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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노동은 허드렛일? 분비물제거·영양주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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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노동은 허드렛일? 분비물제거·영양주입까지…

[돌봄노동 연속기고·⑥] 간병노동자, 병원이 직접 고용해!

올해는 사회서비스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5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간병노동자,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장애인 활동보조인 등 돌봄노동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돌봄노동자들은 "노동자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보장해야 양질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오는 10월 20일 보신각에서 '제3회 돌봄노동자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에 공공운수노조는 사회서비스 영역의 현재를 진단하고 제도개선안을 제안하는 기고를 <프레시안>에 7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돌봄노동 연속기고
아이는 '20만원짜리', 노인은 '100만원짜리'?
"60만원 주고 100만원어치 서비스를 기대한다?"
"노인을 2500만 원에 팔아넘기는 '현대판 고려장'"
"아이 하나도 키우기 힘든데 20명을 돌보니…"
"다치고 임금 밀리고 잘려도 하소연 못하는 우린…"

대학교를 다니면서 청소노동자들을 만나고, 그녀들의 투쟁에 연대한 경험들은 나의 대학생활을 좀 더 성숙하고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현장활동 기간에는 청소노동자 일일체험도 해보면서 수업시간에 배울 수 없는 가치들을 배울 수 있었다.

작년 돌봄노동자 대회에 참석했을 때, 간병노동자들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들으면서 청소노동자들을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청소노동자만큼 익숙한 직종은 아니었지만, 친숙했다. 궁금했고 알고 싶었지만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 돌봄노동자 대회를 계기로 기회가 생겼다. 대학생과 간병노동자의 만남이라는 기획으로 간병노동자와 직접 인터뷰도 하고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우리는 당연하게 취재에 동행했다.

평일 점심시간에도 대학 병원은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병원 내에 있는 직원식당 앞에서 인터뷰를 약속한 간병노동자 두 분을 만났다. '학생들과 인터뷰가 있어서 얼른 식사하고 오겠다'고 말하고 나왔다면서 걸음을 재촉하셨다.

"나는 2인실 병실에서 루게릭 환자를 간병하고 있고, 이쪽 간병사님은 6인실에서 파킨슨 환자를 간병하고 있어요."

자리를 잡고서 인사를 나누는데, 간병노동자들의 자기소개는 이름이나 경력보다도 간병하고 있는 환자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되었다. 루게릭 환자를 간병하고 있는 이혜선(가명) 씨는 간병일을 시작한 지 올해로 10년째라고 하셨다. 10년 전 남편이 실직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파킨슨 환자를 간병하는 김정규(가명) 씨도 경력 10년이 넘은 베테랑 간병노동자였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처음 간병일을 시작해서 오랫동안 근무하셨고, 중간에 잠깐 개인 간병 일을 하다가 몇 해 전 이 곳 대학병원에 왔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사이 식사가 끝났고, 병실로 이동했다.

간병 노동은 허드렛일? 수십가지 전문성 갖춰야

간병노동자는 맞벌이, 육아 등의 문제로 가족들이 간병할 수 없는 환자가 있을 때, 대신하여 환자를 간병하고 보살펴주는 노동자다. '환자의 수발을 든다'고 단순히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간병노동자가 하는 일이나 역할은 생각보다 꽤 많았다. 간병인협회에서 제시하고 있는 간병노동자의 역할만 해도 십여 가지가 넘는다. 식사 및 간식 수발, 환자의 심상정리 정돈, 의복 교체, 대소변 수발, 운동 및 목욕, 환자 이동과 같은 기본적인 생활을 돕는 일부터, 정맥주사 및 유치도뇨관의 상태 관찰·기록, 기관지절개의 경우 분비물 제거, 위관영양주입 등 간호사가 할 법한 치료 보조는 물론이고, 환자의 말벗이 되어서 대화를 나누고 위로와 안정을 주는 역할도 한다.

"하루 일과는 간병하는 환자의 증상이나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나 같은 경우는 일어나면 가장 먼저 식전 약을 투여해요. 기관지에 걸린 가래나 침을 석션으로 빼드리고, 용변 처리하고, 세면하고 나면 아침식사 시간이에요. 아침 먹으면 체중이나 여러가지 환자 상태 체크하고, 시간마다 필요한 약이 정해져 있거든요. 약을 놔드리고, 시간마다 마사지도 해드리고 자세도 바꿔드리고 그래요. 의사선생님 회진 보고 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하고 그러다보면 점심 먹고 저녁 먹고 하루가 가는 거죠."

▲ 간병노동자. ⓒ한국간병인협회 홈페이지

밤잠 설치며 최저임금 못받아

대부분 간병 서비스를 받는 환자들은 거동이 불가능한 중증 환자가 많기 때문에, 이런 일들 하나하나가 중노동일 수밖에 없다. 특수저울을 침대에 올려서 환자의 체중을 재는 일,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의 귀저기를 갈고 몸을 돌려가며 물수건으로 목욕을 시키는 일 등이 모두 그렇다. 환자를 안고 씨름하다 보면 말 그대로 하루가 훌쩍 간다. 밤에도 잠을 못 드는 환자의 수발을 들거나, 수면 중 호흡 상태를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수다. 이렇게 하루 24시간 꼬박 간병노동을 하고 받는 돈은 일당 6만5000원. 시간당 임금으로 계산하면 2700원 꼴인데, 최저임금 4580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금액이다.

