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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갑' 싸이, 서울광장 공연에 무슨 일이?

싸이 갑작스런 등장에 다른 행사 줄줄이 연기ㆍ변경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 35)의 서울시청 광장 공연이 4일 밤 10시로 갑작스레 잡혔다. 서울시의 행정진행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나라 전체가 싸이의 빌보드차트 '정복' 가능성을 놓고 열광하는 와중에 이를 축하하기 위한 성격이 짙은 공연인데, 대중문화의 기반과 이를 바라보는 인식이 여전히 낡은 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싸이 공연은 '하이서울페스티벌'의 하나

이번 공연은 다급하게 추진됐다. 싸이는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라마다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빌보드차트 1위를 하면 많은 시민들이 관람할 수 있는 무대를 설치하고 <강남스타일>을 상의를 탈의하고 부르겠다"고 말했고, 이틀 후 서울시가 시청광장 공연을 문의했다.

이어 같은 달 30일 YG엔터테인먼트가 서울시에 답을 했으며,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 2일 최종 성사 결과를 싸이 측에 통보했다. 이날(2일) 싸이는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가진 ''CY X PSY 콘서트 싸이랑 놀자' 공연에서 서울광장 공연 소식을 공개적으로 알렸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신청사 개통 기념공연을 위해 지난 8월부터 싸이 측과 접촉을 해오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날(4일) 시청광장에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하이서울페스티벌'의 다른 프로그램이 일찌감치 잡혀있었다는 점이다. 페스티벌의 당초 일정을 보면 이날 오후 4시에는 <발라포 오케스트라> 공연이 시청광장에 잡혀 있었고, 이날(4일)과 5일 저녁에는 <아프로디테> 공연이 예정돼 있었다.

결국 서울시가 급하게 잡은 싸이 단독콘서트로 인해 이들 공연은 모두 일정이 미뤄지거나 장소가 옮겨지게 됐다. <아프로디테>는 잡음 끝에 오는 5일과 6일로 일정이 조정됐다. <발라포 오케스트라>의 공연 장소는 광화문 광장으로 변경됐다.

해당 공연 관계자로선, 갑작스럽게 들어온 싸이의 공연 일정 때문에 당초 예정한 모든 일정을 다급하게 변경해야 하는 꼴을 당한 셈이다.

서울시 글로벌마케팅팀 관계자는 "싸이의 공연이 당초 잡혀있던 하이서울페스티벌 프로그램보다 서울시 홍보 효과가 더 높다고 판단해 일정을 조정했다"며 "일정 조정 외에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일방적 행정 진행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갑작스런 싸이의 공연 일정을 문제 삼아 "서울시가 시 조례까지 무시하고 싸이 공연을 주최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이날 성명을 내 "시청광장 사용 신청자는 행사일 일주일 전까지 사용신청을 해야 한다"며 "행사 이틀 전 사용신청을 했다면, 서울시가 조례까지 위반하고 싸이 공연을 추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그러나 이와 같은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 시청광장 사용허가를 시청이 받았다"며 "싸이의 공연은, 엄밀히 말해 하이서울페스티벌 프로그램의 하나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촌스러움만 있다"

▲가수 싸이. ⓒ뉴시스
대중문화 비평가들은 이번 소식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바라보는데 그치지 말고, '싸이 현상'에서 나타나는 한국의 얕은 문화소비 인식 자체를 꼬집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온 국가가 나서서 싸이의 성공을 기원하는 양태에서, 과거 낡은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이번 싸이의 공연예산 4억 원은 전액 서울시가 부담한다. 서울시는 공연에 몰려드는 관객을 위해 지하철 운영시간까지 한 시간 연장했다. 당초 싸이의 또 다른 싱글 <라잇 나우>를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했던 여성가족부는, 싸이 측의 공식적 요청이 없었음에도 해제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도원 대중음악평론가는 "싸이가 해외에서 성공하는 건 긍정적"이라면서도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관련 현상은 '총체적 희극'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나 평론가는 "영미권 대중문화에 대한 열등의식을 싸이를 통해 풀려는, 즉 싸이를 통해 백인에 맞서 이루는 열등의식 극복을 얻으려는 욕망이 분출한 것"이라고 이번 시청광장 공연에 나타난 각종 지원을 평가하고 "'남한테 인정받으려면 우리도 인정해줘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갑작스러운 시청광장 공연 성사 소식은 '한국에서 성공하면 다 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며 "대중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 기반이 이토록 취약함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정부, 자치단체까지 나서서 한 가수의 '개인적 성취'를 돌봐주고 편의를 봐주는 현상은 결국, 여전히 한국의 대중문화가 국민문화적 성향에 머물러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국가 총동원체제를 떠올리게 한다. 유사 관제문화, 동원문화의 유형은 아닌가 반문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또 "가수 싸이라는 인기인을 활용하려는 서울시의 마케팅 시도도 낡은 틀에 머물러 있다"며 "여전히 문화를 자본이나 권력이 홍보의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과거의 사고방식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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