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60만원 주고 100만원어치 서비스 기대한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60만원 주고 100만원어치 서비스 기대한다?"

[돌봄노동 연속기고·②] 돌봄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해야 하는 이유

올해는 사회서비스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5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간병노동자,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장애인 활동보조인 등 돌봄노동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돌봄노동자들은 "노동자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보장해야 양질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오는 10월 20일 보신각에서 '제3회 돌봄노동자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에 공공운수노조는 사회서비스 영역의 현재를 진단하고 제도개선안을 제안하는 기고를 <프레시안>에 7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돌봄노동 연속기고
아이는 '20만원짜리', 노인은 '100만원짜리'?

복지의 이중성, 돌봄노동자의 눈물

요양보호사 및 간병인, 각종 서비스의 돌보미, 장애인 활동보조인, 보육교사…. 열악한 처우에도 돌봄서비스가 제공되는 배경에는 서비스의 직접제공자인 돌봄노동자들의 눈물이 있다.

우리사회는 이들에게 적정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 근거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비전문성을 내세운다. 하지만 최소 2시간에서 최대 24시간 타인의 가족을 돌보는 일이 과연 비전문적인가? 여성들이 영유아를 24시간 전담해서 돌보면 심각한 우울증에 노출된다. 또한 노인성 질환을 앓는 어르신이나 장애인을 집에서 돌보는 경우에도, 전적으로 이 돌봄을 담당하는 가족 구성원은 심리적, 육체적 어려움에 노출된다. 더욱이 맞벌이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요즘 누군가 가정의 돌봄을 지원해줘야 한다. 그 일을 사회적으로 수행해주는 이들이 바로 돌봄노동자들이고, 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우리를 대신해서 돌봄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들어 돌봄영역에서 높은 이직률, 구인의 어려움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반적인 노동시장에서 이와 같은 현상이 드러나면 노동조건 개선 등이 추진되는데, 제고될 조건에 대한 검토보다는 독일이나 일본에서처럼 해당 노동에 대한 이주노동력 활용이 조심스럽게 언급되기도 한다.

▲ 돌봄노동을 하는 요양보호사. ⓒ연합뉴스

돌봄노동자에게 60만 원 주고, 100만 원 서비스를 기대한다?

아이들을 돌봐주고, 어르신을 보호하고,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일에 우리 사회는 최저임금수준만을 유지함으로써 이 일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물론 임금구조에서 여성노동자의 노동시장 임금이 낮기 때문에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전체 여성노동자의 임금수준의 제고가 필요하지만, 돌봄 자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역시도 중요하다. 60만 원의 급여를 제공하면서 100만 원 이상 서비스를 기대한다는 것이야말로 시장원리에서 철저하게 벗어난다. 돌봄노동자가 생활임금을 보장받고 고용안정이나 노동권의 측면에서도 차별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이러한 모든 관행이 시장에 맡겨지면서 당연시되어 왔다. 이것이 당연하다면 돌봄노동자에게 서비스 질적 제고를 위한 그 어떤 요구도 부적절하다. 그들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가족을 잘 돌봐주기 바라는 것은 매우 모순적이다.

돌봄서비스는 감정과 육체 모두가 소비되는 노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측정에 어려움이 있고, 노동강도 역시도 보이는 것만으로 가늠하기 어렵다. 이들이 먹고살기 위한 노동쯤으로 우리 사회의 돌봄을 담당하게 되는 것과 최소 생활임금 수준은 보장된 상태에서 우리들의 가족을 담당하는 것은 질적으로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돌봄노동자의 처우개선은 우리 사회의 인간적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매우 명확한 명분을 갖고 있다.

사유재산에 근거한 돌봄은 '타인지향적'이기 어려워

최저 출산율과 최고 자살률, 이 두 가지 지표는 한국사회 삶의 지표를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준거이다. 사람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적극적인 개선 방안이 중요하다. 이는 비단 몇 가지 복지제도를 도입하거나 개선하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근본적인 성찰의 시작은 아마도 '사람의 가치'와 '행복에 대한 가능성'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노동력을 가진 사람들에게조차 생존을 위해 필요한 보상이 부여되지 않는 노동정책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노동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권리까지도 제한한다. 또한 현재의 노력이 내일의 희망으로 연결되는 경로가 차단된 구조에서 위험에 노출된 인간의 선택은 극단적일 수 있다. 특히, 이러한 환경은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만약 자살률이 낮아지고, 출산율이 제고된다면 공포로 이슈화된 노령사회에 대한 이미지는 장수사회라는 긍정성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적 전환을 위해 사회서비스는 긍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아이들을 키우는 어려움과 암담한 노인과 장애인의 삶 등에서 인간의 가치 제고를 원칙으로 누구의 희생이나 착취를 근거로 하지 않는 사회적 책임형태로 돌봄노동이 수행될 수 있도록 사회서비스는 재편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재편되어야 할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돌봄의 가치는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타인지향적 요소로 유지되어야 한다. 타인지향적 가치가 사회에서 실현되기 위해서 공급구조의 개선과 전달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 공급구조에서는 당장 시장질서 전체를 재편할 수 없다면 로드맵을 세워 개인의 재산권에 근거하지 않는 형태의 공급형태로 시장으로 재편돼야 한다. 지자체 직영형태와 비영리 민간형태가 대표적이다. 바우처 중심의 전달체계로 제도의 수용성은 높아졌지만 변화된 복지의식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바우처 전환 이후 급여에 대한 이용자의 책임의식이 문제되고 있고, 이용자 선택의 부정적 요소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바우처 만능주의에서 벗어날 필요성을 제기한다.

둘째, 제도의 보편성을 확보해야 한다. 수급층을 볼 때 보편적 성격이 가장 강한 보육지원 및 노인장기요양 이외의 사업에서는 소득 및 건강상태가 수급권을 결정하고 수혜층은 여전히 잔여적인 수준이다. 이렇게 볼 때 일반 시장에서 구매력이 떨어지는 가구이거나, 소득부족의 이유로 양벌이 형태의 가구 등은 그들이 원하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아니라, 공급자의 이해에 근거한 서비스를 제공 받게 된다. 즉 소득 수준에 따른 돌봄 영역의 계층화가 사회서비스 제도화로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서비스의 포괄성을 높일 수 있는 수급조건의 완화와 점진적인 보편주의가 고려될 수 있다.

셋째, 일자리의 양적 창출로서가 아닌 타인지향적 돌봄을 수행하는 일자리로서 돌봄 일자리를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취업 취약계층이나 중장년 여성노동층을 대상으로 나쁜 일자리를 수용하고 일하도록 강요해 왔다. 그러나 돌봄노동자들은 가족을 대신해서 요보호 가정의 돌봄을 담당한다. 이들의 가치가 소중하고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라면, 돌봄 노동자의 노동의 가치에도 이러한 의미가 투영되어야 한다. 이것은 일자리의 질적 개선을 통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전 사회적으로 인간의 가치는 제고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사회서비스가 시행된 지 5년이다. 구조적 개혁이 이미 불가능하다는 식의 태도와 접근은 요보호 대상자들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위의 세 가지 요소를 바로잡는 필요성과 명분은 이미 충분하다. 사회적으로 형성될 타인지향적 돌봄의 실현을 통해 한국 사회의 인간의 가치는 상당히 제고될 것이다.

▲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실시 1주년인 2009년 7월 1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주최로 열린 '요양제도 시행 1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요양서비스 질 개선과 요양보호사 인력 확충 문제 등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