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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는 꼭 필요한가?

[쌍용차 국정조사 연속기고 ①] 정리해고의 반사회성과 위법성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① 쌍용자동차 국정조사가 왜 필요한가 ② 사측이 제시한 무급휴직자 복직 카드의 문제점 ③ 국정조사가 진행되면 정말 회사는 망하는가 ④ 새누리당과 박근혜 당선인이 국정조사 약속을 지켜야 하는 이유 ⑤ '함께 살기' 위해 국정조사가 필요한 이유 ⑥ 쌍용자동차지부가 문제 해결의 주체여야 하는 이유라는 주제로 6회에 걸쳐 기고를 게재합니다. <편집자>

정리해고란 노동자에게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사용자의 경영상의 필요 때문에 이루어지는 해고를 말한다. 통상해고나 징계해고는 소수 노동자를 대상으로 그 행위에 대한 책임으로 이루어진다. 반면 정리해고는 경영 부진, 생산성 향상이나 기술 혁신 등을 이유로 다수 노동자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행해지는 경우가 많아서 그로 인한 고용 불안과 실직자 문제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비화하기도 한다.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비용 절감을 위한 정리해고, 기술 혁신과 자동화에 따른 잉여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상시로 이루어지면서 청년 실업과 조기 정년 등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투자 유치를 명분으로 유입된 해외 자본들이 국내 기업을 인수하면서 생산을 통한 정상적인 이윤이 아니라 단기간의 영업 실적 호전에 따른 고배당 이익을 얻기 위하여 경영 상황과 관계없이 상시로 인적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단행함으로써 많은 노동자가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정리해고는 노동자에게는 해고를 당할 만한 행동이나 일신상의 사정이 전혀 없음에도 오로지 사용자의 경영상의 필요나 사정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고,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바로 정리해고의 반사회적 성격이 놓여 있다. 따라서 정리해고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그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그런데 요즈음 들어 정리해고 제도는 기업 경영의 악화 등과는 무관하게 오히려 사용자의 편의적인 인력 감축을 합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정규직을 없애고 그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기 위한 방편으로(시그네틱스), 생산 설비와 주문 물량을 해외로 이전하기 위한 방편으로(콜트·콜텍 악기, 한진중공업, K2코리아),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방편으로(구미KEC), 노조를 파괴하고 정규직을 계약직으로 전환하려는 방편으로(흥국생명),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수백억 원의 유상증자를 위한 방편으로(풍산마이크로텍), 기술을 유출한 후 자본을 철수하려는 방편으로(쌍용자동차) 정리해고가 광범위하게 악용되고 있다.

한진중공업, 피해자가 가해자한테 손배 청구 당해

한진중공업의 경우를 보자. 한진중공업은 2006년 2월경부터 노동조합 몰래 필리핀 수빅만에 조선소를 설립하기 시작하였다. 이를 알게 된 금속노조는 해외에 대형 조선소가 신설되면 국내 조선소인 영도조선소의 물량 감소로 고용 불안이 생길 것을 우려하여 회사에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하였다. 그 결과 2007년 3월 24일 특별단체교섭합의서를 체결하고 제2조(국내 물량 확보 및 조합원 고용 보장)에서 "(1) 회사는 국내 수주량 3년 치를 연속해서 확보토록 최대한 노력한다. (2) 회사는 현 수준의 적정 인력을 유지하며 경영상의 이유로 국내 공장의 축소 및 폐쇄 등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 특히 해외 공장 등으로 인해 국내 공장 조합원의 고용 불안이 발생치 않도록 한다. (3) 회사는 해외 공장이 운영되는 한 조합원의 정리해고 등 단체협약상 정년을 보장하지 못할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합의하였다. 그런데 한진중공업은 위 노사합의서를 체결하고 뒤로는 필리핀 현지법인을 통해 2006년 14척, 2007년 20척, 2010년 6월까지 상반기에만 23척을 수주하면서도 국내 영도조선소의 수주는 "0"으로 만들었다. 그러고는 2011년 2월 11일 한진중공업은 무려 4년에 걸쳐 선박 수주가 없다는 이유로 영도조선소 노동자 170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2010년 12월 20일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노사합의를 어긴 회사의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전면 파업에 들어갔고, 그 이듬해 1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85호 크레인에 올랐다. 희망버스를 탄 시민의 연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의 결과로 2011년 11월 한진중공업과 금속노조는 정리해고자 1년 내 재취업, 고소·고발 취하와 손해배상 최소화 등에 합의하였다. 그러나 한진중공업은 위 합의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손해배상 소송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청구금액을 158억 원으로 늘렸고, 회사의 개입 하에 기업노조를 만들어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를 파괴하려고 시도하였다.

그 가운데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의 최강서 조직차장은 회사의 비열함에 대항하여 손해배상 철회와 민주노조 사수를 유서로 남기고 자살하였다. 정리해고는 노사합의에 반하는 명백한 위법 행위이고, 이에 대항한 노동자들의 파업은 노사합의를 지키려던 정당방위였다. 최 조직차장은 합의 위반자인 회사가 오히려 피해자인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뒤엎어진 현실 앞에서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는, 거꾸로 된 현실을 어찌 맨정신으로 견딜 수 있었겠는가? 정리해고와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동전의 양면처럼 노동자들의 손발을 묶는 수갑과 같다.

