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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발효…한국 경제 '소용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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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미FTA 발효…한국 경제 '소용돌이'

[해설] ISD 재협상 기대 낮고 농가 피해 우려는 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숱한 논란 끝에 결국 15일 오전 0시를 기해 발효됐다. 숱한 논란과 사회적 충돌 끝에 한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새 체제가 도입되지만, 논란은 남아 있다.

특히 투자자-국가중제권제도(ISD)는 정부가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마당이라 논란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 직접적인 피해를 볼 산업에 대한 대비책도 충분치 않아 불씨를 남기고 있다. 새 체제가 발효되지만, 사회적 갈등의 여지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ISD 재협상 결과 기대 말아야

ISD 재협상 문제는 정부가 한미 FTA 발효 절차에 돌입하는 와중에 제기됐다. 시민사회단체는 지난해 말부터 ISD를 폐기하거나 도입 유보를 위한 재협상에 돌입하라는 압박을 정부에 가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지난달 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국 상하원 의장에게 한미 FTA 발효 정지와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서한을 미국 대사관에 전달했다. 최근에는 열린 야권 연대 협상에서 한미 FTA 반대 견해를 재확인했다.

"외교관례상 무리한 요구"라고 버티던 정부는 정치적 마찰을 줄이고 조속한 발효절차에 돌입하기 위해 결국 "발효 후 90일 이내에 미국 측과 ISD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정부의 반발 양보로 마무리됐다.

외교통상부는 한미 FTA 발효일자가 정해진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 브리핑을 열어 "협정 발효 후 90일 이내 서비스 투자위원회를 가동해 ISD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정부의 기본 방침에는 아직 변화가 없다.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은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말 국회가 FTA 재협상 결의안을 채택했고, 우리는 이를 ISD 재협상을 하라는 의미로 이해했다"며 "발효 90일 이내에 서비스투자위원회를 열어 미국 측과 재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협의 예상 기일은 "5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서비스투자위원회는 FTA 발효 후 후속 조치 등을 논의하기 위해 양국 정부의 협의체 중 하나다. 이 위원회에서 ISD의 수정사항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한·미 공동위원회에 결과를 보고하고 수정된 내용대로 두 나라가 이행하면 된다.

그러나 이 위원회는 어디까지나 ISD 재협상 논란이 일어나기 전부터 한미 FTA 협정문에 존재한 장치이지, ISD 재협상 요구안이 받아들여져 신설되는 회의체는 아니다. 이번 재협상이 특별한 성과를 올릴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당장 한국 정부부터 재협상 의지가 없다. 시민사회가 지적하는 ISD의 문제점을 논의하긴 하겠으나, ISD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단심제를 재심제로 바꾸거나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절차적인 문제를 수정할 용의가 있다는 정도다.

'독소조항'이라는 시민사회, 야당의 주장과는 온도의 차이가 있다.

박 본부장은 "혹시 우리가 간과한 부분이 없는지를 보고 더 철저하게 하자는 입장에서 ISD를 재협의해야지 한·미 FTA협정을 폐기시켜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내 입장"이라며 "이번에 한국에서 문제로 삼기 전까지는 보편적인 투자자 보호수단으로 논의돼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우리가 세밀하게 파고들어서 논의의 장을 열다보니 문제 있는 제도로 (인식)됐고, 그렇게까지 간 것에 대해 안타까운 점이 있다"며 중요한 제도에 대한 사회적 학습이 불필요하다는 듯한 인상마저 내보였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입장도 마찬가지다. 미국 측이 비록 원론적인 차원에서 "재협의가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USTR은 ISD가 "미국의 이해를 위해 대단히 중요한 제도"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힌 마당이다. 미국이 이미 한미 FTA가 발효된 마당에 자국의 이익을 일부러 줄이기 위해 협상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현재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맡고 있는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전망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김 비대위원은 지난해 12월 8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ISD 재협의에 대한 정부 약속이 "별로 의미가 없다"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국내 반대 진영을 달래기 위한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리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ISD의 성격에 대한 논란은 한미 FTA 발효 직전까지 계속됐다. 정부가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정부의 태도에서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뉴시스

