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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vs CJ…'가문의 전쟁'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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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삼성 vs CJ…'가문의 전쟁' 어디로 가나?

[해설] 삼성 지배구조에 새 변수, 핵심은 세금과 경영 투명성

삼성 직원의 이재현 CJ 회장 미행 사건이 낳은 파문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그간 차명으로 관리돼 온 삼성 계열사 주식을 둘러싼 법적 쟁점들이 제대로 주목받지 않고 있는 점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이맹희 소송으로 다급해진 삼성의 무리수?

이번 미행 사건은 삼성물산 감사팀 김 모 차장이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인 차원의 사건이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삼성 그룹 및 이건희 회장의 사주에 따른 것"이라는 CJ 측의 주장에 대부분 동조하는 분위기다. 최근 이재현 회장의 부친이며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씨가 이건희 삼성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재산 분할 소송과 시기적으로 겹치기 때문이다. 이맹희 씨가 소송을 제기한 게 지난 12일,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게 지난 14일이다. 그리고 이재현 CJ 회장의 운전기사가 미행 낌새를 알아차렸다고 밝힌 시점은 지난 17일께다. CJ 측은 이맹희 씨가 제기한 소송으로 다급함을 느낀 삼성 측이 무리수를 뒀다고 판단한다.

불법 로비, 배임 사건 낳은 삼성 경영권 승계, 뿌리부터 흔들리나?

결국 삼성과 CJ 사이의 오랜 갈등이 다시 폭발한다는 이야기다. 양 측의 싸움 결과에 따라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삼성과 이건희 회장이 그룹 차원에서 가장 공을 들인 작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였다.

삼성 에버랜드 CB 헐값 발행 사건, 삼성 SDS BW 헐값 발행 사건 등 우리 귀에 익숙한 사건들도 이 과정에서 불거졌다. 삼성 측이 온갖 로비를 통해 법과 제도를 바꾸려고 했던 노력의 초점도 승계 문제에 맞춰져 있었다. 1%대의 지분으로 삼성 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이 아들인 이재용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과정을 방해하는 법적 걸림돌을 치우는 작업이었다는 것. 그런데 이처럼 다양한 무리수를 둬가며 추진한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맹희 씨가 제기한 소송 결과에 따라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이맹희 승소할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매각해야

이건희 회장 측이 상당한 긴장감을 갖고 있다는 해석은, 그래서 일리가 있다. 이번 소송에서 이맹희 씨 측이 이길 경우,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는 이건희 회장에서 삼성 에버랜드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삼성에버랜드는 보험지주회사가 되고 자회사인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유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보험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된 금융사는 비금융사(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 → 삼성카드'의 지배구조에서 가운데 고리가 끊어진다는 뜻이다. 삼성그룹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느슨해진다는 것. '삼성 공화국', '삼성왕국' 등의 표현이 나올 만큼 삼성이 한국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배경이 '한국을 대표하는 수출 기업'인 삼성전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소송의 무게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뿌리깊은 가족 분쟁…다른 형제들의 움직임이 변수

이건희 회장 측에게 더 끔찍한 시나리오는 이번 분쟁에 이 회장의 다른 형제들이 개입하는 경우다. 삼성 그룹의 경영권이 이제는 장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명분으로 압박할 경우, 이 회장 측은 상당한 부담을 지게 된다.

실제로 이맹희 씨 측은 "삼성그룹을 일단 삼남인 이건희 회장에게 물려주되, 그 다음에는 장손인 이재현 회장에게 물려주라는 게 고(故) 이병철 회장의 뜻"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재현 CJ 회장 측은 꾸준히 장손으로서의 자격을 주장해 왔다. CJ 사옥에 세워져 있는 고(故) 이병철 회장의 흉상이 그 상징이다. 고(故) 이병철 회장의 장례식 때 영정을 든 것도 이재현 CJ 회장이었고, 이맹희-이건희 형제의 모친인 고(故) 박두을 씨를 임종 직전까지 집에서 모신 것도 이재현 회장이었다는 점도 이런 논리를 뒷받침한다. 게다가 고(故) 박두을 씨의 장례식에 아들인 이건희 회장이 불참했다는 점은 이 회장 측에게 약점이 된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폐암 치료 등을 이유로 불참했었다. 그러나 뒷말이 무성했었다. 이런 과거사에 대해 불만을 품은 이건희 회장의 다른 형제들이 결집할 경우, 이번 분쟁의 향배는 쉽게 예상할 수 없다.

'남의 돈' 놓고 싸우는 이맹희-이건희 형제?

그러나 진짜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재벌가 형제들이 어떤 이유로 싸우는지는 호사가들의 관심사일 뿐이다. 사회 전체로서는 '세금' 문제가 핵심이다. 지난 17일 참여연대가 이 문제를 잘 짚었다. 당시 참여연대는 "문제의 본질은 △차명주식이 실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차명주식의 전환 과정이 적법한 것인지, △그 과정에서 세금 포탈 등 불법은 없었는지, △(삼성가 형제들은) 정당한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고, 국세청이 이를 추징해야 할 임무를 저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 지에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맹희-이건희 형제가 다투고 있는 차명 자산 자체가 원래 '남의 돈'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마디로, 장물(도둑질한 것)을 서로 갖겠다고 싸우는 형국이라는 말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여러 차례에 걸쳐 "두 번에 걸쳐 실명전환된 삼성생명 차명주식은 현재 총 978만1200주이며, 이 중 이병철 선대회장 상속재산은 491만4000주뿐이고, 나머지 486만7200주는 상속과는 무관한 별개의 차명주식"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런 지적은 2008년 삼성특검의 수사결과와 배치된다. 당시 특검은 삼성생명 차명주식 전체를 이병철 선대회장 상속재산으로 규정했다. 이맹희 씨가 이번 소송을 제기한 근거 역시 당시 특검 수사 결과다. 하지만 삼성 특검 출범의 계기를 마련했던 김용철 변호사를 포함해서 경제개혁연대 등 다수의 전문가 집단은 삼성특검 수사 결과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었다. "특검이 도둑에게 장물을 넘긴 셈"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은 그래서였다.