이렇게 간병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열악한 이유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주 기본적인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이나 휴일에 대한 기준도 없다.

"가장 힘든 점은 잠을 못자는 거예요." 어제도 벨을 울리는 환자 때문에 잠을 한숨도 못 잤다는 이 씨는 가장 힘든 점으로 수면부족을 꼽았다. "삼일 동안 잠을 못자서 눈이 충혈되다 못해 핏발이 터진 간병노동자도 있었고, 우리 협회에는 며칠 동안 잠을 못자고 쓰러지는 바람에 뇌진탕에 걸려 중환자실에 입원한 간병인도 있었어요." 늦은 밤에는 누워서 수면을 취할 때도 있지만, 전신이 마비된 환자들은 기관지에 가래가 끼면 수면 중 무호흡증이 올 수 있기 때문에 깊이 잠들 수가 없다. 조그만 기척이나 부름에도 일어나 석션으로 가래를 빼주고, 소변귀저기도 갈아줘야 한다.

환자에게 감염돼도…병원 "간병노동자는 외부인"

병원에서 일하다보니 면역질환이 생기거나 감염사고를 입는 등의 문제도 많다. 내가 만난 간병노동자도 MRSA균에 감염된 적이 있다고 했다. MRSA균은 항생제에 강한 내성을 가진 슈퍼 박테리아로 항생제 투약이 많은 대형병원에서 자주 발생하는 균이다. 감염자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각종 염증을 일으킨다.

"환자가 MRSA 보균자였는데, 간병하는 저에게 말해주지 않았어요. 보균 환자를 진료한 의사와 간호사, 보호자까지 정기적으로 MRSA 검사를 하면서 24시간 함께 지낸 저는 검사를 해주지 않는 거예요. 같이 검사를 받게 해 달라고 요구했죠. 그랬더니 제가 감염되었다고 나왔어요."

하지만 보상에 대한 규정이 없어 감염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병원은 1:1 계약이니 보호자와 이야기 하라고 했고, 보호자는 소개해 준 간병인협회에 책임을 돌렸다. 다른 환자에게 재감염의 위험이 있어 2개월간 일을 쉬면서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병원과 보호자 어디에서도 보상을 받지 못했다. 환자가 전염성 피부병인 옴에 감염되어 있다는 것을 병원에서 말해주지 않는 바람에 옴이 옮아 심하게 고생한 간병노동자도 있었고, 에이즈 환자의 주사바늘에 찔리는 경우도 있다.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산업재해나 직업병으로 인정받기도 어려워서 심하지 않은 경우 일을 쉬면서 자비로 치료를 한다고 한다.

"임금에 비해 하는 일이 많고 힘들다 보니, 대부분은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을 계속 해요. 70%는 생계 때문에 이 일을 한다고 봐야 할 거예요. 남편과 이혼하거나 사별한 여성들이나, 집에서 가장노릇 하는 엄마들이 많아요."

"간병서비스 건강보험 적용, 병원이 간병인 직접 고용해야"

피곤한 얼굴의 이씨는 "그래도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환자를 돌보는 일, 누군가에게 꼭 필요하고 절실한 일이라는 것이 간병 노동에 대한 자부심을 준다.

"내가 간병한 환자가 나아지는 모습을 보일 때, 상태가 좋아졌을 때는 정말 기뻐요. 전에 한번은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해서 욕창에 심하게 걸린 환자를 간병하게 된 적이 있었는데, 간병을 잘 해서 그 환자의 욕창이 깨끗이 나았을 때,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때, 내가 하는 일의 가치와 보람을 느꼈어요."

이러한 간병노동, 돌봄노동의 가치가 인정되고 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들이 필요하다. 간병노동자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그들의 권리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간병노동자의 현실과 권리를 전혀 반영하거나 고려하고 있지 못한 법, 제도를 개정하고, 노동시간과 임금, 휴게 공간 등을 규정해 간병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의 최소한이라도 지켜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야간노동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교대제를 도입하고, 간병노동자의 임금 인상이 보호자에게 비용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간병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

또한 돌봄노동, 간병노동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간병을 '병수발', '하찮은 일'로 보는 일부 보호자들의 태도나 사회적 대우가 마음 아플 때도 있다고 하면서, 이 씨가 한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가끔씩 '내가 돈 주고 산 사람이니 그 시간동안 내가 마음대로 부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보호자들이 있어요. 환자를 간병하기 위해 고용된 사람인데, 보호자의 잔심부름이나 수발까지 요구하는 경우요. 그럴 때 기분이 정말 나쁘죠. 간병노동자가 그냥 허드렛일 하고 수발드는 사람이 아니라 한 환자의 생명을 케어하는 '전문간병인'이자 '일하는 노동자'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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