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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우 '독도 세리머니', MB 독도 방문이 불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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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우 '독도 세리머니', MB 독도 방문이 불렀나

[런던올림픽] IOC, 한국 대표팀에 진상조사 요청

올림픽 참가 64년 만에 처음으로 남자 축구 종목에서 나온 메달, 그리고 주목받는 대회에서 성사된 한일전 승리라는 성과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해 찬물을 끼얹었다.

IOC는 10일(현지시간) 열린 올림픽 남자 축구 3·4위전에서 2대 0으로 승리한 한국의 미드필더 박종우가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피켓을 들고 그라운드를 달린 것을 문제 삼아 동메달 수여를 보류하고 진상조사에 나섰다. 박종우는 실제로 동메달을 받지 못한 채 다른 17명의 선수들과 함께 귀국길에 올랐다.

IOC는 대한체육회(KOC)에 이 세리머니가 나오게 된 배경을 조사해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오는 16일까지 이 사안에 대한 진상조사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받은 상태다.

올림픽에서 금지된 정치적 세리머니

축구경기에서 선수들이 세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한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005년 독도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축구평가전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광고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유고 출신의 K리거 샤샤는 1999년 3월 결승골을 넣은 뒤 카메라를 향해 나토(NATO)의 유고 공습 중단을 촉구하는 내의를 노출하기도 했다.

올림픽에서도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 육상 남자 200m 결승에서 1, 3위를 차지한 미국의 흑인 선수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가 시상식에서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뜻으로 고개를 숙인 채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위로 뻗는 동작을 취했다가 미국 대표팀에서 퇴출됐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호주의 원주민 출신 복싱 선수 데미언 후퍼가 대표팀의 공식 유니폼 대신 호주 원주민인 '애보리진' 국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출전해 IOC의 조사 대상이 됐다.

IOC의 올림픽 헌장에는 '광고·시위·선전'과 관련된 조항에서 "어떤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또는 인종차별적 선전도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 별도로 FIFA의 법규 중 '차별과 인종주의 금지' 항목에 "국가나 개인, 특정인들의 집단을 인종이나 성, 언어, 종교, 정치 등 어떤 종류의 이유에서든 차별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제재하거나 추방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선수단이 자극을 받으면서, 선수들은 구자철의 두 번째 골 세리머니로 '만세 삼창'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문제는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담은 박종우의 세리머니가 이러한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지 여부다. 박종우는 이번 세리머니에 대해 '관객이 건네준 피켓을 들고 뛰었을 뿐 의도된 세리머리가 아니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종우가 세리머니를 펼칠 당시 선수단 측이 이를 황급히 제지했다는 점은 해당 행위가 문제가 될 수 있음을 파악했다는 반증이 된다.

▲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 사태를 보도한 <가디언> 홈페이지.

한일전에서 독도 세리머니가 나온 이유는?

일부 언론이 '8.15 광복절을 앞두고 한일전이 열린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지만, 애초 한일전에 쏠린 관심은 올림픽 출전 사상 처음으로 한국이 동메달을 획득할 수 있을지 여부와 함께 선수들의 병역 면제에 있었다. 이 때문에 경기 12시간 전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박종우의 세리머니 사건이 일어나는 데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AP>와 <로이터>는 '박종우 파문'을 보도하면서 이 대통령이 일본과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독도를 한국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방문한 뒤 일어났다는 점을 나란히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애초 한국시간으로 경기가 열리기 약 10시간 전인 10일 오후 6시로 엠바고(embargo)가 설정되어 있었지만, 이날 오전 일본 언론이 미리 보도하면서 일본 정부의 주한 대사 소환 등 반발을 불렀다.

국내에서도 '한국의 영토를 대통령이 방문할 수 있다는 건 당연하지만,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독도에 가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독도 영유권 문제를 유발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편으로는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집권기간 동안 거의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았던 이 대통령이 한일 군사협정 밀실 추진 파문이 터진 뒤 한일전에 맞춰 급작스럽게 독도를 방문했다는 점에서 대외적 의지 표현보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이는 상황이다.

IOC가 실제로 박종우의 메달을 박탈하게 된다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질 수도 있다. 과거 식민지배를 했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메달을 박탈하는 것을 한국 국민들의 정서상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박종우의 병역 면제까지 논란이 확대될 수 있다.

새누리당 홍일표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박 선수가 관중석에서 종이를 받아 즉흥적으로 한 것이고, 독도에 대한 우리 국민의 남다른 애착을 고려해 IOC가 관용을 베풀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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