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의 새 싱글곡 <강남스타일>이 한 마디로 '대박'을 쳤습니다. 연말 대형공연에서나 볼 수 있던, 과거의 히트곡에 기댄 가수로 전락할 뻔한 싸이는 <강남스타일>의 성공으로 이제 해외진출까지 노리게 됐습니다. 뮤즈어라이브의 이성규 대표는 이 놀라운 성공 요인을 날카롭게 분석한 "싸이 '강남스타일' 어떤 경로로 성공했나" (☞ 바로 가기) 글로 누리꾼 사이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프레시안>은 이 글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읽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자의 허락을 받아 지면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
8월 9일 현재 유튜브(Youtube) 싸이 채널의 총 동영상 조회수 3366만 건. 이 가운데 <강남스타일>의 조회수는 60퍼센트(%)인 2000만 건. 시쳇말로 가히 '초대박'이라 할 만하다. 지난해 최다 조회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빅뱅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의 3648만 건 갱신도 가능해보인다.
'K-POP' 아이돌도 아닌 그가 단 한번의 컴백 뮤직비디오로 이처럼 대단한 성공을 거둔 원인이 궁금해진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파괴의 문법', '혁신의 기획'을 오롯이 담고 있다. 강남스타일이 주목받아야 할 대목은 성공의 결과보다 성공의 과정이 아닐까 한다.
확산 경로의 탐색
(1) 트위터와 유튜브에서의 확산 과정
글로벌 소셜분석 서비스 톱시(Topsy)에 따르면 <강남스타일>(gangnam style)이 트위터를 통해 언급된 시점은 7월 11일께다. 이날은 싸이 측이 <강남스타일> 티저 뮤직비디오를 게시한 날과 일치한다. 6집 발매에 대한 홍보가 시작됐을 무렵이다. 이렇게 입소문을 타면서 7월 15일 뮤직비디오 공개 당시 최고점을 찍게 된다. 일 3000건 정도까지 올라섰던 <강남스타일>에 대한 언급건수는 7월 15일 들어 6922건까지 치솟았다. 당시 확산의 진앙지는 아래 2ne1의 산다라박의 팬인 해외 트위터 사용자였다. 팔로어는 대략 3만 명대.
ⓒ트위터 |
하지만 <강남스타일>의 주목도는 이후 크게 꺾이는 흐름을 보이며 확산의 탄력을 잃어갔다. 7월 30일까지 트위터 최고 언급수는 일 4800건이 전부였다. 하지만 7월 31일 전혀 다른 새로운 상승 국면에 진입한다. 그 발원지는 아래의 트윗.
ⓒ트위터 |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를 발굴했다는 스쿠터 브라운(Scooter Braun)이 지난 8월 1일 <강남스타일>에 대해 "어떻게 내가 이 친구와 계약을 안했던 것이지?"라고 언급하며 뮤직비디오를 링크했다. <강남스타일>은 이날을 기점으로 '터보 엔진'을 달게 된다. 8월 1일 <강남스타일>에 대한 언급은 일 1만2586건까지 상승했고 8월 4일 인기 게임 <스타크래프트II>의 게임 디렉터인 션 플롯(Sean Plott)과 8월 6일 한류 소개 서비스인 @올케이팝(@allkpop) 트윗의 영향으로 1만8000건까지 치솟았다. 션 플롯은 당일 <스타크래프트II> 방송을 전문으로 중계하는 스타크래프트바에서 경기 시작 전 <강남스타일> 영상을 본 후, 그 소감을 트위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 |
(2) 음원 차트 등 기타 영향
트위터와 유튜브 내에서의 확산도는 곧바로 음원 차트에도 영향을 미쳤다. 7월 15일 공식 뮤직비디오 발매 직후부터 국내 다수 음원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뒤 8월 9일 현재까지 26일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국내 음원 차트의 순위는 대부분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라는 두 가지 팩터를 중심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직접적 홍보량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 큰 호응을 얻을 경우 곧바로 음원 서비스의 모바일, 웹 스트리밍이 늘어나며 음원 차트 순위가 상승하는 종속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잘 만든 한편의 뮤직비디오는 음원차트의 순위 상승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과거 방송사에 자사 소속 뮤지션의 뮤직비디오를 강제 방영해줄 것을 요청하며 블랙마켓이 형성돼왔던 관계를 그려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는 연동 과정이다.
(3) 해외 진출 경로 마련 과정
뮤직비디오의 글로벌 확산은 대부분 유튜브로 수렴된다. 국내에도 다수의 동영상 유통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해외로의 파급력 측면에선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유튜브는 글로벌 서비스라는 강점을 무기로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이미 수많은 아마추어들이 유튜브의 강점을 등에 입고 스타로 발굴되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강남스타일> 또한 이 경로를 따르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해외 팬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확보하게 됐고 트위터에 힘입어 확산의 속도가 빨라진 케이스라 할 만하다. 특히 해외 유력 음악산업 종사자에 의해 '발견'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일약 세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게 된다.