▲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였던 최강서 씨는 지난해 12월 21일 '158억 손배 철회, 민주노조 사수'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쌍용차 생산지수 타사보다 높았지만…'먹튀' 위해 부실 조작

쌍용자동차로 돌아와 보자. 쌍용자동차는 IMF 외환위기 이후 공적 자금과 쌍용자동차 전 직원의 노력으로 2002년 3000억 원, 2003년 6000여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정도로 정상화되었다. 그런데 2004년 10월 정부는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결사 반대했음에도 중국 상하이차에 쌍용자동차를 매각했다. 상하이차는 인수 시 10억 달러(1조 원) 상당의 투자를 약속하였으나, 인수 후 기술 개발, 생산 능력 확대, 판매망 확충 등 쌍용자동차 발전을 위한 어떤 투자도,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도리어 상하이차는 매국적인 국내 경영진과 공모하여 쌍용자동차가 보유한 첨단 기술을 빼돌리는 데 주력하였고, 상당 부분의 핵심 기술을 불법적으로 빼돌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상하이차는 자동차 첨단 기술의 '이전'이라는 목적을 달성한 후인 2008년 12월 운영자금이 없다며 7000여 명의 직원 중 3500명을 정리하지 않으면 철수하겠다고 통보했고, 2009년 1월 일방적으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상하이차는 쌍용자동차가 생산하는 SUV 차량의 핵심 기술을 확보한 후 자본 철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쌍용자동차가 심각한 부실 상태에 있는 것처럼 꾸몄다. 즉 자금을 고갈시켜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도록 유동성 위기를 조장했다. 또한 국내의 매국적인 경영진, 안진회계법인과 공모하여 유형자산 손상차손의 과다계상이라는 희대미문의 회계 조작을 통해 '부채비율'을 뻥튀기함으로써 재무구조적 위기를 만들었다. 유동성 위기와 재무구조적 위기를 조작하여 정리해고를 위한 요건(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나아가 삼정KPMG는 쌍용자동차의 경영 정상화 방안 검토 보고서에서 차량 한 대당 생산 시간을 나타내는 HPV 지수의 출처를 조작했고, 그 지수를 비교하여 쌍용차가 다른 자동차 회사보다 생산성이 2배 이상 떨어지므로 HPV 지수를 50%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2646명의 정리해고 인원을 산출하였다. 그런데 정작 (쌍용자동차가 생산하는) SUV 차량의 HPV 지수를 비교해본 결과, 쌍용자동차가 다른 국내 자동차 회사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고, 기업회생을 전제로 할 경우 정리해고를 해야 할 인원이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렇다면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조작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정리해고 인원수 산정이 아무런 근거가 없이 자의적이었다면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는 그 자체로 위법하다. 위법한 부당 해고는 무효이므로 해고된 노동자들은 복직되어야 한다는 법적 결론이 나온다.

▲ 쌍용자동차 해고자 ⓒ프레시안(김윤나영)

무급 휴직자 복직은 '정리해고의 불법성'과 상관없다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 요건 및 인원수 산정의 근거에 대한 조작 여부는 회사가 정리해고자들과 희망퇴직자들의 복직에 대한 법적 의무를 져야 하는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핵심적인 열쇠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정리해고 요건 조작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가 불필요하게 되었단 말인가? 무급 휴직자가 복직한다고 해서 정리해고 요건 조작 문제가 사라지기라도 했단 말인가? 무급 휴직자는 휴직 기간이 끝나면 복귀할 상태였을 뿐 무급 휴직자의 복직 합의가 정리해고의 불법성 판단과 어떤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전혀 관계없는 것을 마치 관련성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며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반대하는 쌍용자동차와 기업노조, 그리고 정체 모를 평택시 단체들의 억지는 도를 넘고 있다. 위법하게 피해를 본 노동자들에게 나의 밥그릇을 위해 희생과 죽음을 강요하는 것은 잔인하다.

정리해고는 노동자들에게 사회적 무덤이다. 따라서 정리해고 요건(긴박한 경영상의 이유)의 구비라는 최소한의 절차도 없이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 수 있는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정리해고로 회사 밖으로 쫓겨난 노동자들을 이해시키고자 한다면 집권 여당은 스스로 약속한 국정조사를 통해 정리해고가 적법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면 될 일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것인가?

불법 행위(정리해고 요건 조작) 의혹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여 책임을 묻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자 법치국가로서 국가 신인도를 높이는 일이다. 정의를 세우고 그로 말미암은 피해를 회복하고자 하는 사회적·정치적 노력을 국제 신인도 훼손으로 몰아가는 행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 경영을 스스로 거부하는 몰염치이고, 나만 살면 그만이라는 극단적 이기심의 발로이다. 쌍용자동차와 기업노조의 무급휴직자 복직 합의가 국정조사를 회피하기 위한 술수가 아니었다면, 여야가 진상규명을 위해 약속했던 국정조사를 무산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당선인은 신뢰 사회와 민생을 말하기 전에 당의 공식 입장이었던 '국정조사- 대국민 약속'부터 지켜주기 바란다.

* 이 글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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