으로 사용하면 1년에 490억 원을 가져갈 수 있는데, 어느 '총 맞은' 회사와 정신 나간 사장이 벌금 700만 원이 무서워 정규직으로 전환하겠습니까?

지난 10년간 1만 명의 사내 하청 노동자들을 불법 파견으로 사용해온 현대자동차가 벌금 몇 푼이 무서워 사내 하청이라는 황금이 쏟아져 나오는 '보물 상자'를 포기하겠습니까?

1000만 원 훔친 도둑에게 벌금 1000원 내라는 꼴

GM대우는 불법 파견인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도급비 지급 규정 변경 등에 대해 "불법 파견의 소지를 없애기 위한 일환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은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협력업체와 GM대우 사이에 행하여진 근로 관계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재벌들이 저지른 불법 파견 행위는 '미필적 고의'가 아니라 전 회사의 인원을 동원한 조직적 범죄 행위이며, 범죄 은폐 행위입니다. 현대, 기아, GM대우 등 자동차 회사들은 원청 회사에서 관리자로 일하던 이들을 사내 하청업체 사장으로 보내 조직적으로 범죄행위를 저질러 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 근로기준법 제9조 '중간 착취의 배제'에는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중간 착취를 허용해 노동자들에게 대표적인 악법으로 통하는 근로자파견법도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는 파견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불법 파견은 미필적 고의가 아닌 조직적 범죄 행위

따라서 대법원이 '사내 하청 노동자를 보호하는 데 기여'하려면 회사의 전 조직을 동원해 10년 동안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벌인 중간 착취 범죄 행위에 대해 파견법 제43조에 의해 최고형인 징역 3년형의 실형을 선고했어야 합니다.

불법 파견을 근절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검찰이 불법 파견의 대명사인 현대차 정몽구 회장을 구속 수사해 대기업의 범죄 행위에 대해 일벌백계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노동부가 GM대우 닉 라일리 전 사장과 마찬가지로 파견법 위반으로 고발한 현대차와 정몽구 회장의 범죄 행위에 대해 2006년 6월 9일 울산지검과 2007년 4월 18일 부산고검은 "혐의가 없다"며 기소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떡값 검사', '재벌 장학생'이라고 조롱받는 검찰이 이제라도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 현대차 정몽구 회장을 기소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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