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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광우병 현지조사단의 문제점과 정부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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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광우병 현지조사단의 문제점과 정부의 거짓말

[창비주간논평] 과학이 새로 밝힌 광우병의 진실 주목해야

미국 광우병 현지조사단이 광우병이 발생한 농장도 못 가보고 12일 동안 국고만 낭비한 채 돌아왔다. 정부는 미국 현지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국의 광우병 위험요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검역강화 조치는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표를 했다. 이것은 살인사건 현장에 들어가지 못한 채 특정 용의자가 범인이 아니라고 발표한 것과 다름없다. 미국 현지조사단은 다음날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숙소가 어디인지도 확실히 모른 채 미국 동부에서 중부를 거쳐 서부까지 '묻지마 패키지' 관광을 했다. 그러다보니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여 조사를 진행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현지가이드 역할을 한 미국정부의 일방적인 설명만 듣고 돌아온 셈이다.

현지조사단이 발표한 내용은 굳이 미국까지 갈 필요도 없이 전자우편으로 다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현지조사단은 미국정부가 설명해준 내용을 정리해서 보고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독자적이고 실질적인 조사를 하고 돌아왔어야 했다.

미국정부는 현지조사단이 미국에 체류 중이던 지난 5월 2일 역학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도 현지조사단은 미국정부가 방역조치를 취하고 있던 2개의 농장을 방문조차 못했다. 광우병 소가 지난 10년간 낳은 새끼들, 광우병 소와 함께 출생한 소들, 광우병 소와 같은 사료를 먹고 사육되었던 소들에 대한 추적조사도 못했다. 광우병 소가 10년 전 송아지 때 사육되었던 다른 목장과 광우병 소가 발생한 목장에 사료를 공급했던 10개 사료회사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지 않았다.

부실 그 자체인 광우병 현지조사단의 발표

현지조사단은 "광우병 소는 결코 랜덤 샘플링에 의해 우연히 검사한 것이 아니며, 미국의 광우병 예찰체계가 잘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그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AP> 통신이나 <MSNBC> 등의 미국 언론에서는 "이 젖소는 무작위로 선발되어 광우병 검사를 받게 되었으며, 해당 렌더링 시설(사체 처리장)은 미국 예찰프로그램의 자발적 참가업체"라고 전하고 있다.

또한 "렌더링 시설에서 소의 사체를 처리하여 식용이 아닌 비식용인 비료공장으로 보낸다"고 주장한 현지조사단의 설명과 달리 베이커 커모디티즈((Baker Commodities) 렌더링 공장은 자사 홈페이지에 비료뿐만 아니라 "렌더링 과정을 통해 생산되는 육골분 사료원료는 가금류 및 돼지 사료의 단백질과 영양보충제도 사용되고 있으며, 애완동물 사료를 제조하는 구성성분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곳에서는 하루에 500마리의 사체를 처리하고 있는데, 그중 몇마리에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지 현지조사단은 전혀 밝히지 못했다. 미국에서 1년에 다우너 소(downer cow)가 13만~19만마리나 발생하는데, 그중 몇마리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지도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

현지조사단은 미국의 사료정책의 실태에 대해서도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송아지에게 소 피로 만든 대용유뿐만 아니라 돼지와 닭과 말의 사체를 갈아서 만든 육골분 사료까지 먹이고 있다. 닭이 쪼아먹다가 흘린 소의 육골분 사료, 닭똥, 깃털, 닭 사체 같은 닭장 쓰레기를 모아서 렌더링 공장에서 육골분 사료를 만들어 다시 소에게 먹이고 있다. 미국정부는 30개월 이상 소의 뇌와 척수를 제외한 나머지 광우병 위험물질(SRM) 부위를 사료의 원료로 사용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현지조사단은 전체 도축소의 0.1%만 검사하는 미국의 광우병 검사 비율이 광우병 소를 걸러내는 데 적절한지도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 비정형 광우병(아래 박스기사 참조) 소는 대부분 특별한 임상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정형적인 광우병 소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신경증상을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미국처럼 광우병 임상증상 소, 다우너 소, 폐사 소, 긴급 도살 소 같은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실시하는 수동적 예찰만으로는 비정형 광우병 소를 찾아내기 힘들다. 일본이나 유럽처럼 도축장에서 특정 월령 이상의 모든 정상적인 소를 대상으로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는 능동적 예찰을 해야 찾아낼 수 있다. 능동적 예찰은 이력추적제가 전제되어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 광우병 위험감시 국민연석회의가 1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광우병 위험부위 수입·유통중단 및 수입위생조건 재협상 촉구와 현지조사단과 공개토론 제안 시민사회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계속되는 정부의 거짓말

이렇게 부실하고 형식적인 시늉만 낸 현지조사의 문제점과 정부의 거짓말은 광우병 사태를 더욱 악화시켜서 국민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정부의 대표적인 거짓말은 첫째,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2008년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는 5월 8일 국회에서 '국민 건강이 위협에 처한다면'은 전제조건이 아니라며 "광우병이 발생하면 국민건강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당연히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답변했다. 서규옹 현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은 수입중단을 하지 않는 이유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핑계를 대고 있지만 그것도 거짓말이다. 2008년 9월 1일 국회에서 국무총리실장은 "가축전염병예방법 단서조항과 상관없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일단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재차 확인한 바 있다.

