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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 주민 62% "죽고 싶다"…한국인 평균 4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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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 주민 62% "죽고 싶다"…한국인 평균 4배

[기고] 쪽방 주민은 삶은 열악하다. 그리고 건강도 나쁘다

앞선 글에서 우리 사회는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거주지인 열악한 '쪽방' 환경과 쪽방 주민들의 나쁜 건강에 주목해야 한다고 문제 제기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서울시 동자동 쪽방 주민에 대한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상세하게 쪽방 주민들의 사회경제적 환경과 건강 상태를 소개하고자 한다. (☞ 바로가기 : "위암 말기, 저에겐 최고로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서울시 동자동 쪽방 주민들의 사회경제적 환경, 즉 삶의 환경은 어떠한가?

먼저 '쪽방'이라는 이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살펴보자. 이들이 거주하는 쪽방의 크기는 평균 1.8평. 이중 17%는 창문이 없어 햇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방이다. 화장실은 대부분 공동으로 사용하는데, 지독한 화장실의 악취가 방 안까지 스며든다. 그러나 전체 쪽방 가운데 7%에는 이러한 공동 화장실마저도 없다. 또한 쪽방의 41%는 목욕샤워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으며, 43%는 난방 시설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가동하지 않는다. 부엌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한데, 쪽방의 77%가 부엌이 없었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시 동자동 쪽방 주민들의 얘기를 소개한다.

"먼지 많이 들어오고 주변의 악취 같은 거 이런 것들 좀 있어서 사람이 살기에는 위생적으로 안 좋죠."
"우풍이 세서 얼굴만 내고 숨 쉬면 김이 올라가… 찬바람 불면 창문에서 바람 막 때리지, 방문에서 때리지, 저런 데서 들어오지…"
"공동 세면장에 뜨거운 물이 안 나오니까 겨울에 손 깨져요."
"방 안에서 취사도구 펴 놓고 저기 되는 바람에 (다른 건물에) 불이 났었어요."
"계란 프라이를 하나를 하더라도… 어, 난로 꺼내야지, 프라이팬 꺼내야지, 식용유 저기서 가져와야지, 냉장고에서 계란 꺼내야지… 짜증나요."


▲ 쪽방. ⓒ프레시안(최형락)

쪽방 주민 평균소득 46만 원, 67%는 읽고 쓰기 어려움

결국 쪽방 주민들은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이용하기 어렵고, 제대로 씻기 어려운 주거 시설에서 살고 있다. 게다가 화장실마저 비위생적이며 그마저 수가 부족한 상황에 처해있다. 부엌이 없는 쪽방에서는 제대로 된 식사 준비가 어려워, 영양상태 역시 부실하다. 쪽방 주민들은 이렇게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평균 12.8년을 살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쪽방 주민들의 삶은 그들이 살고 있는 쪽방이라는 주거 측면에서만 불리할까? 그렇지 않다. 열악한 주거 환경 이외에도 그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불리하다. 예를 들어 쪽방 주민들의 8.4%는 제도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고 이들 중 67%는 문자를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쪽방 주민들의 43.7%는 초등학교에 들어갔으나 이들 중 68%만이 졸업하였다. 이렇듯 높은 학력을 가질 수 없었던 쪽방 주민들은 직업 측면에서도 불리하였다. 쪽방 주민들이 과거에 종사했던 직업은 주로 소득이 불안정하고, 힘든 육체노동이었다.

쪽방 주민들의 삶은 소득 측면에서도 불리하다. 현재 이들의 평균 소득은 46만 원에 불과하다. 이것은 1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55만3354원(2012년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더욱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주거 임대료(평균 19만 원)를 고려한다면, 이들의 실제 가처분 소득은 더 낮을 것이다.

쪽방 주민은 건강하지 않다

그렇다면 서울시 동자동 쪽방 주민의 건강 상태는 어떠한가?

먼저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보면, 쪽방 주민들의 절반 이상이 스스로의 건강 상태를 다소 나쁘거나 매우 나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자신의 건강이 매우 좋다고 인식한 경우는 5%에 불과했다. 이것을 한국인 대표 표본과 비교하면, 이들의 불건강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또한 쪽방 주민들은 많은 질병과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40%가 장애를 가지고 있었으며, 다양한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들의 유병률을 2010년 국민건강통계와 비교하면, 성별과 연령을 고려하더라도 대부분의 질환에서 한국인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구강건강의 경우, 전반적 건강상태보다 더 나쁘게 나타났다. 자신의 구강건강이 다소 나쁘거나 매우 나쁘다고 생각하는 쪽방 주민이 전체의 76%를 차지했다. 또한 쪽방 주민 10명 중 7명이 음식을 씹을 때 불편함을 호소하였는데, 이것은 쪽방 주민들은 나쁜 영양 상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쪽방 주민은 42%에 불과했으며, 쪽방 주민의 절반 이상이 본인의 영양 상태를 나쁘다고 인지하고 있었다.


동자동 쪽방 주민의 건강 지표 중 한국인 평균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것은 자살이었다. 쪽방 주민의 62%가 최근 1년 동안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며, 자살 생각을 했던 주민 5명 중 1명은 실제 자살 시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한국인 평균보다 4배가량 높게 나타난 것이다.


한편 쪽방 주민 3명 중 2명이 흡연자로 나타났는데, 이는 한국 남성의 흡연율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이다. 흡연을 하는 쪽방 주민들의 평균 흡연기간은 32.7년에 달했다. 남성 고위험음주(1회 평균 음주량이 7잔 이상, 주 2회 이상 음주하는 경우) 경우 한국 남성 평균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아파도 치료 못 받는 쪽방 주민 40.6% vs 한국인 평균 20.3%

그렇다면 서울시 동자동 쪽방 주민들은 아플 때 치료를 제대로 받고 있을까?

실태조사 결과 그렇지 않았다. 동자동 쪽방주민의 40.6%가 아파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받지 못했고 56.7%는 치과 문제 때문에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못 받았다고 한다. 이는 2010 국민건강통계에서 보고된 한국인 평균이 20.3%, 39.7%이었던 것에 비하면 매우 높다.

또한 동자동 쪽방주민이 치료를 받지 못한 이유는 아래 그림과 같다. 그중 비용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한 경우는 일반 치료가 54.3%, 치과 치료가 73.4%로 나타났다. 이는 2010 국민건강통계에서 보고된 한국 평균이 16.9%, 33.0%이었던 것에 비하면 매우 높다.


비용 때문에 치료를 못 받았던 경험과 관련하여 쪽방 주민의 사연을 하나 옮겨 본다.

"그거(일) 하면서 목 디스크가 먼저 왔어요. 내가 맨날 무거운 거 들고 하다 보니까 디스크가 먼저 왔는데…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을 못했어요. MRI비가 그때 당시 40만 원인데 그 돈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수술을 못하고 그냥 여기서 한 달 치 진통제를 주면은 한 보름 만에 없애고… 보름 걸 주면 일주일 만에 없애고… 약으로 해가지고 만성이 됐어요. 그래 가지고 이쪽으로는 힘을 못 써요."

이번 글에서는 실태조사의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 동자동 쪽방 주민들의 사회경제적 환경이 열악하고 건강이 나쁘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동시에 동자동 쪽방 주민들이 아플 때 병의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도 확인하였다. 다음 글에서는 서울시 동자동 쪽방 주민들의 건강이 왜 나쁜지에 관해 쪽방 주민들의 의견을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 좀 더 상세한 내용은 시민건강증진연구소의 '[시민건강이슈-11/12] 쪽방주민의 건강과 삶으로부터 배운다'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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