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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학원장의 고백 "애들이 수학 포기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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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학원장의 고백 "애들이 수학 포기하는 이유는…"

['사교육 중독', 이젠 빨간불] 수학 선행학습, 학원엔 돈벌이 학생은 수학 공포증

- '사교육 중독', 이젠 빨간불
<1> "엄마가 말하길 제 꿈은 하버드대 편입이래요"
<2> 세계에서 가장 머리 나쁜 한국 학생들?
<3> 가정 경제 파탄내는 사교육 : 아이들이 진학하면, 엄마는 '알바' 뛴다
<4> '강남 불패' 신화 휘청?
<5> "나이 마흔에 잘려서 호프집 차리느니…"
<6> 부자동네 아이들이 서울대 진학률 높은 '진짜 이유'
<7> "영어유치원 10곳 생기면 소아정신과 1곳 생긴다"

수학 선행학습은 효과가 있을까? 없을까?

결론부터 소개하자면, 교육계 종사자들은 대부분 학생들에게는 선행학습이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선행학습보다는 심화학습, 완전학습이 더 효과가 크다고 권유한다. 교육과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되는 진도 경쟁은 학생들의 학습능력에 부정적인 영향만 미친다는 것이다.

"진도를 앞당겨 '훑는' 선행학습, 학습 효과는 없어"

현직 사교육업자인 최영석 송파청산수학원 원장은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세미나실에서 '수학 선행학습의 실태와 바람직한 규제 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배운 걸 소화하지 못하는 게 문제지 진도가 부족해서 시험을 망치는 학생은 없다"며 "선행학습한 학생의 70~80%는 사실상 배운 게 배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학생이 수업시간에 딴 짓만 안 하면 방학이 한 번 지날 때마다 학원에서 한 학기씩 진도를 앞서 나가게 돼 있다"며 "문제는 미리 배웠어도 막상 학생들은 문제를 못 푼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일부 학생들은 몇 학년 과정을 미리 훑었는데 잘할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며 "'공부를 했다'가 아니라 '진도를 훑는다'고 표현하는 게 선행학습의 현주소"라고 꼬집었다.

학원의 '진도 마케팅', "선행학습은 효과 검증 불가능" 악용

한국의 수학 선행학습 실태는 심각한 편이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지난해 실시한 '우리나라 수학교육 현안 조사연구'에 따르면, 1학기 이상 사교육에서 선행학습하는 비율은 초등학생이 64.2%, 중학생 56.3%, 고등학생 62.9%였다. 이 가운데 1년 이상 선행하는 비율은 각각 26.0%, 17.5%, 20.9%에 이른다.

선행학습 풍조가 이토록 만연한 이유는 수요자의 불안감과 공급자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 원장은 "중학교 가기 전에 아이에게 선행학습을 안 시키고 학원에 데려온 학부모들은 죄인처럼 송구스러워한다"며 "선행학습을 안 하면 아이가 뒤쳐지거나 엄마가 무심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그는 공급자인 사교육계는 학생들이 진도를 소화하지 못해도 과도하게 진도를 나가는 풍조가 있다고 설명한다. 특목고 입시가 사라진 이후로 학원가에서는 학부모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진도 마케팅' 기법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학원 입장에서는 어떤 학생이 실력이 향상됐다고 증명할 방법이 시험 보기 전까지는 없다"며 "공부시킨 티 내기 좋은 것은 진도다. 중학생이 고교 과정을 배운다고 하면 앞서 보인다"고 말했다.

고교수학 못 풀어 울던 중1, 왜 우는지 물었더니 "중학교 건 더 기억 안 나서"

그는 "오히려 학부모들이 선행학습을 더 원하는 경우도 있다"며 선행학습을 둘러싸고 학부모와 실랑이를 벌인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서울 유명 국제중학교 학생 학부모가 와서 아이가 중1인데 고1 과정을 가르쳐줄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고1 과정을 한 번 나갔는데 복습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오라고 해서 테스트했습니다. 100점 만점에 20점을 맞았습니다. 오지선다형이라 똑같은 번호로 찍어도 그 정도 점수는 나옵니다. 중1이 고등학교 시험을 보면 대부분 그런 결과가 나오니 정규 교육과정 진도로 시험을 보자고 했더니 애가 울더군요. 왜 우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중학교 건 더 생각이 안 난다'고요. 그때가 3월이었습니다. 중학생 된 지 며칠이나 됐겠습니까?"

