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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을 지배하는 자, 누구인가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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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을 지배하는 자, 누구인가 봤더니…

현대증권노조 2차 녹취록 공개…"현정은 회장도 알고 있을 것"

현대증권노동조합이 현대그룹 사장단의 '노조 파괴 작전회의' 녹취록을 공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현대그룹의 경영에 개입하고 계열사간 비리를 지휘한 '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증권노조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가 현대그룹 경영에 관여하고 현대그룹 계열사로부터 부당 이득을 챙긴 정황을 보여주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민경윤 노조위원장은 "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가 있다. 공식 직함도 갖고 있지 않으면서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현대증권을 경영하고 인사권을 행사한다"면서도 관련 신원을 밝히기는 거절했다. 다만 녹취록에서 그는 '황 대표'로 언급된다.

노조는 그 근거로 황 모 씨가 현대그룹 내부 거래 사업자 선정에 관여한 내용이 담긴 녹취를 공개했다. 녹취에는 사업자 중 하나가 현대상선과 사업논의를 상당부분 진척시켰으나 황 대표가 과거 개인적 감정을 이유로 사업자 선정 최종단계에서 탈락시키는 내용이 나온다.

황 씨가 현대그룹에 손해를 끼치면서 부당이득을 챙기려는 정황도 공개됐다. 노조는 '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가 윤경은 현대증권 당시 부사장(현 사장)과 공모해 현대증권 해외법인을 통해 자산운용사를 인수한 후, 자문을 한 것처럼 꾸며 수십억 원에 달하는 불법 수수료를 챙기려고 했다고 폭로했다.

노조가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황 대표는 "윤 부사장(한테) 내가 한 30조, 40조, 50조 하는 거 (해외 자산운용사) 잡아오라고 했는데"라며 "deal(거래규모)이 커야지 fee(수수료)가 제대로 크지. 막말로 돈 2-3억, 5억, 7억 이딴 거 가지고 뭐해"라고 말했다.

또한 황 씨는 현대증권이 부실 저축은행이었던 대영저축은행(현 현대저축은행)을 인수할 때 관여했으며, 이 과정에서 숨겨진 부실이 있었음을 알고도 인수했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그는 현대저축은행을 통해 대출금이 235억 원 있었던 한국종합캐피탈을 인수한 뒤, 캐피탈이 보유한 70억 원의 골프리조트를 헐값에 매입하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녹취록에서 한 직원이 "(현대저축은행) 대출금액이 235억 정도 되는데, 골프리조트자체가 70억인데 그거 하겠다고 235억을 내는 건 말이 안 되니까"라고 지적하는 내용이 나오며, 황 씨는 "증권이 이니시에이트(창설) 하는 걸로 해. 등급을 제대로 받아. 우린 거기서 빼먹는 거, 뽑아오는 거야. 골프장"이라고 말한다.

이를 두고 민경윤 현대증권노조위원장은 "외부에서는 현대증권이 출자하는 걸로 작전 계획을 짜서 신용등급을 제대로 받은 다음에, 부실은 현대증권과 현대저축은행이 끌어안고 본인은 골프장을 가져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저축은행은 지난 9월 한국종합캐피털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민 위원장은 "회사가 대출금이 235억 원인 한국종합캐피탈을 무리하게 인수함으로써 현대저축은행에 손해를 입히려고 하자 노조가 반발해 이 계획이 무산됐다"면서 "이 사건이 앞서 공개한 '노조파괴 사장단 작전회의' 사태를 불렀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그밖에도 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가 본인의 회사 이권 사업을 위해 금융감독원 출신인 박광철 현대증권 사외이사와 접촉할 것을 지시했다는 내용의 회의록을 공개하며, 그가 "현대증권 이사회도 장악하고 있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현정은 회장도 이러한 내용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민 위원장은 "회의 중간에도 현 회장과 전화했다는 내용이 녹취록에 나오는 것을 보면 아마 알고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민 위원장은 "지난 7일 '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를 함께 고소했지만 조사를 앞두고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러한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고용노동부와 근로감독관이 조사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현대증권은 13일 성명서를 내고 "현대증권이 노조를 탄압하거나 와해시키려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도 '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의 존재에 대해서는 "현재 노동조합이 제기한 사안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조만간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조가 지목한 '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로는 황두연 ISMG 대표이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현대그룹과 관련한 공식 직책을 갖고 있지는 않으나,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벌은 ISMG코리아의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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