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 이어 KBS 노조도 보도본부장을 불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BS의 경우 평소 입장을 달리 할 때가 잦았던 KBS노동조합(위원장 최재훈)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위원장 김현석)의 공동 투표 결과여서 의미가 크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지나치게 정부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던 KBS와 MBC 뉴스의 보도태도에 대해 양사 노동자들이 비판적인 입장을 선명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미 MBC 노동자들이 제작거부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KBS도 전면적인 투쟁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19일 KBS 노조 측에 따르면 KBS 양대 노조는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고대영 KBS 보도본부장과 박갑진 시청자본부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실시해, 두 투표 결과 모두 압도적인 불심임률을 보였다.
고 보도본부장에 대해서는 재적조합원 710명 중 595명이 투표해, 모두 595명이 불신임표를 던졌다. 재적인원 대비 70.7%, 투표자 대비 84.4%의 압도적인 불신임률이다.
박 시청자본부장의 경우 재적조합원 514명 중 461명이 투표에 참가했고, 그 결과 280명이 불신임표를 던져 재적인원 대비 54.5%, 투표자 대비 60.7%의 불신임률을 보였다.
고 보도본부장의 경우 조합원 재적 대비 불신임률이 3분의 2를 넘어, KBS 노조 측은 KBS 노사 단체협약안에 의거해 해임건의에 나설 예정이며, 박 시청자본부장의 경우 재적 대비 과반의 불신임률을 근거로 인사조치 건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KBS 양대 노조는 오는 20일 투표 결과를 근거로 사측과 공정방송협의회를 갖고, 김인규 사장에게 정식으로 이와 같은 인사조치를 요구할 예정이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번 투표결과가 "김인규 체제에 대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KBS 조합원들의 명확한 항의"라며 "그 동안 고대영 보도본부장이 행한 온갖 불공정, 편파보도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고 강조했다.
또 두 본부장에 대한 적절한 인사조치를 경영진에 요구하며 "(김 사장이) 이를 거부할 경우 김인규 체제 전반에 대한 투쟁의 불길이 타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에 앞서 MBC 기자들도 전영배 보도본부장과 문철호 보도국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실시해 둘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MBC 노조는 지난 10일 비상대책위원회 특보에서 "김재철 사장이 임명한 전 보도본부장과 문 보도국장에 대한 기자들의 불신임투표 결과 117명 중 108명(92.3%)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영상기자회도 37명 중 36명(97.2%)이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퇴진에 찬성표를 던졌다.
노조는 이번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이들이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제작 거부와 함께, 당초 예정했던 파업 찬반투표 일정을 앞당겨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MBC 노조에 앞서 MBC 기자회는 그간 MBC 뉴스가 4.27 재ㆍ보궐 선거, 장관 인사청문회, KBS 도청 의혹 등에 대해 축소, 편파보도로 일관했고, 그 결과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크게 떨어졌다며 지난 6일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실시했다.
그러나 MBC는 박성호 기자회장을 <뉴스투데이> 앵커에서 경질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한 바 있다.
두 방송사 노동자들이 이처럼 강경하게 대응하고 나선 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이른바 '낙하산 인사'로 두 방송사 사장이 교체된 데 따라 보도태도가 지나치게 편파적으로 일관한 데 대해 쌓인 반감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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