누가 이기건, 증여세 문제는 남아

설령 당시 특검 수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도 문제는 남는다. 변호사 출신인 이정희 통합진보당 의원은 지난 15일 국세청에 공문을 보내 이건희 회장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촉구했다.

특검 수사 결과대로라면 삼성생명 차명주식은 이맹희,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공동상속인들의 공동재산인데, 이를 모두 이건희 회장에게 명의신탁(차명)을 통해 재차 차명전환 했다면 이는 증여세 부과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공문을 통해 "고(故) 이병철 회장의 자녀 모두가 상속권 주장이 가능하고,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주식의 실명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증여세 2조 3000억 원을 납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 사진 가운데 있는 남성이 이재현 CJ 회장을 미행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물산 감사팀 김 모 차장이다. ⓒCJ그룹 제공
- 이병철의 3남 5녀, 어떻게 살아왔나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고(故) 박두을 씨와의 사이에서 3남 5녀를 뒀다. '인희-맹희-창희-숙희-순희-덕희-건희-명희' 순이다. 이밖에도 일본인 부인들 사이에서 자녀들을 뒀다. 세상에 주로 알려진 것은 고(故) 박두을 씨와의 사이에서 둔 자녀들이다.

이맹희 씨는 둘째이자 장남이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일곱번째이자 삼남이다. 당초 이맹희 씨가 삼성 주요 계열사를 물려받기로 돼 있었고, 삼남인 이건희 회장은 동양방송(TBC) 등 미디어 계열사만 물려받기로 돼 있었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의 첫 직장이 동양방송이었다.

삼성그룹 후계자가 장남에서 삼남으로 바뀐 데는 사생활 문제 등 복잡한 사연이 있다. 결정적인 변수는 1966년 사카린 밀수 사건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대표적인 경제 범죄 사건으로 기록된 이 사건을 계기로 이병철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또 차남인 고(故) 이창희 씨가 모든 법적 책임을 떠안고 감옥살이를 했다. 이맹희 씨와 이창희 씨는 사카린 밀수 현장을 지휘했었다. 이병철 회장이 칩거하고 이창희 씨가 구속되면서 이맹희 씨가 경영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감옥에서 풀려난 이창희 씨가 청와대에 투서를 한 사건이 발생했다. 삼성의 조직적인 경제 범죄에 대한 내용이 담긴 투서였다. 여기엔 '외화 밀반출'도 포함돼 있었는데, 이는 당시로서는 특히 엄중한 처벌이 따르는 범죄였다. 또 이병철 회장이 영원히 삼성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이 투서는 당시 육군 중령이던 전두환 전 대통령과 박종규 청와대 경호실장을 거쳐 박정희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병철 회장은 진노했고, 이창희 씨와 이맹희 씨에 대해 정을 떼게 됐다. 투서를 한 것은 이창희 씨지만, 이맹희 씨와도 관계가 있으리라는 게 이병철 회장의 생각이었다고 한다.

결국 이병철 회장은 1971년 삼남인 이건희 현 회장에게 그룹을 맡긴다는 유언장을 작성했다. '장남 맹희는 경영에 뜻이 없고 차남 창희는 많은 기업을 하기 싫어한다. 3남 건희는 처음에 사양하다가 맡아보겠다는 뜻을 가졌다. 삼성그룹의 후계자는 건희로 정한 만큼 건희를 중심으로 삼성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로부터 다시 5년 뒤인 1976년, 위암 판정을 받고 수술대에 오르기 직전에 이병철 회장은 이맹희 부부가 있는 자리에서 '앞으로 삼성그룹은 건희가 이끌어 가도록 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이때 이맹희 씨 부부는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병철 회장이 사망 뒤인 1987년 12월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룹 경영권 경쟁에서 밀려난 이맹희 회장은 제일제당 경영에만 관여했고, 그조차도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제일제당은 1993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돼 현재는 CJ그룹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창희 씨는 투서 사건 이후 오랫동안 미국에 체류하다 부친과 화해했다. 그는 새한미디어를 창업해 경영하다 1991년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이후 새한미디어 그룹이 부도를 맞아 공중분해 되면서, 이창희 씨의 자제들도 불운해졌다. 이창희 씨의 아들 가운데 한 명인 고(故) 이재찬 씨는 지난 2010년 투신 자살했다. 이병철 회장의 손자이며 이건희 회장의 조카에 해당하는 그는 사망 직전까지 경제적으로 넉넉치 않게 지냈던 것으로 알려져서 동정 여론이 일었다.

한편, 이병철 회장의 다섯 딸 가운데 기업 활동을 하는 사람은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장녀)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막내)뿐이다. 나머지 세 딸은 출가 후 기업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이숙희 씨는 LG 구인회 회장 가문으로, 이덕희 씨는 경상남도의 한 대지주 가문으로 각각 출가했으며 이순희 씨는 대학교수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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