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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걷기 포기한 국가, 재벌가 딸들은 웃는다

[기고] 공공기관 면세점 지분 나눠 재벌에 넘겨주려는 정부

최근 인천국제공항 매각과 관련하여 다시금 공기업 민영화 논쟁에 불이 붙었다. 그런데 인천공항 매각과 별도로 인천공항 속에서 조용하고도 은밀하게 진행되는 작은 민영화들이 있다. 인천공항 내 급유시설 민영화와 인천공항 내 면세점 민영화가 그것이다. 공기업 민영화 관련 외부 회의에 참석하여 인천공항 내 면세점민영화에 대해 설명할 때마다 어김없이 듣는 두 가지 질문이 있다. 첫 번째 질문은 '관광공사가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었나요?'이고 두 번째 질문은 '면세점은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게 적절한 게 아닌가요?'이다.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이 왜 국가경제에 이롭지 않고, 공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이 국민경제상 왜 착한 면세점일 수밖에 없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국가가 세금 걷기 포기하고…롯데와 신라만 웃는다

면세사업도 공기업 민영화 정책이 휩쓸고 간 대표적인 업종이다. 공기업 선진화라는 그럴 듯한 이름으로 밀어붙인 공기업 민영화에 따라 공항의 면세점들이 모두 민간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 결과가 어떠한가? 면세점 업계 1, 2위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호텔신라 면세점)이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이 2007년에는 57%였으나, 현 정부가 들어선 후 불과 4년 뒤인 2011년엔 약 80%로 급등했다. 반면 2007년 시장점유율 2위였던 관광공사의 점유율은 고작 4%로 급락했다. 군소 면세점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공기업 민영화 정책을 기점으로 면세사업의 빈익빈부익부 독과점 현상은 깊어졌다.

▲ 노조 집행부가 관광공사 면세점 민영화에 반대해 피켓시위하는 모습. ⓒ한국관광공사노조

면세사업에서도 역시 자본주의 논리대로 철저히 효율에 의거해 무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 대기업의 점유율 변화도 적극적인 마케팅에 따른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면세사업의 본질을 모르거나 혹은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는 주장이다. 면세사업이 무엇인가? 국가재정의 근간인 징세권을 국가가 자발적으로 포기한 예외적인 시장이다. 지금은 세금을 면제해 주는 특혜사업의 수익이 고스란히 1, 2위 재벌들로만 돌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공익을 목적으로 부여된 특혜가 경제적 강자에게만 집중되는 것이다.

국가가 허가하고 통제하는 특혜사업들을 보자. 복권사업의 경우 이익금 전액을 국민복지 증진에 사용하고 있다. 경마사업도 매출액의 16%를 레저세로 내고 있다. 카지노사업의 경우 매출액의 10%를 관광진흥기금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유독 면세사업의 경우 매출액이나 수익금 중 일부를 공적기금으로 출연하도록 하는 법령이 없다. 이제는 재벌면세점들도 특혜사업을 운영하는 대가로 일정부분 공익을 담당해야 할 때이다.

재벌면세점과는 다르게 관광공사의 면세사업 수익은 관광진흥부문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고 있다. 관광공사는 면세점 수익으로 그간 제주 중문관광단지, 경주 보문관광단지를 개발하였고, 외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해외마케팅에 면세점 수익을 사용하여 왔다. 면세점이라는 특혜사업을 운영하는 대가로 면세사업 수익을 전액 공적인 부문에 투자해 온 것이다. 관광공사의 면세점 운영은 면세사업의 수익이 재벌들과 대주주에게만 돌아가는 민간과는 엄연히 다르다.

루이뷔통 유치 경쟁 나서던 재벌면세점, 외국인 대상 국산품 판매율은?

관광공사 면세점은 또한 단순히 물건만 판매하지 않는다. 우수한 국산품을 판매함으로써 한국을 홍보하는 역할도 덤으로 수행한다. 일례로 지난해 인천공항 관광공사 면세점은 전체 판매량의 45%를 국산품 판매로 채웠다. 타 민간업체와 견주어 월등히 높은 수치다.

반면에 재벌들이 독과점하다시피 한 전체 면세시장에서 국산품 판매비율은 지난 1~2년간 약 9%(국산담배 포함 시 약 18%)에 불과했고, 나머지 91%를 외제품이 채웠다. 부끄럽게도 국산품 매출의 과반수를 국산담배가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을 상징할 수 있는 토산 기념품 등은 거의 고사 직전이다.

