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은 지난달 14일자 "보커스 상원의원이 쇠고기의 한국 시장 접근성을 두고 백악관과 신경전을 벌였음을 인정했다"는 기사에서 이와 같은 주장을 보도했다.
맥스 보커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른바 미국의 '쇠고기 벨트'의 대표지역인 몬태나 주를 지역구로 하는 인물로, 한국 시장의 개방 폭이 미국 목축업자들에게 충분치 않다며 한미 FTA를 반대해온 대표적 인물이다.
이 신문은 보커스 의원이 "한국과의 협정문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추가 논의를 하자는 문안을 넣자"고 백악관에 요구했고 "오바마 대통령이 화를 냈음"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미 축산업계가 현 한미 FTA 협정문의 개방 폭에 여전히 불만을 나타냈고, 이에 협상이 길어질 것을 우려한 오바마 대통령이 그의 요구를 묵살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미 FTA 반대론자와 신중론자들은 줄곧 '급한 쪽은 미국'이라며 국내 여론을 빌미로 한미 FTA 협상을 늦춰,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신문에 따르면 보커스 의원이 추가로 얻어내려 한 조치는 "한국으로 수출될 가능성이 있는 쇠고기의 월령을 높이고 종류를 늘리는 것"이다. 지난 2008년 광우병 위험물질을 우려한 시민들의 촛불집회로 수입에 제한을 둔 부위를 한국 시장에 추가로 팔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신문은 "보커스 의원이 (한국의 쇠고기 시장) 문턱을 낮추기 위한 협상은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주도로 6개월 안에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가 "한국은 추가 협상에 사실상 동의했으며, 커크 대표의 권한은 매우 세다. 한국인들은 (쇠고기 추가 협상) 요구가 있을 것이고 협상이 진행되리라는 점을 이해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보커스 의원은 또 "이러한 조치(쇠고기 추가 협상)가 없었다면 나는 한미 FTA 비준안에 서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의회의 요구가 적극 관철돼,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빠른 시일 안에 쇠고기 시장 개방 폭을 넓히기 위한 미국의 추가 압박이 시작될 공산이 높음을 입증하는 발언이다.
보커스 의원은 "나는 이번 협상이 6개월 안에 시작되리라는 점에 매우 만족한다"며 "우리는 특히 한국을 비롯한 나라들에 우리의 쇠고기를 제공하기 위해 매우 열심히 일했으며, 이제 그 결실을 맺으러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축산협회(NCB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내 미국산 쇠고기 판매액은 2009년에 비해 140% 급증해, 5억1800만 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의 수입품목이 늘어날수록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지난 2008년 촛불집회 이후 정부는 SRM을 제외하고, 30개월령 미만의 쇠고기와 가공물을 수입키로 미국과 합의했다. 대신 정부는 미국과 '한국 소비자들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면' 추가 개방을 협의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보커스 상원의원의 발언을 소개한 <The Hill> 보도. ⓒThe Hi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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