농업, 이대로 버려지나

농업은 제약업과 함께 한미 FTA 발효 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다. 산업 종사자들의 경제적 취약성, 식량산업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이번 협정으로 가장 큰 피해가 확실시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미국산 농산물의 3분의 2는 15일 0시를 기해 곧바로 관세가 사라지고, 콩, 찐쌀, 오렌지, 쇠고기 등 민감품목도 수년에 걸쳐 관세율이 매년 내려가 궁극적으로는 사라진다. FTA를 추진한 정부의 발표자료만 봐도 정부는 한미 FTA 발효 후 미국산 농산물 수입액은 FTA가 없었을 때보다 15년간 연평균 4억2400만 달러 늘어나고, 국내 농업생산액은 8150억 원 감소한다. 미국 농무부(USDA)는 한미 FTA 발효로자국산 수출액이 연간 19억3300만 달러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이 때문에 한미 FTA 발효를 준비하며 농심 달래기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한 농업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농지규모화와 시설현대화를 실시해 가족농의 집단화를 추진하고, FTA 이행지원센터를 통해 특히 농업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이와 같은 후속대책을 위해 정부는 지난 2007년, 2017년까지 농축수산업 분야에 22조 원가량을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국회 심의과정에서 이 규모는 24조 원으로 늘어났다. 면세유 지원기간 연장 등을 통해 29조 원가량의 세제혜택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 대책이 한미 FTA와는 거리가 먼 원론적 농가지원대책인 데다, 그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농업인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지난 1월 3일 성명서를 내 "정부의 13개 농업피해지원대책은 그 자체로 농업피해를 충분히 지원할 수 없"다며 △정책자금 금리 1%로 인하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 심사시스템 및 지원체계 개선 △고령농 특별소득보전 등의 추가대책을 요구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쇠고기 산업 대책 역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축산업은 한미 FTA 발효에 따른 예상 피해액이 4866억 원(정부 전망)으로 농축산어업에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다.

현재 40%인 미국산 쇠고기 관세는 한미 FTA 발효 후 매년 2.67%씩 내려가며, 15년 후에는 완전히 사라진다. 정부는 한우농가를 위한 보호대책으로 협정 발효 15년 간 농산물세이프가드(ASG)를 마련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농가는 이 제도가 무용지물이라는 입장이다.

세이프가드 발동을 위해서는 발효 첫 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27만 톤(t)에 이르러야 하고, 이듬해부터는 매년 6000t씩 늘어 15년차에는 35만4000t 이상이 되어야만 한다. 반면,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2002년 수입량이 22만t에 불과하다. 사실상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이 형성될 가능성 자체가 낮다는 얘기다.

전국한우협회는 지난 13일 성명서를 내 "정부의 대책은 우리나라 쇠고기 소비량을 감안할 때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용 문구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자국 산업을 어떻게 보호하고 대책을 마련하는지를 지켜보며 투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은? 중소기업은?

방송시장 개방도 장기적으로는 한미 FTA가 가져올 큰 변화다. 방송이 한 나라 대중문화에 끼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미국산 방송 콘텐츠의 한국 시장 진출 확대는 단순히 경제적 차원을 넘어 한국인의 생활 기반까지 뒤흔들 수 있는 위력이 있다.

정부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시장 개방에 따른 보완책을 이미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중소 PP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방송콘텐츠 지원센터 건립, 우수 방송프로그램 제작·공급기반 구축, 디지털 유료방송 유통시스템 구축, 운용채널의 개별 PP편성 의무화, 지역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PP에게 지급하는 프로그램 사용료 지급기준 개선 등을 대책으로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이들 대책 대부분이 구체성은 떨어지고 대책 효율성이 낮아, 미국산 프로그램 범람을 막기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이 더 많다. 당장 종합편성채널 등장으로 프로그램 간 경쟁이 더 강화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부족한 콘텐츠를 미국산 프로그램으로 채워 넣으려는 방송사의 시도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정부도 정책홍보 홈페이지 <공감코리아>에서 "보도, 종편, 홈쇼핑 등을 제외한 PP에 대한 외국인 간접투자가 100%까지 허용되고, 비지상파의 국내물 방송프로그램 편성쿼터가 일부 완화돼 중소 PP, 독립제작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시인한 상태다.

제약산업도 한미 FTA로 인해 피해를 입을 게 확실시 되는 분야다. 특히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미국산 다국적 제약사의 이익 극대화에 도움을 주는 반면, 소비자의 부담은 크게 늘릴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무역협정국내대책본부는 "특허 분쟁이 일어나는 비율이 10% 미만이며, 제네릭(복제약)의 허가 절차가 3개월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허가 중단에 따른 피해는 미미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반대진영의 입장은 다르다.

지난해 11월 23일 한국제약협회는 "한미 FTA 비준으로 인해 국민 건강권 침해는 물론 제약주권 상실에 따른 국내 제약산업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허가-특허 연계제도에 대한 대응책으로 약품 특허권자의 특허사실이 허위로 판명될 경우에 대한 처벌 강화 등 대응책 마련을 요구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도 "한국에서 의약품 특허가 연장되면 그만큼 값싼 복제약(카피약)이 시판되는 것이 늦어지고 이 부담은 환자들과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부담, 즉 국민들이 보험료와 세금으로 지게 된다"며 한미 FTA 발효로 인한 피해는 단순히 제약업계의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 국민이 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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