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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들다 허리 다쳐 병원비만 200만원, 산재는커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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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들다 허리 다쳐 병원비만 200만원, 산재는커녕…"

[돌봄노동 연속기고·③ 장애인활동보조인] 산재 책임 떠넘기는 복지부

오는 29일 2시부터 서울역에서는 '제2회 전국돌봄노동자대회'가 열린다. 이번 대회에서는 보육교사, 간병인,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보조인 등 타인을 돌보는 돌봄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제기하려고 한다. 왜 이번 대회에서 건강권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지, 돌봄노동자들의 노동건강실태는 어떠한지 돌봄노동자들의 연속기고를 진행한다. <기고자>

- 돌봄노동 연속기고
"어린이집에서 일하다 뱃속 아기 유산해도…"
"침대에서 휠체어, 목욕탕까지 곡예를 하며 갑니다"

"이용자를 들다가 허리를 다쳤습니다. 아픈 데 이용인이 당장 사람을 찾기 힘들다고 해서 병원에 다니면서 계속 일을 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일을 할 수도 없고, 병원비만 벌써 200만 원이 넘어가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있죠?"

"이용인을 오른쪽으로만 들다보니까 이제는 오른쪽 팔다리는 힘이 하나도 없어요. 침도 맞아봤는데 소용이 없어요."

"아이가 힘조절 능력이 없고 눈도 잘 안 보여서 차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항상 조심을 하지만 불안감을 이루 말할 수 없죠. 우연히 문을 탕 하고 열었는데 옆 차의 문이 찍힌 거예요. 그래서 제 사비로 물어주기 시작한 게 4번쯤 되고요, 올해 초 두 번의 손 골절 사고가 있었어요. 대상자 부모에게 말했지만 그냥 웃음으로 넘기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더군요. 답답해서 사무실(중개기관)에 얘기했지만 대상자가 직접 다치지 않은 이상 배상보험처리는 안된다고 말하고 얼버무리더라구요. 저희 차로 이동하면서 저희 돈으로 사고처리 해야 하고 병원 가야하고, 차 망가지면 수리해야 하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등교를 하는데 지하철에서 난리가 벌어졌습니다. 내 무릎을 베고 졸고 있는 아이에게 "○○야, 일어나 학교 다 왔다, 내려야지" 했더니 고개를 들어 저를 째려보더니 마구 제 얼굴을 때리고 그도 모자랐던지 옆에 앉았던 남자를 마구 때리고 난리법석…. 겨우 달래서 학교에 거의 도착했는데, 또 다시 공격 시작. 두 손을 잡았더니 큰 키를 이용해 위에서 박치기를 하면서 저를 또 다시 마구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이틀을 쉬고 하교지도를 하는데 이번에는 바로 교문을 나서자마자 제 머리채를 잡아채고 발길로 차며 괴성을 질러대는 것입니다. 기관에 전화를 했더니 당장 대체할 활동보조인이 없으니 조금 참아달라고 하더군요. 저는 너무 충격을 받아서 위경련까지 일어났는데."


"우울증·산재 위험 노출됐지만…사고는 활동보조인 개인 책임?"

활동보조서비스가 시행된 지 4년이 지나가면서 여성 활동보조인의 비율이 80~90%까지 되고 있다. 요양보호사의 경우 가사와 신변처리 등 돌봄을 중심으로 일을 한다지만, 활동보조의 경우 서비스의 형태가 장애인의 욕구만큼이나 다양한 데도 남성들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활동보조로는 가족의 생계는 물론 자기의 생활도 책임지기 힘든 임금구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40~50대 여성이 중증·최중증장애인을 케어하는 경우 당연히 산재의 위험에 더욱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활동보조인에 대한 인격적인 무시와 장애유형에 따른 다양한 위험상황에 대처하기 힘들어 정신적으로 우울증과 업무상 스트레스는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발달장애아동을 케어하는 경우에는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사전에 정보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당하다보니 미처 준비하지 못하여 당황하는 경우도 많다. 또 차량을 이용해서 활동보조를 하는 경우에 크고 작은 사고를 경험했지만 자신의 치료부터 차 수리비, 보험료 등을 온전히 활동보조인이 다 책임지는 것도 아주 흔한 경우이다.

최근 대구경북지역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장애인 가족이나 장애인으로부터 언어적, 신체적, 성적 폭력을 경험하였다는 결과가 나오는데 이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도 그냥 일을 그만두는 것으로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장애인활동보조인의 경우 업무 특성상 크고 작은 스트레스, 근골격계 질환, 우울증 등 산재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지만 이를 산재로 인정받는 경우도 극히 드물고, 활동보조인 본인들도 산재신청을 어떻게 하는지를 몰라서, 혹은 이런 걸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겁이 나서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다사반사이다.

ⓒ프레시안

중개기관, 재신청에서 불이익당할까 산재 꺼려

활동보조인권리찾기모임은 이런 일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교육을 활동보조인 교육에 포함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중개기관이 적극적으로 산재신청에 도움을 준다면 상황은 훨씬 나아지겠지만, 중개기관에서는 산재신청을 많이 하면 재신청에서 혹시나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산재신청을 꺼리는 실정이다. 또 이용인의 연결을 중심에 두고 일을 하다보니 활동보조인의 건강에 대해서는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니라는 점도 이런 상황을 부채질하고 있다. 활동보조인들은 이처럼 산재로 인한 스트레스에 더해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 번 더 상처를 입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활동보조인들이 일을 그만둘 경우 저임금에 불안정한 일자리라는 점에 실망해서 그만두는 경우도 많지만 그 못지않게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서서히 악화되는 건강상태로 인해 그만두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활동보조인의 건강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중개기관에 책임을 떠넘기고, 중개기관은 활동보조인에게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이 되풀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활동보조인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활동보조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이용인의 서비스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임을 중개기관이 자각하고, 활동보조인과 함께 문제의 해법을 찾고 필요하면 정부를 상대로 공동대응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가장 중요한 방편일 것이다.

중증장애인에 대한 활동보조서비스의 권리를 주장하고 실현시켰을 때 중증장애인활동가들에게 활동보조서비스의 권리는 의지의 문제였지 판단의 문제는 아니었다. 복지부가 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제 활동보조서비스 제도가 도입될 시기가 왔다고 판단해서 활동보조서비스 도입 투쟁을 한 것은 아니다. 현재도 대상제한 철폐, 생활시간 보장, 본인부담금 폐지를 주장하는 것도 의지의 문제이지 판단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마찬가지로 활동보조인의 노동권과 건강권도 질 높은 서비스를 유지하고 이용인의 서비스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라는 인식과 의지의 문제이지 판단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산재비율이 높으면 중개기관이 불이익을 당한다"라는 판단의 문제로 활동보조인의 노동권이나 건강권을 도외시 한다면 그건 장애인자립생활을 우선시 하는 중개기관이 사업기관의 성격을 강하게 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활동보조인의 건강과 노동실태에 대해서 전국적인 조사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나마 대구에서 노동조합이 주도하여 지역의 장애인활동보조인 노동조건 및 건강권 실태조사를 실시한 일은 활동보조인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 생각한다. 그런 실태조사가 대구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모든 지역으로 확산되어, 세상으로부터 주목받지 못하고 늘 산재의 위협에 시달리는 활동보조인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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