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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지도 앱…애플이 평범해지는 건 자본주의의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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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지도 앱…애플이 평범해지는 건 자본주의의 속성"

[해외 시각] 애플의 첫 지도 앱 실패의 의미는?

지난 주 IT 기업 애플에게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겹쳤다. 좋은 소식은 21일(현지시간) 아이폰5의 판매가 시작된 애플스토어 앞에는 변함없는 장사진이 쳐졌다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이에 앞서 업데이트가 시작된 운영체제 iOS6에 처음으로 탑재된 자사 지도 서비스가 잦은 오류로 혹평을 받았다는 점이다.

애플의 첫 지도 서비스가 참담한 출발을 했다는 점은 단순한 실수 이상의 함의를 갖는다. <뉴욕타임스>의 비즈니스 분야 칼럼니스트 조 노세라는 21일 글(☞
바로 가기)에서 과거의 잡스였다면 이러한 실수를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더 큰 맥락에서 애플이 이제 혁신의 원천에서 평범한 거대기업이 되어가는 흐름을 잡스 스스로도 막을 수 없었을지 모른다는 질문을 던졌다.

노세라가 이렇게 주장한 이유는 애플의 첫 지도 서비스가 기존에 탑재됐던 구글 지도를 밀어내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과거 PC 소프트업계의 최강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랬듯이, 애플도 자신들이 일군 거대한 성과를 지키는데 매몰되면서 혁신의 몫은 신생기업이 맡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노세라는 설명한다. 이번 사태는 '잡스가 곧 애플'이었던 기업의 취약점을 노출하는 것을 넘어 자본주의의 기본 속성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애플은 최정점을 찍었나?

잡스가 살아 있었다면 아이폰5의 새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이 그런 완벽한 재앙이 됐을까? 흥미로운 질문이지 않나?

애플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잡스는 완벽주의자였다. 그는 부실하거나 평범한 제품에 용서가 없었다. 월터 아이작슨의 잡스 전기를 보면 애플이 수준 이하의 제품을 마지막으로 출시한 것은 2008년 나온 '모바일미'(MobileMe)였다. 잡스는 개발팀을 강당에 모이게 한 뒤 무자비하게 질책하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팀장을 잘라버렸다. 애플을 미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만든 3가지 제품(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은 다른 경쟁사들이 따라잡으려 나설 수밖에 없었던 뛰어난 혁신이었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판매된 아이폰 5는 의심할 바 없이 또 다른 히트상품이 될 것이다. 애플의 후광(halo)은 여전히 강력하다. 하지만 특별히 혁신적인 것은 없다. 물론 형편없는 결함도 있다. 아이폰5에 탑재된 새 운영체제에서 애플은 지도 앱의 표준 격이었던 구글 지도를 자사의 질 낮은 앱으로 대체해 소비자들의 분노를 불렀다.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 중 하나가 지도 앱이라는 점을 보면 이는 납득할 수 없는 실수다.

▲ 애플의 자체 지도 서비스 화면. ⓒAP=연합뉴스

아마도 이는 실수이고 곧 수정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탄광 안의 카나리아같은 결과로 나타날 것 같다. 애플은 앞으로도 한 동안 최고의 수익을 올리는 기업으로 남아 있겠지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같이 변화를 불러올 또 다른 제품을 우리들에게 선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 이유 중 일부는 명확하다. 잡스가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애플처럼 한 사람이 완전하게 기업을 대표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가 살아있을 때 이는 강점이었지만 지금은 약점이 됐다. 애플의 현재 경영진이 똑같은 혁신정신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에는 의심이 없다. 그러나 잡스처럼 모두를 관장하는 이 없이 결과가 같을 수는 없다. 지도 앱 사건이 말해주는 함의다.

덜 명확하지만 아마도 더 중요한 이유도 있다. 애플의 최전성기는 이제 지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잡스가 12년 동안의 '망명'(exile)을 끝내고 1997년 애플로 복귀했을 때 애플은 큰 문제를 겪고 있었다. 애플은 큰 위험을 안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각오가 되어 있었는데, 당시 잃을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15년 뒤 애플은 엄청난 수익을 내는 거대 기업이 됐고 잃을 게 많아졌다. 그렇게 되면 기업은 변한다. 컨설팅 업체 도블린의 래리 킬리는 "비즈니스 모델은 '금칠을 한 새장'이 되며, 경영진은 이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하는 반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런 일은 모든 산업계에서 벌어지지만 특히 IT업계에서 비일비재한데 이는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약 15년 전 마이크로소프트(MS)는 천하무적이었다. 하지만 윈도 운영체제와 MS오피스 프로그램이 한 번 거대한 돈벌이가 되자 MS의 전체 전략은 두 '캐시 카우'(cash cow)를 지키는 쪽으로 바뀌었다. MS는 라이벌을 꺾기 위해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데 윈도 플랫폼을 가차 없이 이용했다(MS의 반독점 재판이 이를 중단시켰다). MS는 여전히 수십 억 달러를 벌어들이지만 신제품들은 주로 다른 기업들이 만들어낸 혁신의 모방품이다.

이제 애플이 우두머리가 될 차례다. 놀랄 것 없이 애플은 유사한 행보를 시작했다. 바로 삼성에 대한 특허 소송인데, 혁신에는 아무 도움이 안 되고 자기 앞마당을 지키려는 목적만 있는, 값비싸고 역효과만 낳는 일이다.

그리고 구글 지도 앱을 대체한다는 결정에서도 마찬가지의 행보를 볼 수 있다. 구글은 한 때 동맹관계에서 이제 라이벌이 됐고, 구글이 자사 지도 서비스를 애플의 플랫폼에서 홍보하게 놔둔다는 생각은 배척당하게 됐다. 게다가 애플은 라이벌이 만든 것보다 훌륭하지 않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자사 서비스를 이용도록 강제하고 싶어한다. 기업이 한 번 그렇게 가면, 기존 것에서 뭔가를 더 짜내는 대신에 새로운 무엇을 창조하려고 노력하는 영리한 신생 경쟁자들에 취약해진다. 스마트폰 시장의 한 때 강자였다가 지금은 애플과 삼성이라는 기업에 치인 블랙베리에게 물어보라.

잡스가 사망하기 전에도 애플은 중요 목표가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방어하는 기업이 되고 있었다. 맞다. 잡스는 결코 자기 수하들이 그런 창피한 앱을 탑재하도록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결과적으로 평범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을 것 같다. 대기업이 방어적으로 되고 새로 등장한 라이벌 신생기업이 더 훌륭하고 똑똑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자본주의의 속성이다.

내가 본 한 트위터 글은 이랬다. "오, 맙소사. 애플 지도는 역대 최악이야. 블랙베리에서 맵퀘스트를 쓰고 있는 것 같아." 맵퀘스트와 블랙베리.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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