지난해 9월 호텔신라와 롯데라는 두 재벌가의 딸들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루이뷔통을 입점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 이러한 경향 속에서 지난해에만 2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면세점에서 판매할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해외에 지급되었다. 물론 자본주의 속성에 따라 수익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민간기업의 입장을 고려할 때 롯데와 신라 등 민간면세업자 입장에서는 이런 비판이 다소 억울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합리적인 비판에 귀를 닫은 채 '공기업 선진화'라는 주술에만 걸려 '자정 능력'을 포기하고 국산품 왕따를 방치하고 있는 현 정부에 그 비판의 화살이 돌아가야 한다.

정부는 국산품 판매를 확대하고자 오는 12월 31일자로 고시를 개정하여 국산품 매장 면적을 전체 매장 면적의 40% 이상 또는 825㎡ 이상으로 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개정예정인 고시조차 시내면세점과 신규로 허가 예정인 외국인전용 시내면세점에 국한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면세점(롯데, 신라), 김포국제공항면세점(롯데, 신라), 김해국제공항면세점(롯데), 제주국제공항면세점(롯데) 등 대부분의 시장을 점유한 공항출국장면세점은 국산품에 대한 의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실효성 없는 고시를 개정하기보다는, 관광공사 면세점 민영화를 막음으로써 국산품 판매에 활로를 뚫어줘야 한다. 외국인들이 출국하는 공항면세점에서 국내브랜드 홍보를 위한 창구로 한국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을 활용해 볼 수 있다. 이미 관광공사는 지난 6월 27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중소기업제품 전용매장을 오픈하였고, 국산품들 중 우수브랜드를 발굴해 출국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홍보하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 관광공사의 인천공항면세점을 국산품 전문매장으로 존치시켜 국산품을 홍보하고 육성하는 역할을 부여해 줄 것을 제안한다.

▲ 관광공사 인천공항 면세점 한류관 전경. ⓒ한국관광공사노조

공공기관 4% 지분 나눠 80% 점유한 재벌에 얹어주려고 하나?

정부가 추진하던 면세업종에서의 '자유시장 경쟁체제'는 이미 달성되었다. 오히려 지나친 부작용으로 독과점 폐해와 재벌기업에 대한 '면세 특혜'만 나타나는 상황이다. 관광공사 면세사업의 철수는 결국 관광공사의 시장점유율인 4% 파이를 나누어 시잠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는 재벌면세점들인 롯데와 신라에 더 얹어주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재벌면세점들의 탐욕은 끝이 없다.

하지만 기존의 롯데나 신라를 면세시장에서 퇴출시키자는 과격한 주장을 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민간이 운영하는 면세점들과 공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이 공존하는 방안을 찾는 게 현명할 것이다. 대한민국 전체 면세시장에서 관광공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불과 4%에 불과하다. 관광공사가 계속해서 운영하더라도 면세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고 정부의 선진화 정책과 배치되는 것도 아니다.

MB 정부의 일자리창출과 동반성장의 실체

그럼에도 관광공사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역 면세점을 폐쇄시키며 구조조정을 해왔다. 2008년 12월 목포해항 면세점 폐점을 시작으로 2009년 1월 속초해항, 같은 해 6월 무안공항, 2010년 6월 청주공항이 폐점했다. 인원을 감축하며 피눈물도 흘려봤다. 지난 2010년에는 121명을 희망퇴직 형태로 감원했다. 이중 면세사업단 직원은 96명으로 사업단 전체의 52%였다.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를 창출하기는커녕 일자리를 빼앗는 꼴이 됐다.

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을 인수할 것으로 보이는 재벌면세점은 국산품 자리를 외산품으로 채워나갈 것이고, 국산품을 팔던 직원들의 빈 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워 나갈 것이다. 바로 이게 MB 정부식 일자리 창출이고, MB 정부의 동반성장의 실체이며, 공기업 민영화의 실체이다. 차기 대선주자들의 선거캠프도 선거공학에만 신경 쓰지 말고 이런 경제 정의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

곧 개원할 19대 국회에 두 가지를 요청한다. 첫째, 재벌면세점들이 면세점이라는 특혜사업을 운영하는 대가로 면세점 매출액이나 수익의 일정부분을 공적기금에 출연하는 강제 법령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민간기업들이 운영하는 공항 면세점 내 매장의 상당부분에서 국산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강제법령화하여 국산품들이 더 이상 대한민국 땅의 민간이 운영하는 공항면세점에서 왕따당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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