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새누리당이 보도자료를 통해 주장한 비판의 요지는 이렇다. 첫째, 민주통합당의 무상의료 정책은 완전 무상의료가 아니라 본인부담이 남아 있는 것이며, 소요재원도 과소추계되어 있다는 것, 둘째, 2006년 6세미만 입원 본인부담 무상의료정책으로 진료비가 39%나 급증한 사례에서 보듯이 무상의료를 하게 되면, 28~36조에 이르는 추가 재원이 필요하고, 이것은 국민에게 보험료 폭탄을 안길 것이라는 점, 셋째,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식의 무상의료가 아니라, 4대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100% 진료비를 국가가 책임지는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무상의료, 용어 가지고 딴지 걸지 말라
새누리당의 첫째 비판은 타당하다. 민주통합당을 포함하여 무상의료를 주장하는 세력이 당면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무상의료는 '완전 무상' 정책이 아니다. 당면 무상의료 과제로 민주통합당을 포함하여,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들이 합의가 된 목표는 입원보장률 90%, 연간 100만원 상한제, 간병서비스의 급여화, 틀니 보험적용 등이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역시 그렇다. 최소한의 본인부담률을 두지만 연간 100만원 상한제가 구현되면 사실상 의료비 걱정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에서 무상의료로 해석하는 것이다. 공연히 용어가지고 딴지걸지 말기 바란다.
반면 민주통합당의 무상의료 필요 재원은 추계는 과소추계되어 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계산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13조원이 필요하다. 민주통합당은 재원마련 부담 탓인지, 약 8조원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역시 복지공약 평가 이슈페이퍼를 통해 비판한 바 있다.
무상의료 때문에 입원비가 급등?
새누리당의 무상의료 비판 중 정작 문제되는 것은 둘째 주장부터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면 국민건강보험료 폭탄을 맞을 거라는 협박이다. 새누리당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왜곡된 논거까지 들이대고 있다.
새누리당은 무상의료에 따른 보험료 폭탄 근거로 2006년 '6세미만 이하 입원진료비 무상의료'정책으로 입원비가 무려 39% 급증하였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1년 전 <조선일보>가 왜곡보도한 기사 내용을 그래도 받아쓰는 우를 범하고 있다. 당시 무상의료정책으로 인한 진료비 증가는 39%가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의 평균증가율인 11%에 불과했다.
▲ "노 정부때 시도한 무상의료, 2년도 못버티고 폐기됐다" (<조선일보>, 2011년 1월 17일자). 새누리당은 1년 전 <조선일보>가 왜곡보도한 기사 내용을 그래도 받아쓰는 우를 범하고 있다. 당시 무상의료정책으로 인한 진료비 증가는 39%가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의 평균증가율인 11%에 불과했다. |
이를 둘러싼 실제 내용은 이렇다. 외형적으로는 당시 6세미만 소아의 입원의료비가 39%증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는 무상의료정책이 아닌 다른 엉뚱한 이유 때문이었다.
산모가 입원하게 되어 출산을 하게 되면 신생아의 의료비도 발생하는데 이전에는 기존의 신생아 진료비용이 산모 진료비용으로 합산되었다.
그런데 하필 6세미만 본인부담 면제 정책을 시행한 2006년부터 산모와 신생아의 진료비가 분리됐다. 그래서 6세 미만 소아의 의료비가 갑자기 39% 증가한 것처럼 착시를 일으킨 것이었다.
이것을 감안하면, 실제 무상의료 정책으로 인한 진료비 증가폭은 11%에 불과했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의 평균 증가율 10%와 유사한 것으로, 이 사실은 당시 국민건강보험 공단의 보도자료에서도 충분히 해명이 된 내용이다(국민건강보험공단, "6세미만 입원진료비 1인당 83만원 전액 공단 부담", 2007. 7. 2).
진짜 문제는 민간의료보험 보험료 폭탄
새누리당은 이런 엉터리 근거를 들어 무상의료를 실시하면 의료이용이 폭등하여 재원이 13조가 아니라 28~36조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주장까지 나아간다. 그럴 경우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는 14~20조원이 되어, 보험료 폭탄이 떨어진다고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
물론 재원 확대 없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추가 재원이 국민에게 보험료 폭탄을 안길 것이라는 새누리 주장은 사실무근이다. 오히려 보장성 강화는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정책이다. 당면 무상의료 과제에 필요한 재원은 13조 가량인데, 이를 국민들이 전액 부담할 필요는 없다. 그 중 6.5조원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과 사업주·국고가 대략 절반씩 부담하고, 이 중 절반인 보험료도 국민들이 소득에 따라 내는 사회연대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너스가 추가된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면, 실손보험과 같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어 민간보험료 지출이 고스란히 절약된다. 2008년 기준으로 민간의료보험료는 가구당 2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건강보험의 보장이 강화되면 실손보험과 같은 민간의료보험은 전혀 필요없게 된다. 실손보험료는 3년 갱신시마다 40~50%씩 증가하고 있고, 이 추세로 가면 노후에는 수십만원의 실손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무상의료가 건강보험료 폭탄을 초래한다고? 진짜 두려운 것은 민간보험료 폭탄이다.
새누리당, 자신의 4대 중증질환 무상의료 재원방안은 안 밝혀
마지막으로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식의 무상의료정책 대신에 4대 중증질환(암, 뇌혈관질환,심장질환,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해 진료비를 국가가 100% 책임지겠다고 주장한다. 야권의 무상의료정책을 한참 비판하더니 정작 자신들은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완전 무상'하겠단다. 그런데 당장이 아니라 다음 국회 회기와 대통령임기가 만료되기 직전인 2016년까지 하겠단다.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의문은 계속된다. 새누리당은 제시한 4대 질환 외의 중증질환은 어떻게 하겠다는 건인가?. 중증 폐질환, 중증 간질환, 중증 콩팥질환, 중증치매 등등 수많은 중증질환들은 그냥 놔두려나? 또 자신들이 말하는 중증질환 완전 무상의료를 위해 필요한 추가재원은 얼마인지,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민주통합당의 무상의료재원 과소추계를 지적하더니 정작 자신의 정책에 대한 재원 추계와 마련방안은 아예 없다.
언론 기사를 보니, 재원마련없이 보험료체계를 개선해서도 충분하다고 보는 것 같다. 우리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도 보험료 부과체계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근로소득외에 종합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해야 하고, 건강보험료 상한제는 폐지해야 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추가재원은 최대치가 2조 원 내외 정도다. 따라서 단지 보험체계 개편만으로 가능하다고 여긴다면, 한정된 재원으로 인해 이것은 아랫돌 빼내어 윗돌 괴는 식일 될 것이다. 즉, 4대 중증 질환의 보장률을 높이기 위해 다른 질환의 보장률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으로 이는 조삼모사로 국민을 우롱하는 정책에 불과하다.
새누리당은 자신의 잘못된 근거로 인한 엉터리 비판에 대해 반성하고, 건강보험료 폭탄으로 국민을 협박하는 것을 중지하기 바란다. 그리고 남 무상의료 정책 걱정하지 마시고, 자기의 중증질환 '완전무상' 정책에 필요한 재정 계산부터 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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