앞서서도 언급했다시피 <강남스타일>의 2차 붐업을 태동시킨 스쿠터 브라운은 저스틴 비버를 발굴한 31세의 매니저로 잘 알려져있다. 그는 어셔(Usher)와 공동으로 레이먼드 브라운 미디어 그룹(Raymond Braun Media Group, 어셔 레이먼드와 스쿠터 브라운의 성을 따서 만든 회사)이라는 조인트 벤처이자 레코드 레이블을 공동 설립했다. 저스틴 비버 또한 이 레이블 소속이다.
그는 최근 싸이가 소속된 YG 측에 직접 전화를 걸어 협력 방안을 다양하게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싸이의 미국 진출에 대해 다방면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별다른 해외 전략 없이 뮤직비디오 한 건만으로 해외 진출이 용이해진 상황을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대변한다. 이는 자사 소속 뮤지션의 해외 진출을 도모하고 있는 기획사에 여러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저명 프로듀서와의 공동 작업, 원더걸스류의 현지 투어라는 고비용 경로를 거치지 않고도 해외 진출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그가 열어준 셈이다.
뮤직비디오의 '성공 문법 걷어차기'와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대중에게 지혜나 아이디어를 구하는 방법론) 과정
(1) 뮤비 제작 과정의 창의성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국내 유행하고 있는 전형적인 뮤직비디오 몇 가지 성공 문법을 걷어차고 있다. 한 가지는 '과정의 창의성'이다. 그는 <강남스타일> 제작 당시 전국의 안무가들에게 상금을 걸고 아이디어를 받아냈다. 일종의 '제한된 크라우드소싱' 과정을 거친 셈이다. 한두 명 전문 안무가의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다수의 지혜를 얻어내기 위한 실험을 단행했다. 화제가 되고 있는 '말춤' 또한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는 것이 인터뷰에도 드러난다.
두 번째는 '아이디어의 창의성'. 해외 음악·IT 전문 블로그인 하이프봇(Hypebot)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뮤직비디오에 대해 두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제시한다. 첫째로는 창의성의 실험장으로 활용하는 모델. 밴드 뮤트매스(Mutemath)의 <티피컬>(Typical)이 대표적이다. 곡은 정상적으로 흘러가면서 비디오는 거꾸로 돌리는 방식이다. 이미 종종 봐왔던 시도였긴 하나 그 속에서 소소한 창의적 실험을 이어간다. 이 비디오는 현재 유튜브에서 260만여 건이 재생됐다.
<강남스타일>은 이런 정도의 실험성을 보이지는 않지만 '화려함' '과도한 이미지화' 등 기존 뮤직비디오를 장악해왔던 성공 문법을 벗어나고 있다. 즉 '외모의 비주얼', '무대 세트의 비주얼'이 아닌, '일상적인 무대'란 전제 속에서 '공간의 의외성'을 감칠맛나게 시청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한 '공연 퍼포먼스의 비주얼'을 강조함으로써 가볍지만 메시지가 강렬한 뮤직비디오를 완성시켰다.
포장되지 않은 이미지 속에서 '음악적 감수성'을 거칠지만 솔직하게 표현해낸 점은 '공감의 확대', '공감의 전염성'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하이프봇이 소개하는 성공적인 뮤직비디오 사례를 인용하고자 한다.
전통적인 뮤직비디오는 덜 중요해지는 반면 비주얼 뮤직(Visual Music)이 중요해지는 사례로 꼽히는 영상도 있다. 이미 줄기차게 알려졌던 고티에(Gotye)의 <Somebody That I Used To Know>. 워크 오프 디 어스(Walk off the Earth)가 새롭게 연주해 화제가 된 비디오는 현재 재생수만 1억1275만여 회에 이를 정도로 그야 말로 '대박'을 친 경우다. 5명이 한 대의 기타를 나눠 연주하는 모습에 전세계인들이 감동과 찬사를 보냈다. 화려한 비주얼이 아닌 창의적 경험과 아이디어가 녹아든 비주얼 음악이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고비용의 화려한 뮤직비디오가 성공한다'는 공식은 바로 이런 아티스트들의 시도로 인해 서서히 깨져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2) 저작권 버리고 패러디 택하다
싸이가 염두에 뒀든 두지 않았든, <강남스타일>의 확산 배경에는 리액션 영상뿐 아니라 패러디 영상물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패러디물은 원 저작물의 확산을 배가시키는 '후광 효과'를 발휘한다. 가장 강력한 무료 마케팅 툴인 셈이다.