둘째, 미국의 이번 광우병 소가 10년 7개월 된 늙은 젖소라서 국민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지금까지 영국에서 발생한 전체 광우병 소 18만마리 중에서 14만 6천마리(80.7%)가 젖소였으며, 광우병의 99.95%는 30개월 이상 나이 든 소에서 발생했다. 우리나라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엔 젖소고기의 수입을 금지한다는 조항 자체가 없다. 만일 촛불시위가 없었더라면 30개월 이상의 젖소고기까지 아무런 제한 없이 들어올 수 있었다. 호주는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대만은 우리나라가 수입을 허용하고 있는 내장이나 분쇄육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셋째, 비정형 광우병의 원인이 사료와 관련 없다는 한국과 미국 정부의 주장도 과학적 사실이 아니다. 광우병 연구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폴 브라운(Paul Brown) 박사는 "미 농무부는 그렇게 주장할 과학적 근거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며 "심하게 과장된 단순화"라고 비판했다. 폴 브라운 박사는 2008년 광우병 임상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무증상 노령 소로부터 영장류에게 비정형 광우병이 전염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미 농무부 선임 수의관으로 광우병의 예찰 및 예방, 그리고 교육활동을 담당했던 린다 디튈러(L. Detwiler) 박사도 비정형 광우병이 "사료와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이러한 비판에 미 농무부 홍보책임자인 린지 콜(Lyndsay Cole)은 "이번 비정형 광우병의 기원은 아무도 모른다"며 한발 물러섰다.

국민건강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

최근의 과학적 연구를 보면, 미국에서 이번에 발생한 유형의 비정형 광우병 L형의 경우 살코기에서도 광우병 원인물질이 검출되었으며, 정형 광우병보다 잠복기와 생존기간이 더 짧기 때문에 병독성이 더 높게 나왔다. 동물실험을 통해 소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전염될 가능성이 있음이 밝혀졌다.

또한 2011년에는 회장 원위부(소장 끝부분의 50cm내외에 위치한 부위)뿐만 아니라 공장, 회맹장 연접부위(소장의 마지막 부위인 회장과 대장의 첫번째 부위인 맹장이 서로 만나는 부위)에서도 광우병을 일으키는 변형 프리온이 검출되었다는 실험결과가 보고되었다. 이 연구의 저자들은 미국처럼 회장 원위부만을 광우병 위험물질로 지정할 경우 인간을 광우병 원인물질에 노출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며, 유럽처럼 내장 전체를 광우병 위험물질로 지정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즉각 중단하고, 2008년 졸속협상 이후 새롭게 규명된 과학적 연구결과에 따라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대한 지킬 수 있도록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재협상에 나서야 마땅할 것이다.

비정형 광우병이란?

비정형 광우병은 영국에서 발생한 일반적인 광우병(그림1 오른쪽 끝)에 비해 변형 프리온 단백질의 분자량이 다르다. 분자량의 높은 경우를 비정형 광우병 H형(그림1 오른쪽에서 2번째)이라 하며, 분자량이 낮은 경우를 비정형 광우병 L형(그림1 오른쪽에서 3번째)이라고 한다. 스위스 과학자들은 2012년 초 정형 광우병이나 비정형 광우병과 구분되는 제4유형의 광우병 사례 2건을 보고하기도 했다.

정형 광우병에 걸린 소는 대부분 침을 많이 흘리고 갑자기 포악해지거나 미친 것처럼 보이는 신경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비정형 광우병에 걸린 소는 특별한 신경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색출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주로 축적되는 부위도 서로 달라서 일반적인 광우병 검사로 비정형 광우병을 확인되지 못할 수도 있다. 정형 광우병은 뇌의 연수(그림 2, 위) 부위에 변형 프리온이 주로 축적되는 데 반해, 비정형 광우병 L형의 경우 대뇌의 피질부위(그림 2, 아래)에 변형 프리온이 아밀로이드 플라크 형태로 축적된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비정형 광우병 L형을 BASE(Bovine Amyloidotic Spongiform Encephalopathy)라고 부르기도 한다.


비정형 광우병의 원인은 ①사료오염설 ②자연발생설 ③유전적 돌연변이설 등 여러 가지 가설이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하게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 사료오염설과 자연발생설이 유력한 가설로 논쟁이 진행 중이다. 유전자 돌연변이설은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미국 텍사스주에서 2004년에 발생한 H형 비정형 광우병 사례 1건만 보고되었기 때문에 유력한 가설에서 탈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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