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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투표율 상승' 걱정해 선거방송 늦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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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투표율 상승' 걱정해 선거방송 늦춘다

"공영방송이길 포기했나…또 다른 언론장악"

파업 중인 조합원들이 방송을 위해 무임금으로 일해왔음에도 MBC가 4.11 총선 투표방송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젊은 층 투표율이 높아지면 "위험하다"는 이유다. MBC 노조는 "공영방송이 당연히 해야 할 의무마저 저버린 것"이라고 사측의 대응을 비판했다.

2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정영하)는 오전 10시 30분, MBC 로비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사측이 젊은 층의 투표율 상승을 우려해 방송사들이 관행적으로 제작해 온 투표방송도 제작하길 거부했다고 밝혔다.

MBC, 투표참여 독려 "위험해"

노조에 따르면 MBC 경영진은 28일 임원회의를 열어 4.11 총선 투·개표방송을 당일 오후 6시 5분 전이나 10분 전부터 시작하라는 방침을 정했다. 방송 3사가 통상적으로 관련 방송을 시작하는 시간인 오후 4시부터 6시 사이 방송은 포기하라는 뜻이다.

방송 언론인들에 따르면, 통상 방송사의 선거 투·개표방송은 당일 오후 4시부터 시작된다. 4시부터 투표가 종료되는 6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투표 현황을 방송하고, 선거보도의 하이라이트인 투표 예측조사 결과 보도는 투표 종료시각인 6시부터 7시 45분경까지 진행한다. 4시부터 7시 45분 사이의 3시간 45분이 방송사 투표방송 시청률을 결정하는 시간대인 셈이다. 7시 45분 이후는 득표율 경과를 알려주는 개표방송으로 넘어간다.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은 "예측조사에서 방송3사의 시청률 성패가 결정된다. 이를 위해 방송사들이 4시부터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며 "6시에 맞춰 개표방송만 한다면 시청률 경쟁에서 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측조사 방송 시청률 경쟁에서 경쟁사에 앞서기 위해서는 4시부터 마련하는 일종의 '미끼' 프로그램 경쟁력이 높아야 하는 셈이다.

사측은 특히 투표방송 코너 중 '투표 참여 인증 샷' 프로그램을 위험요소로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에 따르면 4시부터 진행하는 선거 프로그램 중 하나가 투표에 참여한 스타들을 스마트폰으로 화상 연결해 투표의 중요성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결국 스타들의 투표독려가 젊은 층 투표로 이어져, 그로 인해 야당의 득표율이 올라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8일 방송문화진흥회 긴급이사회 직후 여당 측인 차기환 이사는 "젊은 층이 투표를 4시부터 6시까지 많이 하는데, 그 시간 동안에만 방송 실시간 투표율을 보도하면서 투표를 독려한다고 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한 바 있다.

선관위는 물론, 보수적인 언론까지도 투표 독려 기획기사를 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힘든 대응이다. 한 예로, 이날자 <중앙일보>는 성악가 조수미 씨의 기고를 시작으로 하는 '나는 유권자다'라는 투표 참여 독려 기획기사를 선관위와 공동으로 내보냈다.

"MBC, 공영방송 의무 포기"

▲김재철 MBC 사장. ⓒ뉴시스
MBC 노조는 선거방송의 중요성 때문에 파업과 무관하게 선거방송 참여인원을 지속적으로 방송 제작에 투입해 왔다. 지난 60일 간의 파업 내내 선거방송 제작팀 소속이었던 조합원 16명은 주간에는 파업에 참여하고, 밤에는 선거방송을 준비하는 일정을 소화해 왔다. 한 조합원은 "몇 시간의 선거방송을 위해 최소 6개월 전부터 선거방송팀이 꾸려진다"며 "선거방송의 중요성을 인정해 파업 중에도 선거방송 제작진은 무급으로 밤 늦게까지 일 해 왔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MBC는 적잖은 금전적 손해를 보게 된다. 관련 방송을 위해 투입한 수억 원의 제작비가 고스란히 날아가기 때문이다. 노조는 "사측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각종 다양한 프로그램' 운운한 게 바로 이 시간대(4시~6시)를 위해 기획돼 있는 것"이라며 사측의 정치적 판단 때문에 회사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노조에 따르면 권재홍 보도본부장은 지난 편집회의에서 "(투표방송을 하지 않아) 손해를 보는 건 아무 상관없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MBC 노조는 "투표참여 독려는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의 고유 임무이자, 공영방송이 해야 할 지극히 당연한 의무"라며 "사측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방송을 특정 정파의 선거운동 내지 편파 방송으로 규정해 직무를 고의로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번 사태가)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 장악을 보여주는 현장"이라며 "파업을 방조해 투표 참여를 저해하고 공정 방송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신경민 민주통합당 대변인도 "투표율을 높이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입장은 위헌적이다. 젊은이들의 투표율을 높이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반시대적"이라며 "이런 위헌적이고 반시대적인 흐름에 동조하는 것은 언론인들이 참여해서는 안 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MBC, 정부 언론정책 비판하는 기자도 "선거법 위반"

MBC는 선거를 계기로 파업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수위도 높여가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28일 MBC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정부 언론정책과 MBC 경영진의 보도태도 등을 비판하는 의견을 낸 박준우 조합원(보도국 차장)을 '정치활동', '선거법 위반'으로 규정해 오는 징계위원회에 회부키로 했다.

트위터는 이미 지난 법조인들의 의견 개진 당시에도 사적 공간으로서의 독립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경영진이 지나치게 자의적인 징계 수위를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지적되는 이유다.

MBC 노조는 29일 총파업특보에서 "(경영진이) 트위터라는 사적인 공간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명한 것을 두고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곡해했다"며 "한 마디로 '막걸리 보안법'의 부활"이라고 비판했다.

박 조합원의 징계 이면에는 다른 이유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박 조합원은 지난 16일 사내 게시판에 MBC 기자회에서 이진숙 홍보국장과 문철호 전 보도국장을 제명하자는 의견을 가장 먼저 공개적으로 제시했다.

MBC 노조는 박 조합원에 대한 사측의 징계 이유가 "문 전 보도국장과 이 홍보국장에 대한 '기자회 제명' 의견을 피력한 것을 두고 사내 질서 문란 행위로 몰아붙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MBC는 박 조합원을 포함해 정영하 위원장, 강지웅 사무처장, 장재훈 정책교섭국장 등 노조 집행부 3명은 물론 구자중 전 광고국 부국장, 홍혁기 전 서울경인지사 제작사업부장, 이선태 전 편성국 편성콘텐츠부장, 허태정 전 시사교양국 시사교양4부장 등 보직사퇴 간부 4명까지도 징계위에 회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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