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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휠체어, 목욕탕까지 곡예를 하며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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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침대에서 휠체어, 목욕탕까지 곡예를 하며 갑니다"

[돌봄노동 연속기고·② 요양보호사편] 요양보호사 건강은 누가 돌보나?

오는 29일 2시부터 서울역에서는 '제2회 전국돌봄노동자대회'가 열린다. 이번 대회에서는 보육교사, 간병인,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보조인 등 타인을 돌보는 돌봄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제기하려고 한다. 왜 이번 대회에서 건강권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지, 돌봄노동자들의 노동건강실태는 어떠한지 돌봄노동자들의 연속기고를 진행한다. <기고자>

- 돌봄노동 연속기고
"어린이집에서 일하다 뱃속 아기 유산해도…"

건강이 건강을 갉아먹는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지 3년이 지났다. 개인과 가족에게 온전히 전가되었던 노인 수발의 책임을 국가와 사회가 일정 부분 담당하게 되었다는 점은 분명 유의미하다. 아직 전체 노인인구의 약 5% 정도만이 보험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이전에 비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국민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 5% 노인인구의 향상된 건강이 누군가의 건강을 갉아먹으면서 달성된 것이라면 어떨까.

<요양보호사의 하루일과>
61세 되신 남자인데 뇌졸중이 두 번 오는 바람에 양쪽 모두 마비되어 왼손만 조금 움직일 수 있을 뿐 모든 동작은 누구의 도움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분입니다. 들어서면 제일 먼저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기고, 목욕탕으로 들어가는데 지은 지 오래된 집이라서 목욕탕 문턱이 높은 곳을 통과해야 합니다. 곡예를 하면서 갑니다. 휠체어에서 사람을 들어 올린 채로 내 어깨에 의지하게 한 다음에 바지를 벗기고 다시 목욕의자로 옮겨 앉혀 놓고 목욕을 시작합니다. 목욕을 끝내면 다시 똑같은 방법으로 휠체어로 옮긴 다음 목욕탕 문턱을 곡예하면서 나옵니다.

요양보호사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시행과 함께 새롭게 생겨난 직종이다. 공식적인 국가 자격증을 취득하고,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제도와 관리 하에 노인들을 돌보는 전문가이다. 이들 덕분에 노인들은 보다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고, 개인과 가족에게 전가되던 노인 수발의 책임이 사회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들의 건강은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고 있다. 노인 수발의 책임이 사회화되는 대가로, 이들의 건강에 대한 책임은 다시 개인화되고 있다.

▲ 요양보호사(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

요양보호사의 건강권은 어디로? - 근골격계 질환

요양보호사들은 거동이 어려운 노인 및 환자를 별다른 보조기구 없이 돌보아야 한다. 체위를 변경하거나, 침대에서 휠체어로, 휠체어에서 침대로, 때로는 바닥에서 휠체어로, 휠체어에서 바닥으로 이용자를 옮기는 일, 목욕을 시키고 재활운동을 도와주는 일 등을 반복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이 가장 흔한 건강 문제이다.

지난해 5월에서 7월까지 약 세 달 간 재가 및 시설 요양보호사 4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골격계 질환 실태조사에서 시설요양보호사 2명 중 1명, 재가요양보호사 4명 중 1명이 근골격계질환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허리와 등, 어깨 통증이 가장 많았는데, 이러한 신체 부위별 근골격계 증상의 90~98%가 업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부위별 증상에 대해 45~67%는 '지난 1년 내에 병의원을 방문해서 치료를 받은 적 있다'고 응답하였고, 해당 부위의 통증으로 인하여 14~23% 정도는 '1일 이상 일을 못한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요양보호사가 이러한 '산업재해'에 대해 '산재신청'이나 '공상처리' 등의 방식이 아닌 '개인적 처리'로 해결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 이유로는 '시설 요양보호사'의 경우는 '동료에게 미안해서', '요양기관의 비협조와 거부', '불이익 걱정'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현재 요양보호사들은 1인당 많게는 10~20명에 이르는 대상자(시설의 경우)를 돌봐야 한다. 제도에 정해져 있는 인력기준이 비현실적인데다가, 그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거동이 자유롭지 않은 대상자들의 경우 체위를 변경하거나 휠체어 등으로 옮기는 일을 혼자서 해야 하고, 때로는 목욕을 혼자서 시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부분이 여성 중고령 노동자인 요양보호사들이 감당하기에는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고된 일이다. 게다가 산재 신청을 하더라도 '원래 나이가 많아서 생기는 골병 아니냐'는 이유로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치료의 부담은 온전히 개인에게 전가되거나, 그마저도 감당할 수 없어 참고 일하는 요양보호사들도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에서도 요양현장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으로 근골격계질환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 2011년 5월에 발행된 보고서에는 요양보호사의 근무환경 및 애로사항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서비스 범위에 대한 문제와 근골격계 질환을 들고 있다. 현 종사자 9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가시설(방문요양)의 경우 181명, 약 24%, 입소시설의 경우 64명, 약 32%의 종사자들이 근골격계 질환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조사 결과 분석에도 '요양보호사의 주요 애로 및 불만사항으로는 낮은 급여, 열악한 근로환경, 서비스 범위 외의 제공요구, 근골격계 질환 등이며 요양보호사의 안정적인 직업군과 요양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정하여 개선되어야 할 내용이며 제도적 지원으로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항'이라고 적혀 있어, 요양보호사들의 건강권 문제는 이미 제도 내에서도 심각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건강한 노동을 위해 - 요양보호사, 돌봄이 필요하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하지만 이 제도가 추구하는 건강이 다른 누군가의 건강을 짓밟고 나서야 가능한 것이라면, 본래의 취지가 달성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사회적으로도 전혀 긍정적이지 않다. 다른 이의 건강을 돌보는 노동자가 자신의 건강을 돌볼 수 없다면, 그리고 아무도 자신의 건강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면, 이 노동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요양보호사들의 노동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우선 요양기관들의 노동안전을 전국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또,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및 예방관리 프로그램에 요양보호사를 포함하여 체계적인 관리와 안전 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더불어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완화하기 위해 시설의 경우 인력배치기준을 강화하고 적정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감독해야 하며, 재가(방문요양)의 경우 2인 1조 배치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요양보호사들의 건강권이 침해되는 주요 요인으로 저임금 및 불안정한 노동조건과 근로기준법 및 노동법이 준수되지 않는 노동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근본적인 노동조건을 개선함으로서 궁극적으로 건강한 노동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돌봄의 사회화, 건강권의 사회화를 위해 그 누구의 건강도 갉아먹지 말자. 돌봄노동자들도 돌봄이 필요한 시민이며, 그/녀들의 건강권도 사회화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이토록 새삼스럽게 주장하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돌봄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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