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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통과되면 '부동산 개혁' 물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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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통과되면 '부동산 개혁' 물 건너간다

국토연구원 "토지규제를 포함한 모든 공적 규제조치에서 분쟁 가능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안 처리를 둘러싸고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투자자-국가제소제(ISD)가 국내에 도입될 경우, 부동산 시장 규제가 대폭 완화될 것이라는 국토연구원의 조사 결과가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008년 말 국토연구원이 펴낸 '투자자국가소송(ISD)에 대비한 토지규제 개선연구'를 보면, 이들은 ISD의 위험성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인 간접수용에 대해 "토지규제를 포함한 모든 공적 규제조치에 대한 분쟁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토연구원은 한미FTA에서 "정부조치가 그 목적 또는 효과에 비추어 극히 심하거나 불균형적인 때와 같은 드문 상황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간접수용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접수용이란 정부가 투자자 소유권에 대해 직접적인 규제를 가하지 않더라도, 정부 정책이 간접적으로 효력을 미쳤다면 이를 직접수용과 동일한 효과를 가진 것으로 간주하는 원칙이다. 가령 간접수용 원칙이 적용되는 국가의 투자자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자신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정부의 직접 규제와 동일한 조치로 해석해 ISD 적용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국토연구원은 이처럼 "한미 FTA에서 도입된 간접수용과 투자자국가소송은 향후 우리나라 규제체계에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 대응책으로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규제의 품질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보다 더 강력하게 토지거래를 규제하는 프랑스 등의 사례에 비춰볼 때, '국제적 기준'은 결국 미국식 규제장치의 접목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토연구원은 한미 FTA 비준을 준비하며 국회가 제정 논의를 하고 있는 "대부분의 대책은 한미 FTA 체결의 단기적 임팩트를 통하여 부득이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타율적 제도선진화"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간접수용 판단기준에 대해서도 "간접수용 법리는 미국의 규제적 수용법리에 이론적으로 기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미 FTA로 인해 미국식 제도를 강제적으로 국내에 이식함에 따라 국내의 관련법을 미국식에 맞게 바꿀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한미 FTA를 비준한 후 토지거래 분야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대책 활용에 큰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국토연구원은 다양한 사례에 대한 ISD 분쟁가능성을 검토한 후토지규제를 "사전적으로 규제심사를 강화하고, 규제방식의 선진화를 도모하며, 사후적 권리구제수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한국농업경영인 천안시연합회와 천안농민회 등 충남 천안지역 16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천안지역농축산단체협의회는 7일 오전 천안시청사 앞에서 600여명의 농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FTA생존권 사수를 위한 궐기대회를 열고 한미FTA 국회비준 중단과 쌀 값 보장 등을 촉구했다. ⓒ뉴시스

그린벨트 추가지정 어려워진다

국토연구원은 한미 FTA 체결로 인해 나타날 부동산 관련정책의 가장 큰 변화로 토지사용 규제의 축소 가능성을 꼽았다.

개발제한구역의 경우,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려는 공공 편익증진 목적이 강한 제도다. 그러나 개발제한구역을 더 이상 늘리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국토연구원은 전망했다. 간접수용 시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다.

국토연구원은 "이미 지정된 개발제한구역의 경우에는 규제사실을 투자자가 알고 있으므로 분쟁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새로운 개발제한구역을 지정하는 경우에는 투자자의 재산가치 감소에 따른 분쟁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같은 이유로 도시계획시설부지를 지정하는 것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국토연구원은 예상했다. 도시계획시설부지로 지정된 곳에는 도시계획시설이 아닌 건축물이나 공작물 설치가 제한된다.

국토연구원은 "도시계획시설부지가 도시민의 생활에 필요한 기반시설 등의 설치로 공공의 편익을 증진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재산가치의 감소를 부인하기는 어렵다"며 "도시계획시설부지를 새로 지정하는 경우에는 분쟁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관련 조세 역시 분쟁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연구원은 "조세도 과연 투자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한미 FTA에서는 드문 상황의 경우에는 수용으로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고 적시했다.

또 과거 투자분쟁사례를 지목하며 "비정상적이고 징벌적 성격의 세금을 임의로 부과하는 경우에는 간접수용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비록 간접수용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최소기준대우나 내국민대우 위반이 문제가 되어 배상판정이 인정"된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공익사업 시행 시 필요 경비 일부를 부담시키는 부담금 제도 역시 "조세와의 중복성, 부담금간의 중복성, 부담금의 과다부과 등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어 투자분쟁의 발생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 필연적

결국 이와 같은 분쟁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토지 관련 규제의 완화가 필요하다고 국토연구원은 설명했다. 부동산이 투기 대상으로 지목되고, 부의 불균형이 심각한 분야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미 FTA 발효 이후 부동산 시장의 균형을 추구하기가 보다 어려워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국토연구원은 국내 토지규제 개선대책으로 △규제영향분석의 실효성을 재검토하고 △개발제한구역 매수청구제도의 실효성도 제고하며 △오랜 시간 집행되지 않은 도시계획시설을 정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조세감면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관련 세금을 더 깎자는 얘기다.

국토연구원은 "소유권의 사용·수익권능이 제한됨으로써 발생하는 손실을 보전하는 또 한 가지 방법은 토지보유에 따른 조세부담을 감면하는 방안"이라며 "현실적인 세부담으로 보면 상속세·양도소득세 등의 감면이 토지소유자에게 더 큰 손실보전의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상속세와 양도소득세는 재벌가의 세금탈루 및 경영권 편법승계 방식의 핵심이며 양도소득세 완화는 현 정부가 부동산시장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빼든 대표적 카드다. 결국 한미 FTA로 이른바 '한국 사회 개혁' 역시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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