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점은 또 있다. '불통의 리더십'이다. 김 총재와 이 대통령 모두 남다른 성실성과 추진력을 지녔지만, 외부와 소통하는 능력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김 총재의 경우, 시장과의 소통에 실패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가는 날고 경기는 기는, 현 경제상황에 대한 책임 가운데 상당 부분이 통화당국에게 있다는 지적은 보수 언론과 경제지에서도 종종 나온다.
'불통의 리더십'은 조직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퇴임한 이주열 한국은행 부총재가 퇴임사에서 밝힌 내용이 시사적이다. 당시 이 부총재는 "뒤돌아보면 보람 있고 즐거웠던 때가 많았지만, 최근 2년간의 일들이 제 생각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어 이전 33년간의 기억을 되짚어 볼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2년은 김중수 총재 취임 이후를 가리킨다. 그리고 그는 "그간의 개혁으로 우리가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가를 이제는 냉철하게 짚어볼 때가 됐다"며 "리더와 구성원이 조직의 가치를 서로 공유해가며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으로의 변화가 모색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바람이 실현되기란 아직 요원해 보인다. <프레시안>이 단독 입수한 자료와 한국은행 직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한국은행 법규실은 최근 한 법무법인에 두 가지 문제에 대해 법률자문을 구했다. 하나는 내부 전산망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글에 대해 IP주소를 추적하는 게 합법적인지에 대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글에 대해 명예훼손이 성립하는지 여부다.
▲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뉴시스 |
물론 김 총재도 소통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올해 초 한국은행에 커뮤니케이션국을 신설한 점에서도 확인된다. 그러나 이런 조치로 소통이 활성화되리라고 믿는 이들은 흔치 않다. 청와대에 홍보 관련 조직을 확대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불통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은 줄어들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한편, 한국은행 법규실장은 지난 27일 <프레시안> 과의 통화에서 익명게시판 게시물 문제에 대한 법률 자문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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