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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 이동성 낮은 미국, 아메리칸 드림 복원하려면…"

[해외시각] "증세만으론 역부족…보건, 공교육, 인프라 강화해야"

"과거에 '계급'이 지배하는 사회였던 유럽은 (현재)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유럽은 아동들을 위해 매우 훌륭한 보건 및 영양공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미국보다 더 나은 공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 결과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도 부잣집 아이와 좀 더 공평한 기반 위에서 경쟁한다.

하지만 당신이 미국의 빈곤 가정에서 태어난다면 영양실조와 아동기 질환, 형편없는 교육과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복지에 대해 감춰진 비밀은 투표율이 저조한 빈곤층에게는 돈을 거의 쓰지 않고 중산층에게만 관심을 쏟고 있다는 점이다. 결과는 명확하다. 기회 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초당적 모임 '기회국가'(Opportunity Nation)의 인터뷰에서 한 학생은 "태어난 집 주소가 운명을 결정해서는 안 되는데 그런 경우가 너무 많다"라고 말했다."


미 주간지 <뉴스위크> 국제판 편집장을 역임하고 해마다 <포린 폴리시>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지성'에 두 번이나 이름을 올린 인도계 미국인 파리드 자카리아가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쓴 칼럼의 한 단락이다.

1982년 18세의 나이로 인도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언론인으로 성공한 자카리아는 2008년 쓴 <흔들리는 세계의 축>(Post American World)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아메리칸 드림'의 강력한 지지자다. 그런 그가 '기회의 평등'을 문제를 다시 강조하는 것은 최근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미국에서 불거진 양극화 논란 때문이다.

9일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이 공동 실시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가 미국의 양극화가 과거보다 심해졌다고 응답했으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미 정부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최근 미 정부기관의 공식 통계를 비롯한 많은 연구에서 세대, 업종별로 소득과 자산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양극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이러한 인식을 뒷받침하고 있다.(☞관련기사: 美 노년층-젊은층 자산 차이 47배로 역대 최고치)

여당인 민주당은 이러한 대중의 요구에 따라 경제적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공화당은 정부의 재분배 정책에 반대하는 편이다. 하지만 자카리아는 부자 증세 같은 해법만으론 현재 미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 본질적인 이슈는 미국의 계층 이동성(social mobility)이라는 것이다.

자카리아는 지난 10년 간 미국의 계층 이동성이 멈춰선 상태라고 진단한 뒤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는 미국적 가치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14일자 <타임>의 커버스토리 '당신은 아직도 미국에서 출세할 수 있나?'라는 제목을 언급하면서 "답은 노(no)"라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이 보장하는 아동 보건과 공교육, 사회 인프라가 미국에서는 점점 약화됐기 때문이다.

일부 공화당 의원은 미국이 여전히 유럽보다 사회적 이동이 활발한 나라라고 주장한다. 폴 라이언 공화당 하원의원은 지난달 "유럽은 강력한 복지국가가 귀족 사회를 대체한 곳으로 장기 실업자들이 새로운 하층 계급을 이루고 있다"라고 비하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한 여러 연구 결과들은 미국의 계층 이동성이 북유럽의 복지국가보다 떨어진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 9일(현지시간) 밤 미 하버드대 학생 수십 명이 미국의 불평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자카리아에 따르면 2010년 미국의 경제적 이동성을 연구한 보고서에서는 미국이 캐나다보다 계층 이동성이 떨어진다고 결론내렸다. 미국에서 소득 상위 10% 가구의 자녀 중 25%는 어른이 되어서도 소득 상위 10% 안에 들어가지만 캐나다에서는 그 비율이 18%에 그쳤다. 반면 소득 하위 10% 가구의 자녀가 성인이 되어서도 하위 10% 그룹에 속하는 비율은 미국에서 22%였고 캐나다에서는 16%에 그쳤다.

자카리아가 양극화 현상보다 계층 이동성의 악화을 강조한 것은 현재 미국의 경제 문제를 소득 재분배 정책 하나로만 풀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계층 이동성이 사라진 원인으로 세계화와 기술의 발전, 교육 수준에 따른 소득 격차 등을 들며 이러한 트렌드를 '부자 과세' 하나만으로 바꾸는 것은 힘들다고 봤다.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높은 과세율로 돌아간다 할지라도 소득 재분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천 억 달러를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카리아는 대신 '아메리칸 드림'의 개념이 유효하던 시절 미국이 가지고 있던 장점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럽처럼 아동기의 건강과 영양을 관리하고 공교육을 개선하며 초고속 인터넷망 등의 사회 인프라를 강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성의 회복은 계층과 지역에 관계 없이 사람들에게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며, 이는 미국이 다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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