수학 선행학습은 '구경학습'…효과 없는 네 가지 이유

한국열린교육학회가 지난해 발행한 '인문계 고등학생의 선행학습 효과 분석 연구'는 수학 선행학습이 효과가 없는 이유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사교육을 통한 선행학습은 수학에 대한 충분한 원리나 개념 이해보다는 유형화된 문제 풀이에만 익숙하게 만들 수 있다. 문제 풀이식 수업은 내신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고난이도 문제를 포함한 수능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둘째, 학생들은 학습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 했어도 학원에서 한 번 들었다는 이유로 자신이 아는 내용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 선행학습에 의지하는 학생들은 사실 다른 사람이 푸는 과정을 눈으로 구경만 하는 이른바 '구경 학습'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학생들은 정작 스스로는 문제를 풀지 못하기 십상이다.

또한 지나친 문제풀이식 수업은 학생들의 호기심과 창의성을 없앤다. 연구는 학생들이 수학을 문제를 푸는 기계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수학 흥미도는 갈수록 반감된다고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선행학습은 물리적으로 학생들이 복습할 시간을 빼앗는다. 수학은 다른 과목에 비해서 개념의 위계성이 강해서 앞의 내용을 알지 못하고는 뒤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복습보다는 선행학습에 치중하다 보면 기초가 무너져서 좋은 학업 성취 결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선행학습 부작용…모르면서 안다고 착각하는 아이들, 결국 하나도 몰라

교사들은 선행학습이 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한다고 호소한다. 고등학교 교사인 최수일 전 전국수학교사모임 대표는 "수업하러 가면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이 엎드려 자고 있거나, '다 알아요. 그 다음 나갑시다'라고 말한다"며 "아이들의 이러한 태도가 교사에게 큰 상처를 준다"고 말했다.

조성실 서울도봉초등학교 교사도 "저학년에서부터 이뤄진 선행학습이 교실 수업 파행을 가져온다"며 "아이들은 다 안 다고 착각하고 수업에 집중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하나도 모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초등학교 3학년만 돼도 "수학이 지긋지긋해요"…스트레스로 틱 장애 겪기도

더 나아가 그는 "유치원 때부터 선행학습에 시달린 아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만 돼도 수학을 지긋지긋해한다"며 "아이들이 심리적인 상처를 안고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토로했다.

그는 "학업스트레스로 틱 장애를 겪는 아이들도 있다"며 "과도한 학습노동이 교실에서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눈으로 봤을 때 그 절실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풀이 요령 암기 시키는 선행학습, '진짜 수학 공부' 망친다

조 교사는 사교육을 통한 선행학습이 효과가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중학교만 해도 문제풀이의 주체가 자신인데, 초등학생은 개념 형성도 잘 안 된 상황에서 그냥 공식만 외워서 숫자만 대입한다"며 "문제를 전혀 안 읽어보고 기계적으로 숫자만 대입하기 때문에, 덧셈 문제가 뺄셈 문제로 바뀌면 틀린다"고 말했다. 그는 "수학에 소질이 있었던 아이조차도 선행학습 때문에 수학에 흥미를 잃는 사례를 많이 봐왔다"고 덧붙였다.

조 교사는 "초등학교 때는 공식을 외우기보다는 10이 왜 생겼는지, 더하기와 빼기 기호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배워야 하는 시절"이라며 "수학적인 사고방식을 가르치면 선행학습이 문제될 게 없다. 그런데 (일부) 영재교육조차 수학적인 사고방식보다는 문제풀이에 치중한다"고 비판했다.

"1학기 이상 진도 나가는 것 법으로 금지해야"

수학 선행학습에 대한 대안으로 현직 수학교사인 안상진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부대표는 정규교육 과정보다 1학기 이상의 진도를 앞서나가는 것을 '수학 선행학습'으로 규제하고, '수학선행학습 금지법'을 제정하자고 제안했다.

안 부대표는 또 궁극적으로는 '본고사' 형태로 치러지는 대학입시 제도가 과도한 선행학습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교수는 고교 교육과정을 자세히 안 보고 문제를 출제한다"며 "대학에서만 배우는 편미분 문제를 내놓고 '고등학교 때 미분 다 배우지 않느냐'고 반문한다"고 비판했다. 상위권 대학을 진학하려는 학생들에게 '대학 수학 선행학습'은 필수가 됐다는 것이다.

이에 최수일 전 대표는 대학교 수준의 수학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수리 논술 및 특기자 전형'을 전면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최 전 대표는 "본고사형 문제는 고등학교 정규 수업이나 교과서에서 전혀 다루지 않은 어려운 문제"라며 "대학 나름의 출제 방식으로는 고등학교 공교육이 정상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협동', 경쟁보다 우월한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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