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인해 인터넷 이용 환경이 위축되리라는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최근 온라인해적행위금지법(SOPA)에 대항하는 위키피디아의 사례는, 한국 인터넷 업계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지는 문제다.
지난해 말 텍사스주 출신의 라마 스미스(Lamar Smith) 미 하원의원이 발의해 미 의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SOPA는 저작권보호법(PIPA)과 함께 과도한 인터넷 규제 환경을 가져 올 것으로 인터넷 자유를 옹호하는 진영이 우려한 법안이다.
SOPA는 간단히 말해 인터넷에서 자행되는 저작권 침해 행위를 법적으로 처벌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이 법안에 '특정 웹사이트가 저작권 침해 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정부가 해당 웹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는 물론이고 구글, 위키피디아 등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모호한 사이트도 폐쇄 대상에 들어갈 수 있다고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해 왔다.
위키피디아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맹렬히 일어난 반대시위의 영향으로 이 법안에 우호적이던 미국 하원의 분위기는 반대로 돌아선 듯 보인다.
문제는 그러나, 이러한 규제가 한미 FTA 발효 후 한국에는 고스란히 살아 적용된다는 데 있다. 지적재산권을 다룬 한미 FTA 협정문 18장의 부속서한 3(온라인 불법복제 방지)을 보면, 한미 FTA 발효 후 양국은 "저작물의 무단 복제ㆍ배포 또는 전송을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하는 목적, 온라인 저작권 침해를 행하는 새로운 기술적인 수단의 영향에 대하여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줄이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목적"을 공동으로 행하도록 했다.
또 "인터넷상의 지적재산권에 대하여 보다 효과적인 집행을 일반적으로 규정하는 목적"에 동의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저작물 및 그 밖의 대상물의 인터넷 불법복제가 지적재산권에 대한 법집행상 우선순위를 가진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웹하드를 포함한 다운로드 사이트의 폐쇄, 개인간 파일공유서비스(P2P)에 대한 강제 규정 역시 오직 한국에만 의무조항이다.
보다 구체적인 적용 범위는 한미 FTA 발효 이후 실제 사례를 보아가며 판단이 가능하겠지만, 관련 내역의 핵심은 SOPA와 똑같다. 인터넷 환경에 심각한 위협이 되리라는 우려가 들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저처럼 강력하게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집회가 일어나고 있으나, 이미 미국인들의 우려가 현실화될 상황에 처한 한국에서는 관련 주장이 단순히 괴담으로만 치부되고 있다. 이미 한국은 한미 FTA가 발효되면 '돌이킬 수 없는' 인터넷 규제 환경으로 돌입하는데도 말이다.
대표적인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지난해 말 낸 보고서 '온라인저작권 침해와 SOPA: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주의하라'에서 "SOPA는 적법한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의도하지 않게 인터넷 보안을 약화시키고 언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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