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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이 광우병 소 먹어도 된다는 괴담 유포하니…"

[토론회] "비상식적 광우병 '괴담', 한국에선 진실로 둔갑"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광우병이 재발했다. 10년 7개월령 젖소로 알려진 감염 소는 다리를 절고 일어나지 못하는 '다우너' 증상을 보였고, 비정형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이명박 정부와 보수 언론은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요구를 거부했다. 비정형 광우병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괴담 내지 무지의 소산으로 칭했다. 현재도 한국은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므로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며, 검역 강화를 통해 국민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논리는 2008년 촛불 집회 당시와 다를 바 없다. 이 해 4월 18일 정부는 뼈 있는 쇠고기를 포함해, 미국의 동물사료 금지조치 강화안이 통과되는 대로 월령제한까지 푸는 전면 개방안에 합의했다. 이를 반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일어나자 정부와 보수언론은 모든 우려를 괴담으로 치부하며 집회 강경진압과 비난성 사설로 맞대응했다. 당시 상당수 시민이 검거되거나 경찰의 강경진압에 상해를 입었고, 여전히 수배자 명단에 오른 이도 있다.

시민사회의 이와 같은 희생에 쇠고기 재협상이 겨우 이뤄졌고, 이 결과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는 월령제한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정부는 이를 근거로 시민들에게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시민 사회 스스로가 정부의 강경대응에 맞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들어냈고, 이제 정부는 이를 근거로 '입을 다물'어 주길 요구하고 있다. 당장 촛불집회가 예고된 2일, 경찰은 집회 시작도 전에 이날 사회를 보기로 했던 김동규 등록금넷 팀장을 연행했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 첫 해와 마지막 해는 따라서 공교롭게 광우병으로 시작해 광우병으로 저문다 해도 과언이 아닌 모양새가 됐다. 다시 맞이하게 된 비상시국에 경향신문사와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한겨레신문사는 광우병감시 전문가 자문위원회와 공동으로 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긴급토론회를 열어, 현재 떠오르는 문제들을 되짚어봤다.

이날 토론회에서 거론된 주제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현재 한국이 최소한의 방어태세라도 갖출 수 있었던 건 온전히 시민사회의 힘이었다는 것이며, 정부는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현재도 정부는 '농장주의 반대'를 이유로 광우병 발생 농장을 확인조차 하지 못한다.

둘째는 2008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언론, 특히 주류 보수언론이 '정부발 받아쓰기'에 집중하고, 이를 통해 시민사회단체의 우려를 모조리 괴담으로 격하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정부와 정부측 전문가들의 주장이야말로 학계에서는 그야말로 '괴담'으로 치부될 법한 논리라는 점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 조능희 MBC <PD수첩> PD, 송기호 변호사,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이강택 <KBS 스페셜> PD(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을 통해 제기됐다. 토론회의 사회는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이 맡았다.

박상표 국장과 우석균 실장은 2008년부터 광우병 사태, 의료보건 문제 등의 이슈에서 정부의 논리를 다양한 전문 자료를 근거로 정면에서 반박해 온 대표적 의료전문가다. 우희종 교수는 광우병에 관한 한 국내 최고 권위의 학자며, 송기호 변호사는 식품, 농업, 통상부문에 대한 해박한 법 지식을 바탕으로 한미 FTA 협상 국면에서 통상교섭본부와 정면 대결을 벌인 전문가다.

조능희 PD는 <PD수첩>이 광우병 문제를 네 차례에 걸쳐 다루던 당시 책임 PD였으며 이강택 위원장은 지난 2006년 미국 현지 농장과 렌더링 회사 등을 돌아다니며 최초로 광우병 문제의 위험성을 제기하는 <KBS 스페셜>을 제작했다. 이들이 거론한 이야기들을 주제별로 정리했다.

- 미국에서 네 번째 광우병 발생, 언론 4사 공동주최 긴급토론회

<1> "쇠고기 전면개방했던 정부, 이제와 촛불시민 주장 홍보?"

<2>"사고 날 때까지 일단 먹고 보자고?"
<3>"장관이 광우병 소 먹어도 된다는 괴담 유포하니…"

▲2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2008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열렸다. ⓒ프레시안(최형락)

"정부 주장, 학계에서는 정신병자 취급"

광우병의 실태를 파헤치는 대표적 전문가인 우희종 서울대 교수와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정부의 각종 주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이다. 노골적으로 말해 주요 언론에서 정부측 전문가 주장이 실린다면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이른바 진보언론에서는 이들의 말이 반박기사로 소개된다.

우 교수와 박 국장은 정부가 조사단을 파견하던 지난달 30일에도 정부 측 전문가들의 주장에 허구가 담겨 있고 주요 통계치가 틀렸다고 반박했다. 이들에 따르면 괴담을 퍼뜨리는 이들은 시민사회가 아니라 바로 정부다.

"논란 자체 우스워"

우 교수는 "정형 광우병과 비정형 광우병을 비교해달라"는 사회자 요청에 웃음으로 답했다.
왜 국민들이 '학자들이 논박해야 할 전문적 주제'를 알아야 하느냐는 얘기다. "국민들이 이런 정보까지 알아야 하는 이 상황이 우리 사회의 비극"이라고 그는 말했다.

