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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고 임금 밀리고 잘려도 하소연 못하는 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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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고 임금 밀리고 잘려도 하소연 못하는 우린…"

[돌봄노동 연속기고·⑤] 가사노동자도 노동자다

올해는 사회서비스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5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간병노동자,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장애인 활동보조인 등 돌봄노동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돌봄노동자들은 "노동자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보장해야 양질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오는 10월 20일 보신각에서 '제3회 돌봄노동자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에 공공운수노조는 사회서비스 영역의 현재를 진단하고 제도개선안을 제안하는 기고를 <프레시안>에 7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돌봄노동 연속기고
아이는 '20만원짜리', 노인은 '100만원짜리'?
"60만원 주고 100만원어치 서비스를 기대한다?"
"노인을 2500만 원에 팔아넘기는 '현대판 고려장'"
"아이 하나도 키우기 힘든데 20명을 돌보니…"

전국가정관리사협회 회원들은 서비스가 필요한 개별 가정에서 가사관리, 재가보육, 산후관리 등의 돌봄서비스를 지원해주는 일을 하는 가사노동자입니다. 하지만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근로기준법에서 우리와 같은 가사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돌봄노동이 사적 공간인 개별가정에서 이루어져 국가의 개입이 어렵고 그 계약관계가 불분명하다며 가사노동자들을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사노동자도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명확한 노동자입니다. 우리의 노동을 통해 우리의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수행하는 가사노동은 사람을 돌보고, 다음날의 건강한 노동력을 재충전할 수 있도록 가정을 돌보는 귀한 노동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가사, 보육, 간병 등 돌봄서비스 영역에 종사하는 가사노동자는 약 50만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와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에 따라 돌봄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사노동자의 규모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 제도화된 영역을 제외한 30만 명에 달하는 비공식 부문 가사노동자는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고용불안, 산업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일하다 다쳐도 자비 들여 치료하는 가사노동자

작년에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인천지부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어 회원 중 일부가 사대보험에 가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한 회원이 고객집 세탁실에서 빨래와 청소를 하다가 미끄러 주저앉으면서 꼬리뼈에 금이 가서 입원과 통원치료를 하면서 다섯 달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또 다른 회원도 고객 집에서 달인 간장을 들고 가다가 작은 돌에 걸려 넘어졌는데 엄지발가락에 쇠심을 박는 수술을 하고 넉 달간 입원과 통원치료를 한 끝에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 가사노동자 등 돌봄노동자들이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의 ILO 가사노동자협약 비준을 촉구하며 서울 청계광장에서 캠페인을 벌였다. ⓒ공공운수노조·연맹
그래도 두 회원은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치료와 휴업급여가 나와 큰 걱정없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었지만, 산재보험 가입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대다수의 회원은 병원비와 생활비 걱정에 하루하루가 불안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렇듯 동일한 돌봄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더라도 어떤 사업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법적 지위가 달라지는 것이 대한민국 가사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동일한 노동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노동자간의 형평성 문제를 만듭니다.

가사노동자들은 업무 특성상 근골격계 질환을 많이 겪습니다. 특히 일하는 과정에서 높은 곳을 청소하다 떨어져 다치거나 깨진 유리에 베이는 등 업무상 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우리 가사노동자들은 다치면 자비를 들여 치료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어도 실업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임금이 체불되어도 가사노동자들은 고객의 눈치만 살펴야 하는 처지로 어디에도 우리들의 하소연을 들어줄 곳은 없습니다. 왜? 대한민국이 가사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 정부, ILO 가사노동자협약 찬성표 던지고도 비준 안 해

고령화, 핵가족화, 여성의 사회진출 등 현대 사회의 필요에 의해 가사노동자는 필연적으로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어지간한 사람은 하지도 못할 어렵고 힘든 일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우리 사회는 왜 이토록 기본적인 보장마저도 인색하단 말입니까? 저소득층에게는 여러 지원책들이 있지만 가사 노동자들에게는 기본적인 사회 안전망조차도 없는 것입니까?

인천지부 회원 중에는 조건에 걸려 저소득층에는 해당 안 되지만 한 달만 수입이 없어도 당장 생활이 어려운 여성 가장이 전체 회원의 1/3 이상입니다. 홀로 벌어서 자녀를 키우고 모든 생활을 책임지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데, 아파서 일을 하기 힘들어도 어쩔 수 없이 병원과 일터를 같이 다니는 힘든 상황에서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제 인천지부는 예비사회적기업 기간이 종료되어 그나마도 보장받았던 사대보험이 자격이 상실됩니다. 앞으로 일하다 다칠 경우에 어떻게 할지 대책이 없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우리 가사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우리에게 산재와 고용보험만이라도 보장하도록 법을 개정하기를 촉구합니다. 더불어 작년 ILO 가사노동자협약에 찬성표를 던진 대한민국이 빠른 시일 내에 ILO 가사노동자협약을 비준하여 건강한 가정을 위해 땀 흘려 일하는 여성가장들이 우뚝 설 수 있도록 큰 힘이 되어주기를 촉구합니다.

가사노동자들도 법의 둘레 안으로 들어가 '어엿한 노동자'로서 다른 노동자들처럼 차별없는 노동권, 산재·고용보험 등 사회보장권을 인정받는 노동자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것이 모든 법적 보호에서 소외되어 온 가사노동자들의 한결같은 염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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