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터는 7일 새벽에도 화약 수송에 대비해 강정천 다리 위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던 50여 명의 주민과 활동가 앞에서 "앞으로 2주간 더 머물면서 함께 싸우겠다"며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해군기지 건설 계획에 맞서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라고 독려했다. 우주에서 바라본 푸른 지구 사진이 그려진 파란 망토를 입고 열변을 토한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 전 세계에서 평화운동을 벌일 때 꼭 걸쳤다는 망토를 젤터 씨가 들어보이고 있다. 그는 강정마을을 떠날 때 이 망토를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프레시안(김봉규) |
지난달 24일 제주국제평화회의 기조연설자로 처음 제주도를 방문한 젤터는 이후 떠나지 않고 강정마을 지키기 운동에 합류했다. 지난달 26일에는 해군기지 공사장 철조망을 망가뜨렸다는 이유로 연행돼 한국에서도 '기록'을 수립했다. 다음은 7일 새벽 강정천 다리 위에서 젤터 씨와 가진 일문일답.
어제의 '활약'으로 트위터에서 화제가 됐나. 알고 있었나?
- 어제 (구럼비 해안에 가는 중에) 물에 빠지기도 해서 하루 종일 쉬느라 몰랐다. 인터넷도 하지 못해서 나중에 전해들었다.
제주도 방문은 처음인데 와서 든 느낌은 어땠나?
- 한국이 군사주의, 특히 미국식 군사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에 많은 걱정을 했다. 환경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해군기지) 청사진이 보여주는 모든 거짓말에 놀랐고, 자연을 지키려는 주민들에게 동감하게 됐다.
아름다운 농촌마을을 기지로 바꿔 미군이 들어온다면 영국이나 일본 오키나와처럼 근처에 성매매가 성행할 것이다. 또 휴식을 위해 상륙한 미군들이 마을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 보다는 주민들을 더 힘들게 하는 쪽으로 갈 것이다. 영국에서처럼 미군이 범죄를 일으켜도 정당한 처벌 없이 미군 측에 돌려보내는 일도 벌어질 것이다. 오기 전에는 몰랐는데 기지 건설로 대형 선박이 드나들면 물이 오염되는 일도 생길 것이다.
주민들과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한국 정부가 공사를 강행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 국방력 강화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주위의 중국, 일본 등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큰 실수라고 본다.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에 찬성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기지에 미군이 무기를 실은 배를 들여보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 기지가 외부로부터 한국을 지키는 곳이 아니라 다른 곳을 공격하기 위한 기지라는 인상을 주게 된다.
온난화 문제 등 지구 전체가 환경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 해군기지는 또 하나의 환경 재앙이 될 것이다. 이제는 전쟁문화가 아닌 평화문화로의 전환을 모색할 때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전쟁을 포기하고 (전쟁과 연관된) 자본과의 연결을 끊어야 할 때다. 해군기지 건설은 단순히 냉전적 사고방식의 연장에 불과하다.
구럼비 바위 앞 케이슨 등장
7일 새벽 5시경 해군기지 시공사는 폭이 약 20미터가 넘는 대형 케이슨을 실은 바지선을 구럼비 해안 앞 바다로 옮겼다. 일반 주택 규모에 가까운 대형 케이슨은 바다를 매립하기 위한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로 안에 물을 채워 바닷속에 매립될 예정이다. 해군 측은 바닥 준설 등 정지작업이 충분히 이뤄지면 케이슨을 수중에 임시 거치한 후 최종작업을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날 오전 7시경 발파용 화약도 구럼비 해안으로 옮겨졌다. 이 화약은 바위 위쪽 200미터 지점에서 4회에 걸쳐 폭파될 것으로 전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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