우 교수는 정부가 괴담을 퍼뜨리는 진원지라고 단언했다. 특히 정부 주장은 학계에서는 '미친 소리'로 취급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정형 광우병은 99% 감소하고 있어 안전하다'는 정부측 전문가 주장을 예로 들며 "(인식이) 경이로운 수준"이라고 비꼬았다. 과학과 국제기준에 따르는 검역 문제를 정부가 정치논리, 진보·보수논리로 풀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 교수는 당장 광우병 발생지역인 유럽연합(EU)이 소의 전수검사를 권장한 사실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고 했다. 그만큼 위험한 병인데도 미국은 형식적 검역에 그치고 있고, 한국은 그런 미국을 전적으로 신뢰하면서 말이 안 되는 논리가 난무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 교수는 "광우병은 이미 학계에서 밝힌 것처럼 잠복기가 길다. 겉으로는 멀쩡한 소라도 전수검사를 통해 감염소가 나올 수 있다"며 "지금의 미국처럼 고위험군만 검사한다면 여전히 우리는 위험에 노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미국이 광우병 관리에서 가장 낙후된 국가라고 볼 수 있는데도, 정부가 무슨 근거로 미국 입장을 대변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특히 어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SRM만 제거하면 광우병 감염 소의 살코기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괴담이 마치 과학적 사실처럼 유포되는 게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오는 7일 국제광우병 프리온 학회에 발표자로 참석할 예정인 우 교수는 "이 자리에서 '광우병이 사라지고 있다'는 정부 측 주장을 얘기했다간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 것"이라며 "전문가들 사이에서 전혀 통용되지 않는 비상식적인 얘기가 국내에서는 마치 상식적인 얘기처럼 취급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험 여전히 남아 있다"

▲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광우병 토론회에서 박상표 국장이 정부 주장을 비판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우 교수와 박 국장은 정부 측 주장과 달리 여전히 광우병 위험이 잔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교차감염 문제가 여전하다고 경고했다. 오바마 정부가 2008년 동물사료 금지조치 강화안을 통과시켰음에도 '소가 소를 먹는' 동종식육이 통제되지 않고 미국에서 행해진다는 얘기다. 동종식육은 광우병 발병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우 교수는 관련 연구(프리온)로 1997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스탠리 프리즈너 박사와 미국 언론의 인터뷰를 소개하며 "미국에서는 여전히 송아지에게 초유 대신 소의 혈액으로 만든 대용품을 먹인다. 무증상 광우병 인자가 혈액에 들어갔을 경우 감염 위험이 높다"며 "그런데도 정부가 학계의 경고마저 극단주의처럼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차감염 가능성 역시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강화된 규제조치에도 불구, 소의 사체로 만든 동물성 사료를 닭, 돼지 등은 여전히 섭취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료 생산에는 30개월 이상의 소가 SRM 분리 없이 모두 사용된다.

박 국장은 "닭은 특성상 모이를 먹을 때 3분의 1 이상을 바닥에 흘린다. 남은 소 육골분은 렌더링 과정에서 모두 휩쓸려 먹이체계에서 순환되고, 결국 소가 광우병 오염물질을 먹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소가 소의 육골분을 먹는 건 금지하지만, 닭과 돼지 등을 갈아 만든 동물성 사료를 섭취하는 건 허용하고 있다.

정부가 비정형 광우병은 안전하다고 강조하지만 이 역시 과학적 판단과는 크게 다르다고 이들은 비판했다.

현재까지 발견된 광우병은 크게 정형 광우병과 H형 광우병, L형 광우병이다. 이 중 H형과 L형이 비정형 광우병으로 불리며, H형은 병원성 프리온 단백질의 분자량이 높은 형태, L형은 낮은 형태를 뜻한다.

박 국장은 지난 2008년 미국 감베티 박사팀의 연구 실적을 소개하며 "프리온 단백질을 접종한 형질 전환 쥐의 60%가 20~22개월가량의 잠복기를 거친 후 광우병에 감염됐다"며 특히 "비정형 광우병의 전염률은 보고된 고전적 광우병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고 경고했다.

정형 광우병보다 전염률이 높게 나타난 비정형 광우병은 L타입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에 발견된 미국의 광우병 전염 소 역시 L타입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이미 제기된 마당이다.

박 국장은 이 외에도 이탈리아와 독일 연구진이 올해 2월에 발표한 연구결과, 2007년 미국의 연구결과를 들며 "비정형 광우병은 종간장벽을 쉽게 뛰어넘을 수 있어, 사람의 식품체계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게 필수적"이라는 연구진의 주장을 전했다.

박 국장은 "현재 한국은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멕시코 등과 체결한 쇠고기 수입조건에 모두 광우병 발생시 수입중단 또는 검역중단을 명문화 해놓고 있다"며 "일단 정확한 역학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전면적으로 중단한 후, 미국과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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