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지난 정권 때 사학 규제책의 일환으로 마련한 총장 임기 제한제도 폐지했다. 사실상 대학이 돈벌이에 집중하도록 길을 열어준 조치며, 특히 사학의 경우 세습 총장의 장기집권이 가능하게 됐다. 논란이 크게 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 대학 규제 대폭 완화
27일 정부는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제11차 교육개혁협의회를 열어, 이와 같은 내용의 '대학 자율화 추진 계획'을 확정했다.
정부 정책의 골자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 대학이 수익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끔 한 데 있다.
우선 정부는 각종 건축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크게 건축 규제 완화와 감세로 대표되는 이들 정책은, 크게 보면 대학이 적극적인 건설 사업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면이 있다. 침체하는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키려는 데도 정부의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한 부분이다.
우선 정부는 대학 내에 관광숙박업과 국제회의산업 관련 시설 건축을 금지한 현행 규제를 풀어, 대학이 '교육, 실습 및 공공의 목적에 부합'하는 시설에 한해 숙박시설과 회의시설을 건축할 수 있게끔 했다.
사실상 대학이 건축 목적에 부합하게 이유만 만들면 호텔 건립까지도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더해 교육용 기본재산을 대학이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용도변경하는 것도 허용했다. 예를 들어 대학이 보유한 연구용 부지도 "당해 학교 교육에 직접 사용하지 않을 경우" 돈벌이를 위해 얼마든지 용도변경할 길이 열렸다. 그간 부동산 확보에 열을 올린 대학의 경우 곧바로 돈벌이에 나설 길이 열린 셈이다.
나아가 현재 지자체가 규제하고 있는 대학 교사 신축 시 높이기준과 건폐율을 완화해, 대학이 용도지구 건축제한을 적용받지 않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대학 내 건물에 높이 기준이 폐지돼 해당 용도지구의 건폐율과 용적률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건물 신축이 가능해진다.
또 산업시설용지에 대학 캠퍼스 설립이 불가능했던 현행 규제도 폐지했고, 대학이 보유한 캠퍼스 내 공원부지에도 기숙사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대규모로 적립금을 쌓아놓은 대학들이 수익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학교부지 선점 경쟁을 빚을 수 있고, 나아가 호텔 유치 경쟁까지 치열하게 나설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상 대학이 돈벌이를 추구하는 기업화할 가능성이 적잖다.
대학에 물리는 각종 세금도 대폭 감면했다. 정부의 국정 철학이었던 감세 제도가 대학까지 이어진 셈이다.
이에 따라 대학이 추진하는 민자사업(BTL)이 앞으로 국책사업처럼 부가가치세 영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이전에는 대학이 매입부가가치세로 공사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담했는데, 이게 폐지(영세율)된 것이다.
건축과 직접 연관되지 않은 부분에서도 각종 감세 혜택이 주어진다. 정부는 산학협력단이 수행하는 교육용역 사업에 부가가치세를 면제했고, 산학협력단이 대학시설을 무상으로 사용할 때 물리는 부가가치세도 면세했다.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11차 교육개혁협의회'가 열린 가운데 김황식 국무총리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사립대 총장 영구집권 길 터줘
지난 정부가 사학을 규제하기 위해 2005년 도입한 총장 임기 4년 제한제도 철폐했다. 당초 도입됐던 중임 1회 규정 제한은 이미 지난 2007년 철폐된 상태다.
정부는 "대학 총장이 중·장기적인 비전하에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이유로 총장 임기 제한 규정을 철폐했다.
이 경우 당장 비리 사학재단으로 인해 큰 문제를 겪고 있는 사학 내 반발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국내 사학 대부분이 특정 가문의 지배하에 있는데, 이들 가문이 사학 재벌로 영구 집권할 길을 터줬기 때문이다. 대학에 돈벌이 길을 크게 터준 가운데 지배구조마저 악화시킨 터라, 족벌 대학 지배 가문이 교육을 빌미로 자유롭게 돈벌이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 맞물려 시행될 각종 '입학 장사'는 대학의 돈벌이 활동을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엄격하게 관리해 온 정원 제한이 풀렸다. 앞으로는 외국대학과 대학원 교육과정을 공동운영하는 대학은 국내학생 정원을 정원 외로 인정하도록 했다. 외국 대학의 대학원 과정을 캠퍼스에 유치한 대형 대학은 학생수를 대폭 늘려, 그로 인한 등록금 수입액을 더 늘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경우 교수 정원을 대학이 얼마나 늘릴지는 미지수인 만큼, 이 역시 대학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정부는 국립대가 학과를 통폐합하더라도 교원확보율을 전년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한 규제조항을 폐지하고, 교원확보율이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학생 정원을 조정 가능하도록 했다. 대학 교육의 질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외국인 유학생을 상대로 한 입학 장사도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유학생이 입국할 경우 한화 1000만 원 상당의 재정능력을 입증할 서류를 요구하는 현행 제도를 완화해, 전액 장학생의 경우 대학의 장학금 지급 보증서류로 대체하는 걸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간 학교 밖에 위치한 기숙사는 학교 시설로 인정되지 않았으나, 이번 조치로 인정되게 됐다. 대학은 그간 의무적으로 교지·교사를 보유하고 있어야만 했는데, 앞으로는 대학원이 소재한 광역경제권 범위 내에서는 교지·교사를 확보하지 않더라도 임차할 경우 예외를 인정해주게 됐다.
대학원을 설치한 대학이면, 본교가 위치하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 건물을 임대만 해도 대학원 과정을 개설해 등록금 수입을 올릴 길이 열린 것이다.
사학재단 비리, 정부가 길 열어줘
재벌그룹 가문이 대학 운영에 대대적으로 뛰어든 상황이라, 앞으로 대학 간 양극화·서열화가 더욱 극심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대대적으로 대학에 돈벌이 길을 열어준 이번 정책 때문에 각지에서 강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박홍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의원(민주통합당)은 "대학이 교육용 기본재산으로 돈벌이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 빗장을 풀어준 것"이라며 "사학엔 대학 상업화의 자율을 한껏 풀어주고, 국공립대엔 총장직선제의 자율을 한껏 틀어 죄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자율화 논리를 중요시하는 일부 경제신문, 보수신문에서마저 정부 정책에 우려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28일 "자율화를 명분으로 정부가 대학이 돈벌이할 수 있는 길을 지나치게 많이 터주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며 "교육은 뒷전인 채 부동산 개발 등 장삿속에만 눈을 돌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올해 이들 대학의 등록금 평균 인하율은 3%선에 불과했다. 재정 수익이 늘어난다고 해서 등록금을 내린다는 보장이 없다"며 "대학은 점점 부자가 돼 가는데 학생과 학부모는 비싼 등록금에 시달리는 현실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27일 논평을 내 "대학 총장의 임기 4년 초과 제한이 폐지돼 스스로가 물러나지 않으면 총장을 교체할 방법이 없어진다"며 "족벌 사학 운영자들이 대학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임기 제한 없이 대학을 영속적으로 지배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조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연구소는 "이번 발표는 등록금 동결 조치로 대학들이 가진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갑자기 추가 자율화 정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대학 자율은 '운영자'들을 위한 것이 아닌 학문 활동을 위한 구성원들의 '자율'이어야 하고, 자율 부여와 동시에 공익적 책임성도 물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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