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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명문대 학생 하루 들여다보니…

학자금 대출 피해 5~6시간 수면 등 극단적 생활 불사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의 3학년생 제시 예(Jesse Yeh)는 수업 교재를 구입하는 대신 도서관을 이용한다.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학내 행사장을 기웃거리는 일이 잦고 때로는 식사를 건너뛴다. 운동 시간을 없애고 하루에 5~6시간만 자야 1학기에 21학점을 채울 수 있다. 그가 이렇게 허리띠를 조이는 이유는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기 위해서다.

부모가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모두 실직했고,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부동산 거품 붕괴로 여러 채의 집들이 압류당하는 것을 지켜본 제시는 "많은 학우들이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을 다니고 졸업했지만 경제적 상황 때문에 직업을 찾지 못하는 걸 봐 왔다"고 말했다.

27일(현지시간) <AP>가 전한 미 명문대 학생의 생활이다. 꾸준히 증가하는 대학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현실에서 아예 처음부터 학자금 빚을 지지 않으려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빚을 지지 않기 위해 수업 듣는 시간을 줄여 아르바이트를 하고 식사까지 거르는 등 극단적인 생활을 하는가 하면, 진학 당시부터 등록금 부담이 덜한 전문대에 진학했다가 차후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는 계획을 세우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롱비치시티 전문대에 다니는 아이작 로메로는 1주일에 40시간을 일하는데 쓴다. 일을 마치고 곧바로 학교에 가서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수업을 듣는다.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면 자정이 되기 일쑤고 주말은 학교 숙제를 하는데 보낸다. 4년제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빚을 지지 않으면 나중에 삶이 조금이라도 더 편해질 것"이라며 "2시간 동안 버스를 타야할 필요 없이 차를 살 수 있다"라고 말했다.

2010년 미국 대학생들의 평균 학자금 대출은 1인당 2만5000달러(약 2887만 원)로 1년 전보다 5% 늘어났다. 하지만 미국의 대교협 격인 '칼리지보드'(College Board)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학자금 신규 대출 증가율은 거의 '0%'에 가까웠고,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학생 1인당 대출 규모는 오히려 감소했다.

학생들이 빌려 쓴 사채의 경우에도 2007~08년 약 240억 달러에서 지난해 80억 달러로 크게 감소했다. 경제 위기 속에서 미 정부가 학자금 보조금을 확대한 이유도 있지만 학생들의 '빚 혐오' 정서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 미국의 경제위기가 청년 실업로 이어지면서 빚을 아예 지지 않으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교육 전문가들은 부모 세대가 차입에 의존한 생활을 하다 거품 붕괴로 몰락하는 것을 지켜본 학생들이 빚지는 것을 꺼리는 현상을 인정하면서도, 아예 빚을 지지 않으려고 극단적인 생활을 하다 보면 나중에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고등교육정책기구(IHEP)의 2008년 보고서에 따르면 학자금을 대출받은 학생의 86%는 학점을 다 채워서 들었지만 대출받지 않은 학생들이 학점을 다 채운 비율은 70%였다. 또 학점을 다 채워서 수업을 들은 학생의 60%는 8년 안에 학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이 학위를 받은 비율은 25%에 그쳤다.

게다가 전문대에 진학한 학생 중 4년제 대학 학위까지 얻는데 성공한 이들은 26%에 불과한 반면 4년제 공립대에 진학한 학생 50%가 학위를 받았고 사립대 학생의 학위 취득 비율은 73%였다. 등록금이 비싼 사립대의 경우 더 많은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아예 빚을 지지 않기 위해 극단적인 생활을 하는 것은 졸업 이후 자신의 인생 설계에서 부정적인 변수를 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학교 차원에서 통제가 가능한 수준의 대출을 감당하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빚을 갚을 방도가 없는 청년 구직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다 본질적인 해법은 일자리 창출에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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