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이 본 학교 ① "우린 학교의 최하위 계급, 온갖 궂은일 도맡지만…" |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음 달인 11월 초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은 대체로 기간제 형태로 근로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1년마다 계약 갱신이 될 수 있을까하는 고용 불안은 여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삶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번 갱신하여 2년이 되면 기간제법상 2년까지만 기간제 고용이 가능하다는 황당한 이유를 들면서 여지없이 갱신이 거절된다. 이렇게 해고된 노동자는 다른 학교를 찾아 전전하고 있다. 2년이 경과하여 이른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사람들도 있지만, 무기계약직이라고 해도 임금이나 근로조건은 달라지지 않고, 예산과 정책의 변경이라는 이름 아래 고용도 여전히 불안한 처지이다.
이번 추석 명절, 9월 28일 금요일 오후 4시에 출근하여 추석연휴와 개천절을 지나 10월 4일 아침까지 무려 5박 6일간 홀로 학교에 남아 당직과 학교 시설관리업무를 해야 했던 학교 당직기사 노년 노동자들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학교(교육청)와 용역업체가 용역계약을 맺고 당직기사들은 용역업체들과 1년 단위 계약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식이다. 1년 용역비로 1400~1600여만 원이 지급되지만, 당직기사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1100~1200여만 원이다. 나머지 금액은 고스란히 용역업체들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실제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근로계약서에 야간시간은 휴게시간으로 되어 있어서 매월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이며, 최저임금이 올라도 근로계약서의 휴게시간을 늘리는 꼼수로 임금은 제자리 걸음이다. (☞ 관련기사 : 추석 5박6일 홀로 빈 학교 지키는 어르신, 월급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가 교육과학기술부 통계로도 15만 명이 넘어섰고, 학교에 재직하는 노동자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엄연히 학교 교육의 한 주체이고 상시적인 교육업무에 종사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보조인력 취급과 임시고용직 취급을 받고 있다. 상시적 업무에 대하여는 기간제가 아니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당직기사의 경우에도 교육청이 직접고용하고 임금도 실제 근로시간에 준하여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사용자 책임 학교장에 떠넘기는 교육감·교과부장관
제목에 '노동법의 사각지대'라는 말을 쓴 것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이라는 문제를 벗어난다고 해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바로 사용자의 문제다. 노동법상 책임을 져야 하는 사용자인 교육감, 교과부 장관이 그 책임을 일선 학교장에게 떠넘기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의 고용 주체고 모든 노동조건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단지 학교장이 채용절차를 진행하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는 이유로 자신이 마땅히 져야 하는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전회련본부를 비롯한 학교비정규직 연대회의 소속 노조들이 교육감을 상대로 한 교섭에서도 이러한 일이 재연되고 있다. 사용자임을 부인하면서 교섭을 회피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불분명하다는 것은 결국 사용자로서 권한은 행사하면서도 사용자로서 법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만든다. 필요할 때에는 사용자로서 여러 가지 권한은 행사하면서도 단체교섭 의무를 져야 한다든지(단체협약의 체결권자도 불명확해짐),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할 때 또 쟁송상 법적 책임의 주체가 되어야 할 상황에서는 서로 사용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는 결국 노동조건 개선을 어렵게 하고, 노동기본권 행사를 어렵게 한다. 교육감과 교과부장관이 사용자임을 명확히 하는 입법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모든 경우에 대법원까지 4년 이상의 소송을 거쳐야 하는 현재 상황은 매우 비정상적이다. 저출산에 따른 학교·학급·학생 수의 감소, 예산부족으로 인한 고용불안, 인사교류 불가에 따른 생활 근거지 변경 등으로 인한 고용불안 문제도 교육감 등을 사업주로 볼 경우 상당부분 전보조치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게 된다.
10년 근속해도 임금은 제자리…방학 때마다 실업 반복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또한 근속년수가 오래되어 10년을 근무해도 임금은 제자리다. 정규직인 일반 공무원과 비교하면 임금 격차는 더 심해지며 방학기간 동안 일시적인 실업상태를 반복하고 있다. 근속년수가 올라가면 근속에 따라 호봉이 상승하고 또 매년 물가인상에 따른 임금상승이 따르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그렇지 못한 것이다. 이 부분도 학교의 다른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호봉제를 채택하고, 또 방학기간을 근무기간으로 보아 유급을 보장하는 것이 맞지만 당장의 예산문제가 있다면 방학기간 최소한 근로기준법상 휴업수당에 준한 수당이 지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 외에도 직종과 업무에 따라서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문제들을 짚자면 위 3가지라고 할 수 있다. 국회에서 교육 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었다고 한다.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현재의 상태를 개선하는데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미 대법원과 중앙노동위원에서도 교육감과 사용자가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해석하고 있으므로 교과부 장관과 교육감들은 행정소송을 할 것이 아니라, 교섭에 성실하게 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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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업을 예고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공공운수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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