하지만 국내 이해관계자들은 그동안 엄격하게 저작권 규정을 들이밀며 자유로운 패러디 창작을 제한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0년 5살 꼬마의 손담비 손수제작물(UCC) 사건이다. 꼬마 어린이가 가수 손담비의 노래를 따라부른 UCC 영상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저작권 위반 지적으로 인해 포털에서 삭제된 사건이다.
당시 음저협 측은 "모니터링 결과 이번 소송 건처럼 꼬마가 부른 것도 있고, 배경 음악으로 사용된 것도 있었다. '노래가 사용됐다'는 것은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삭제 요청을 한 것"이라며 네이버에 삭제 요청을 했다. 이에 네이버는 "현 저작권법에선 가수의 춤 동작이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도 저작권 범주에 포함된다"라며 해당 영상을 삭제 조치했다.이에 대해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며 다음과 같이 적시했다.
1. 우씨는 개인블로그에 자기 딸이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올리며 대중문화가 어린 아이에게 미친 영향 등에 대한 비평 등을 함께 기재했다. 해당 동영상은 우씨의 딸과 관련된 독자적인 저작물인 만큼 가수 손담비 음악의 상업적인 가치를 도용해 영리목적을 달성하고자 했다고 볼 수 없다.
2. 우씨의 딸이 노래 부르는 장면은 전체 동영상 가운데 15초 정도로 극히 짧고 그마저도 음정, 박자, 화음이 본래의 저작물과 상당 부분 다르다. 따라서 우씨의 동영상이 본래 저작물을 본질적인 면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UCC 형태로 제작된 해당 동영상 게시까지 제한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게 될 것이다. 우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만약 이들 이해관계자의 논리라면 지금의 <강남스타일> 패러디물들도 얼마든지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물론 최근의 판례와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이익을 저해하지 않는 한 저작물을 널리 공유하게 하는 목적도 지녔다"는 저작권법의 취지 등을 고려하면 무죄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마음만 먹으면 패러디 창작의 표현에 제안하는 가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싸이 측과 음저협은 이번엔 움직이지 않았다. 소를 제기하는 것보다 패러디의 제작을 독려하는 것이 상업적으로 현명한 판단이라고 봤을 것이다. 결과가 어찌됐든 싸이 측은 저작권 이슈에 대해 비교적 탄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것이 '<강남스타일>의 성공'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불황기 소비심리의 정확한 포착
제일기획의 연구에 따르면, 불황기엔 소비자들에게 다섯 가지의 독특한 구매행동이 나타나는데 그 가운데 첫 번째가 '더 강한 원초적 자극을 원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실제로 불황기에 성공한 광고 커뮤니케이션 중에는 섹시코드, 감각적인 유머 등을 활용하거나 오감을 자극해 성공한 사례가 많다"고 적시하고 있다.
<강남스타일>은 불황기에 나타나는 대중의 독특한 소비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듯 보인다. 특히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지속되고 있는 장기불황, 반복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기후변화로 인한 불안감 등이 원초적 자극을 갈망하는 대중들의 심리를 양산해내고 있다.
싸이 또한 이 부분은 간과하지 않았을 터. 뮤직비디오를 관통하는 코드는 두 가지. 섹시와 유머다. 여기에 말춤이라는 복고 요소가 결합된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불황기엔 호황기 혹은 좋았던 과거 시절 추억을 더듬으며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인기를 끌게 마련이다. <강남스타일>은 섹시와 유머, 복고가 유기적으로 접목되면서 불황기 대중들의 심리를 기술적으로 교묘하게 파고들고 있다. 이 곡의 인기 이면에는 이러한 사회경제적 소비 심리가 투영돼 있다.
요약하자면,
'뮤직비디오 → 매스미디어 방영 → 방송(음원) 차트 장악 → 다운로드 수익 및 앨범 판매 → 공연 수익'이라는 전통적 수익 창출 경로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또한 현지어 음반 판매, 현지 투어 등에 의존해왔던 뮤지션의 해외 진출 경로 또한 적지 않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스타일>은 이런 의존된 경로에서 벗어나더라도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고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구가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냈다. 이미 이런 사례는 여러차례 검증되기도 했다.
또한 뮤직비디오가 음악을 홍보하기 위한 부차적 수단이 아니라 음악을 소비하는 일차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깨닫게 해 준다. 홍보와 PR의 관점에서 고비용을 지출하는 뮤직비디오 제작 접근 방식은 유튜브가 글로벌 소비의 확산 경로로 자리잡은 지금, "올드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음악을 소비하는 일차 재료로, 창의적 예술의 한 장르로, 공감의 코드를 담아 다룰 때 대중의 열광은 따라오게 될 것이다.
<강남스타일>은 의외로 국내 음악산업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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