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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을 다시 정한 프랑스, 이를 거부한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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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을 다시 정한 프랑스, 이를 거부한 그리스"

[월러스틴의 '논평'] '긴축 반대' 표로 나타난 유럽, 어디로 가나

유럽의 선거: '가운데'는 유지되고 있는가?
(European Elections: Is the Center Holding?)


서방의 의회제도에서 선거는 항상 가운데(center)와 관련된 사안이었다. 일반적인 상황은 2개의 지배적인 정당이 있는 경우다. 한 정당은 중간에서 오른쪽 어딘가에, 다른 한 정당은 왼쪽 어딘가에 위치한다. 이들 정당이 각각 집권했을 때 추구하는 정책에는 차이가 있지만 엄청난 유사점도 존재한다. 선거는 결코 극심한 정치적 분열상을 반영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선거는 가운데가 되는 곳을 재조정하는 행위다. 두 정당 사이의 시소에서 지렛대 역할을 하는 지점을 고려하는 것이다.

이보다 드문 상황은 중간을 거부하고, 그럼으로써 지금까지 그 주위를 돌던 두 주요 정당을 거부하는 경우다. 그런 결과는 국가의 정치를 심각한 혼란으로 밀어 넣고 종종 국가 밖으로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프랑스와 그리스에서 치러진 선거는 이 두 가지 상황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프랑스[대선]에서 사회당은 보수파인 대중운동연합(UMP)을 꺾었고, 확실히 가운데가 되는 지점을 재조정했다. 세계체제가 보다 혼란스러워진 상황에서, 특히 유럽연합(EU)의 혼란이 가중된 상황에서 프랑스에서 벌어진 '중간의 재조정' 현상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프랑수와 올랑드의 실제 정책이 니콜라 사르코지의 정책과 전적으로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말라.

▲ 15일(현지시간) 취임 예정인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 ⓒAP=연합뉴스

그리스에서는 꽤 대조적인 현상이 벌어졌다. '중간'은 극적으로 거부됐다. 보수정당인 신민당과 좌파정당인 사회당(PASOK) 모두 평소 얻었던 표의 절반 이상을 잃었다. 두 정당은 지난 총선에서 전체 표의 약 3분의 2를 가져갔지만 이번에는 3분의 1밖에 건지지 못했다. 사회당은 심지어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여겨지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SYRIZA)에 밀려 제3당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번 총선의 근본 이슈는 외부 세력, 특히 독일에 의해 그리스 내에서 가차 없이 시행된 긴축정책이었다. 신민당과 사회당을 제외한 모든 그리스 정당은 긴축조치를 거부하라고 요구했다. 시리자의 당수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이번 선거 결과가 정부의 긴축정책 노력을 "무효화"했다고 주장했다.

다가올 몇 달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리스에서 대부분의 표를 받은 세 정당, 신민당· 시리자·사회당이 연정을 구성하는데 실패하면 우리는 새로운 총선 국면으로 가게 될 것이다. 시리자는 심지어 다음 총선에선 제1당이 될 지도 모른다. 그리스 정부가 추가적인 구제금융을 받지 않게 되면 국가부채에 대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을 해야 할 것이다. 독일 외무장관은 이미 그리스에 유로존에서 퇴출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내쫓을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은 없다. 그리스 국민들은 자국의 유로존 퇴출이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은 채 아마도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교착국면이 올 것이다. 그리스는 엄청나게 고통 받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유럽 은행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아직 깨닫지 못했다 하더라도 독일 국민들 역시 매한가지다.

그 사이 프랑스에서는 총선이 있다. 사회당의 압승이 점쳐지는 가운데 프랑스의 시리자격인 좌파전선도 상당한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랑드의 한 가지 명확한 입장은 유럽의 경제성장이 긴축정책에 우선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독일의 태도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다. 때문에 '중간'은 보다 왼쪽으로 재조정될 것이다.

독일은 현재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다. 독일 내부의 불만은 최근 지방선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CDU)과 신자유주의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FDP)의 패배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유럽의 다른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은 올랑드의 승리에 고무돼 왼쪽으로 가려 한다. 이탈리아 연정을 이루는 두 보수 정당은 5월 지방선거에서 상당한 표를 잃었다. 또 이상하지만 중요한 점은 미국이 올랑드가 지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끔 독일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은 5월 31일 아일랜드의 국민투표가 실시될 때까지 이 모든 것에 저항할 것 같다. 아일랜드 정부는 메르켈이 주장하고 사르코지가 뒤를 받혔던 새로운 긴축 조약[신재정협약] 합의를 국민투표에 붙이기로 한 유일한 유로존 회원국이었다. 사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통과 가능성은 아슬아슬하지만 아일랜드 정부는 찬성표가 더 많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올랑드가 승리하면서 충분한 수의 유권자들의 입장을 바꾸게 할 것 같고 따라서 아일랜드 국민투표 결과는 부결로 나와 긴축 조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 이는 그리스에서 보인 '중간'에 대한 거부 현상보다 더 독일의 입지를 약화시킬 것이다.

그 다음엔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핵심은 독일의 정계 상황에 있다. 다른 훌륭한 정치 지도자와 마찬가지로 메르켈 총리는 바람이 부는 방향을 읽으려 애쓴다. 이에 따라 그의 발언은 이미 진화하기 시작했다. 독일 자체의 편협한 관점에서 보면 그는 심지어 현명한 조치를 취하라는 외부의 압력을 은밀히 환영하고, EU 나머지 회원국에서 (독일 상품에 대한) 구매력을 강화하려고 할 것 같다.

독일이 그러한 방향으로 간다면, 유로화와 EU는 살아남고 계속해서 지정학적으로 주요 행위자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유럽의 전반적인 '중간의 재조정' 현상은 현 상황에 덮어씌워지는 게 아니며, 피할 수 없는 지정학적 재편성을 더 가속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중간'을 재조정하면 유럽이 자금 고갈 및 기축통화인 달러가 붕괴되면서 다가올 쓰나미에 더 잘 저항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전 세계는 파도가 심한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다. 독일은 곧 혼란 속에서 길을 찾는 방법을 이해하기 시작한 국가 명단에 포함될 것이다. 융통성 없는 정부는 그들 자신에게 최악의 적이다.

*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문제 칼럼을 전문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5월 15일 논평 원문보기)

* 저작권 관련 알림: 이 글의 저작권은 이매뉴얼 월러스틴에게 있으며, 배포권은 <에이전스 글로벌>에 있습니다. 번역과 비영리사이트 게재 등에 필요한 권리와 승인을 받으려면 rights@agenceglobal.com으로 연락하십시오. 승인을 받으면 다운로드하거나 전자 문서로 전달하거나 이메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단 글을 수정해서는 안 되며 저작권 표시를 해야 합니다. 저자의 연락처는 immanuel.wallerstein@yale.edu입니다. 월러스틴은 매월 2회 발행되는 논평을 통해 당대의 국제 문제를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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