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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5박6일 홀로 빈 학교 지키는 어르신, 월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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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5박6일 홀로 빈 학교 지키는 어르신, 월급은?

"학교에서 일 년 365일 하루도 못 쉬고 최저임금 못 받아"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경비업무를 하는 김경만(가명·71) 씨는 오후 4시 반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8시 반까지 하루에 16시간 동안 일한다. 금요일부터 월요일 오전까지는 2박3일간 무려 64시간을 일한다.

그는 이번 추석연휴 때도 5박6일간 집에 갈 수 없다. 대신 두 평 남짓한 학교 당직실에서 홀로 끼니를 때우면서 156시간 동안 빈 학교를 지켜야 한다. 8년째 명절마다 손자 얼굴을 보지 못해 서럽다는 그는 학교 비정규직이다.

서울의 학교에서 일하는 1600여 명의 야간당직기사들의 평균 연령은 72세. 이들 중 일부는 정년퇴직을 하고 "더는 갈 곳이 없어" 일 년에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일하고 있다. 김 씨는 "다른 사람들은 명절이면 가족끼리 만나는 시간이 있는데, 우리는 일 년에 하루도 못 쉰다"고 씁쓸해했다.

16시간 중 8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책정한 용역회사

그렇게 일해서 김 씨가 버는 돈은 한 달에 90여만 원. 그마저 노동청이 법 위반 실태조사에 나서면서 지난달부터 학교장이 올려준 금액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그는 78만 원을 받았다. 법정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230여만 원을 받아야하지만, 지난 8년간 그의 월급은 2005년 68만 원에서 올해 78만 원으로 고작 10만 원이 올랐다.

올해부터는 전국의 초·중·고등학교가 주5일제를 실시하면서 월 20시간 더 일하게 됐지만 이들의 임금은 동결됐다. 용역업체가 근무시간 중에 평일에는 8시간, 휴일에는 16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책정하고, 그만큼의 임금을 주지 않는 탓이다.

그러나 당직기사들은 '휴게시간'이 사용자가 임금을 줘야 하는 '대기시간'이라고 주장한다. 김 씨는 "학교장이나 용역업체가 휴게시간을 몇 시부터 몇 시까지라고 정한 적이 없다"며 "집에 가거나 개인 볼일을 보지 못하게 일터에 묶어놓으면서, 휴게시간이 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서울의 한 혁신학교에서 3년째 일하는 이정환(가명·72) 씨는 아예 휴게시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혁신교육기관의 경우 저녁과 주말에도 학부모 아카데미, 지역주민 대상으로 체육관 대여 사업, 방과후 수업 등을 해서 바쁘다"며 "새벽 2시에 피자를 배달시켜 먹는 학생들도 있어서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의 임금은 다른 학교보다 10만 원 정도 많은 월 86만 원이다.

대법원은 지난 2009년 야간노동자의 대기시간이 근무시간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대기시간이나 수면시간이더라도,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지 않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에 놓여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이라는 취지다. 경비직의 임금이 최저임금의 90%임을 감안하더라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이들은 십여 년간 임금 체불을 당한 셈이다.

김 씨는 "용역회사는 적당히 휴게시간을 집어넣고 근로계약서를 가린 채 70대 노인들에게 도장만 찍으라고 강요한다"며 "억울하면 나가라고 말하니 어쩔 수 없이 계약하지만, 노예계약이나 마찬가지"라고 호소했다.

▲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과 통합진보당 정진후 의원이 지난달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학교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험기간엔 교사들 회식 위해 4시간 일찍 호출되지만…

김 씨는 "학교에 있으면 아이들이 귀엽지만 서러울 때도 많다"며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기간에 학교가 일찍 끝나 교사들이 회식하러 가면, 나는 그 회식을 위해 4시간 반 일찍 호출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수당은커녕 '어르신도 식사라도 사드시라'고 5000원, 만 원이라도 주는 경우가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 비정규직노조인 '전국회계직연합회 학교비정규직본부'는 학교와 교육청에 "전국 20만 아파트 경비의 평균임금인 월 132만 원을 임금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아파트 경비원이 격일제로 하루 평균 12시간을 일하고, 학교 당직기사들이 평일 16시간, 휴일 23시간씩 365일 동안 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광주나 전주의 경우 당직기사의 월급이 135만 원이고, 대구도 120만 원인데, 유독 서울만 75만 원~80만 원선"이라며 "서울에는 경쟁하는 용역업체가 많기 때문에 임금이 더 깎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조는 휴가를 보장하고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령에 따라 감시·단속적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시간(주 52시간)보다 연장근로를 할 수 있지만, 그 상한선을 정해줘야 한다는 것. 김 씨는 "6박7일, 10박11일 연속으로 일을 시키는 것은 반인권적이며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대선 후보자들도 (우리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알아야 한다"며 "OECD 국가에서 19시간씩 일을 시키는 곳이 드문데, 공공기관인 학교에서 고령자라고 돈은 조금 주면서 19시간 동안 일을 시키는 것이 맞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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